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애교쟁이’ 레서판다를 이제는 놓아주세요

IUCN 적색목록 위기(EN)종 분류
산림벌채·애완 목적 불법 밀렵이 주 원인

  • 기사입력 2020.09.17 14:47
  • 최종수정 2020.09.17 14:59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시나)
(사진=시나)

귀여운 눈망울과 애교섞인 행동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빼앗는 친구가 있다. 나무를 잘 타는 것으로 보아 우리가 잘 아는 너구리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이 친구는 레서판다이다. 영어표기명으로는 ‘레드판다(Red Panda)’라고 불린다.

동그랗고 납작한 얼굴에 짧은 주둥이와 뾰족하고 큰 귀, 그리고 고리 무늬가 있는 꼬리가 특징이다. 풍성한 갈색솜털과 장난끼 가득한 얼굴이 움직이는 인형을 보는 것 같다.

식육목 레서판다과에 속하는 레서판다는 도토리와 식물 뿌리 등 초식도 하면서 어린 새나 작은 설치류까지 잡아먹는 잡식성이다. 일반 판다처럼 대나무 잎도 잘 먹는다. 하루에 약 2만 개의 대나무 잎을 먹어 치우는 엄청난 대식가다.

이 때문에 주로 대나무가 많은 지역이 레서판다의 서식지가 된다. 히말라야와 중국 남서부 등 비가 오는 고지대의 온화한 숲이나 열대우림에 산다. 국내에는 2005년 서울대공원이 처음으로 한 쌍을 들여와 키우고 있다. 사람을 좋아하는 특성 때문에 동물원 인기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사진=서울동물원 동물정보)
(사진=서울동물원 동물정보)

이처럼 레서판다는 성격이 온순해서 사람에게 잡혀도 할퀴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물론 화를 낼때도 있다. 뭔가 불만이 가득해 흥분하면 두발로 서서 씩씩거리거나 방구 등 분비물을 내뿜는다.

사랑스럽고 보기만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이 친구들은 가엾게도 멸종위기종이다. 지난 20년간 개체 수가 5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현재 야생에는 2천 5백여 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레서판다를 적색목록 ‘위기(EN)’종으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교역에 관한 협약(CITES)도 부속서 ‘Ⅰ’에 속한 종으로 분류하고 무역이 중지되지 않으면 멸종될 생물로 보고 있다.

레서판다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주 원인은 역시 산림 벌채에 있다. 주식인 나뭇잎이 가득한 숲이 사람들 손에 무너지고 있으니, 살 길이 막막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불법 밀렵 역시 레서판다의 멸종에 기름을 붓고 있다. 희귀하고 인형같은 비주얼에 반해 레서판다를 애완용으로 키우는 사람들 때문이다. 불법 밀렵자들 사이에서는 가죽 목적으로 포획하는 경우도 많지만, 살아있는 상태에서 파는게 더 큰 수익을 얻는다고 한다.

레서판다에게는 근친종이 없기 때문에 멸종 수위가 지금보다 더 높아진다면 정말 세상에서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더 건강하고 활기찬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제는 자연으로 돌려보내줘야 한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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