[단독]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방류수 온도 43도…“열탕 온도에 목욕하러 온 수달?“
[단독]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방류수 온도 43도…“열탕 온도에 목욕하러 온 수달?“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0.09.11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가, “불완전연소한 방류수가 깨끗하다?“ 수달도 비웃을 주장
한겨울에 방류수 온도가 43℃ 이상...배출 온도 기준치 이미 초과
반올림 노무사, “방류수 온도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
사진과 기사의 내용은 무관합니다. (사진=영화 '반창고' 장면 중 갈무리)
사진과 기사의 내용은 무관합니다. (사진=영화 '반창고' 장면 중 갈무리)

한겨울, 경기도 용인과 평택 사이를 흐르는 오산천 상류에 영문 모를 하얀 김이 모락모락나고 있다. 이곳에 찜질이라도 하라고 누가 온천수라도 틀어놓은 것일까.

경기도 시흥시 용인구 오산천에는 겨울에도 열탕 못지 않은 열기가 내뿜는다. 오산천에 흐르는 삼성반도체 기흥 사업장에서 내보낸 4000톤의 방류수가 그 주인공이다. 폐수를 정화해서 흘려보낸 방류수는 한 겨울에도 얼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온을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정화된 방류수가 오산천의 생명도 죽일 정도의 높은 열을 띠고 있음에도 규제항목이 없다는 것이다. 여러 발암물질도 강에 흘려보냈을 수도 있지만, 정작 측정항목에는 빠져 있어서 이 조차도 알 길이 없다. 왜냐 우리나라 법은 애초에 사업자가 공개하는 영업비밀 물질에 대해 측정하지 않게끔 규정하고 있어서다.

이에 삼성전자는 한 술 더떠서 오산천으로 흘려 보내는 방류수가 떳떳하다고 자랑한다. 

오산천은 총 길이 약 31km의 국가하천이다. 오산천 인근에는 과거 자연이 살아 숨쉬던 보물창고이자, 다양한 야생 동·식물의 터전이었다. 이 모습을 잃게 된 것은 하천 중간에 설치된 신갈저수지에 의해 물길이 단절된 뒤부터였다. 용인 동백산에서 출발한 물길은 동탄의 오산천을 지나 평택의 진위천까지 흘러야 정상이다. 그런데 농어촌공사가 잘 흐르던 물길을 중간에서 신갈저수지를 통해 평택에 흘려보냈다. 인간의 농업용수를 위해 인위적으로 수로를 바꾼 것이다. 

물길이 단절된 오산천 하류는 그대로 말라 썩어갈 수밖에 없었다. 건천에서 악취가 뿜어져 나왔고, 야생동물들은 오산천을 떠나야만 했다. 

2003년에는 오산천 하류를 중심으로 한 LH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신도시 개발이 있었다. 지금은 동탄1 신도시만 개발이 완공된 채, 아직 2지역은 완공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18년 넘게 방치돼있다. 이 덕에 오산천은 조금씩 살아나는 효과도 봤다. 사람의 손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자, 자연의 자정작용이 일어났다. 하천변의 수변 식생이 되살아나고,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삵 등도 다시 이곳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반도체 공장이 내보내는 4만톤 방류수, 목욕탕 열탕 부럽지 않다? …수달도 찾아와 때미는 동네

산업단지로부터 나온 폐수가 오산천에 방류되고 있다. (사진=환경경찰뉴스)
삼성전자는 하절기 기준 하루 4만 톤 이상의 폐수를 반도체 공장으로부터 오산천에 방류하고 있다. (사진=환경경찰뉴스)
겨울철에도 녹지 않는 삼성전자발 40℃ 이상의 방류수 근처에 야생동물 가마우지들이 모여있다 (사진=환경경찰뉴스)
겨울철에도 녹지 않는 삼성전자발 40℃ 이상의 방류수 근처에 야생동물 가마우지들이 모여있다 (사진=환경경찰뉴스)

그렇게 하천이 조금씩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2007년부터 삼성전자가 하루 4만톤 이상의 방류수를 이곳에 흘려보내고 있다. 본지에 이 사실을 제보한 윤순배 자연 다큐멘터리 감독은 “지역사회가 자연의 자정작용을 인지 못하고, 오산천의 건천화를 우려해 삼성전자에 방류수를 요청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측 관계자는 “자연의 자정작용은 삼성전자가 지난 13년간 방류수를 유입한 조건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말 반도체 공장 폐수가 정화되면 자연을 살리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문장 자체가 모순같은 이 주장에 대해 삼성전자측 관계자는 “발생한 폐수에 대해서 최적의 처리기술과 공법을 적용하고 있다”라며, “법에서 정한 기준보다 엄격한 내부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방류수 품질은 실시간으로 국가기관에서 관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2017년 기준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의 한해 발암물질 배출량은 307kg이다. (사진=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공개 홈페이지 갈무리)
2017년 기준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의 한해 발암물질 배출량은 307kg이다. (사진=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공개 홈페이지 갈무리)

화학물질 배출 및 이동량 정보공개 제공 사이트에서 확인한 결과, 2017년 기준 삼성전자 기흥캠퍼스가 한해 배출한 유독물질 양은 1만 487kg이며, 발암물질 배출량은 307kg이었다. 환경전문가에 의하면 비교적 소량의 발암물질을 지닌 담배의 경우 완전연소하려면 160℃의 온도가 필요한데, 이 마저도 140℃까지밖에 못 미쳐 불완전연소 현상을 나타낸다. 담배를 태우게되면 화학물질이 불완전연소하며 필터에 그을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그것이다. 초미세먼지에 주범 1급 발암물질 벤조에이피렌을 일컬음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 기흥캠퍼스는 오산천에 흘려보내는 폐수 정화 방류수에 대해 발암물질을 제외한 유기화학물질을 측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타이어와 반도체 공장 등을 포함한 19개 유기용제 취급 산업군에 대해 발암성 노출을 경고하고 있다.

윤 감독은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나오는 방류수의 정체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겨울 오산천 상류를 직접 찾아갔다. 영하권을 넘나드는 추운 기온인데도 하천 상류는 얼기는커녕,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그는  “이런 온도라면 목욕탕 열탕보다 더한 열기”라고 지적했다.

현행 생물학적 폐수 처리 최적 온도는 28~32℃가 최적의 기준이며, 법적 방류수 최고온도는 40℃도로 기준하고 있다. 그러나 강으로 흘려 나간 방류수의 온도의 기준치는 아예 정하지도 않은 상태다.

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리는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별도의 열교환기 시설을 통해 온도를 낮춘 후 방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 말과 다르게 실제 기흥캠퍼스 공장이 흘려보내는 방류수의 온도를 윤 감독이 직접 측정한 결과, 목욕탕 열탕보다 더 높은43℃가 측정됐다.

 

반도체 공장 근로자들의 백혈병 발병

기자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전 산재예방 근로감독관 간 통화내용 녹취록. (사진=환경경찰뉴스)
기자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전 산재예방 근로감독관 간 통화내용 녹취록. (사진=환경경찰뉴스)
기자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전 산재예방 근로감독관 간 통화내용 녹취록. (사진=환경경찰뉴스)
기자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전 산재예방 근로감독관 간 통화내용 녹취록. (사진=환경경찰뉴스)
기자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전 산재예방 근로감독관 간 통화내용 녹취록. (사진=환경경찰뉴스)
기자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전 산재예방 근로감독관 간 통화내용 녹취록. (사진=환경경찰뉴스)
기자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전 산재예방 근로감독관 간 통화내용 녹취록. (사진=환경경찰뉴스)
기자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전 산재예방 근로감독관 간 통화내용 녹취록. (사진=환경경찰뉴스)

반도체 공장의 경우, 그동안도 유독성 논란이 많았었다.  반올림이라고 불리는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근로자들의 백혈병(혈액암) 발병 사례를 수집해서 그동안 많은 연구를 하고, 직업병 상병 관계를 밝히는 데 있어서 지금도 부단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반올림 인권단체의 활동은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故 황유미양이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발단됐다.

지난 수십년 간 국제암구소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백혈을 비롯한 기타 혈액암 발병의 경우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된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적시된 연구결과가 없기에 ‘화학물질 중독’에 따른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있다. 상병 관계 인정물질로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이같은 연구결과 보고에도 우리나라는 사업자가 정보공개를 원하지 않는 물질에 대해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가리고 있기 때문에, 의학적 소견을 바탕하기가 어렵고 근로자가 질병에 걸렸다해도 산재인정을 받기가 어렵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를 보고한 바 있다. 공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들이 이제는 생활 속까지 흘러들어가 국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라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 2018년 7월 5일 본지 조희경 기자는 삼성반도체 공장과 유사한 사례로 꼽히는 한국 타이어 공장에서 사용되는 유기용제 취급 위험성을 밝힌 바 있다. 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산재예방근로감독관과 조희경 기자가 통화한 녹취록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에서 쓰는 유기용제의 화학물질은 약 5~6백 건 정도됐으며, 그중에서도  ‘벤젠’ 화학 반응을 나타내는 톨루엔과 자일렌 등의 위험한 물질은 흔하게 쓰이고 있었다. 삼성반도체 공장의 경우 한국타이어공장보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것으로 사료되고 있었다.

노무사, “방류수에 ‘높은 온도’ 그 자체가 문제 돼”

산업단지로부터 나온 방류수 온도 측정 결과 43℃가 나왔다. (사진=환경경찰뉴스)
산업단지로부터 나온 방류수 온도 측정 결과 43℃가 나왔다. (사진=환경경찰뉴스)
오산천 상류의 산단에서 고온의 방류수로 인해 김이 나고 있다. (사진=환경경찰뉴스)
오산천 상류의 산단에서 고온의 방류수로 인해 김이 나고 있다. (사진=환경경찰뉴스)

그렇다면, 반도체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유기화학물이 자연에 흐른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겠는가.

반도체 노동자 시민단체 ‘반올림’측 조승규 노무사는 “반도체 공장에서 나오는 독성물질에 의해 피해를 본 사람은 있어도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히 드러난 게 없다”라며, “방류수에 유기화학물질이 들어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알지 못하지만,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성이 매우 강한 유기화학물질이 오산천에 흐른다면 향후 생태계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반도체 공장에서 방류하는 폐수 온도에 대한 문제들이 줄곧 제기돼 왔다. 용인시 원삼면에 들어서는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서 폐수가 방류되는 것과 관련해 우리나라 토종 물고기들의 먹이원이 감소하고 수질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왔다. 이곳 폐수 방류구 인근 하천의 온도는 25℃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뻔뻔한 ‘깨끗한 방류수’ 홍보

삼성전자는 유튜브를 통해 반도체 공장발 방류수가 오산천을 살리고 있다며 홍보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유튜브 채널 갈무리)
삼성전자는 유튜브를 통해 반도체 공장발 방류수가 오산천을 살리고 있다며 홍보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유튜브 채널 갈무리)

삼성전자는 이같은 의혹을 사전에 차단이라도 하려는 듯, 오히려 유튜브 등을 통해 방류수 홍보에 나섰다. 해당 홍보 영상에는 반도체 공장발 방류수가 오산천 수량을 풍부하게 만들었으며, 멸종위기동물인 수달까지 찾아올 정도로 깨끗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물의 온도만 43℃인 방류수에 수달이 찾는 이유가 과연 깨끗해서일까.

한편 한국수달연구센터에 따르면 수달은 2급수, 3급수 물에서도 산다. 깨끗하지 않더라도 찾아 오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다. 우연찮게 찾은 수달의 깜짝 방문에 삼성은 누구보다 반가워했고 그것을 홍보영상으로 삼았다. 이것만 보아도 수달의 역할은 컸다. 그러나 수달이 목욕하러 온 거라면, 얘기는 달라지지 않을까. 수달은 오늘도 때밀러 다른 하천을 찾아 이동 중이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