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롯데카드 등 신용카드사, 사기집단발 ‘불법 카드깡 거래’ 눈 감고 정상 승인 처리 논란

㈜하루하루발 기프티콘·상품권 ‘카드깡’ 사기 피해 속출
해당 업체, 과거 100억 원 대 규모 사기 전과 업체와 연루
가맹업체 배경 검토 없이 깡 거래 승인한 일부 신용카드사

  • 기사입력 2020.10.08 14:01
  • 최종수정 2020.10.08 18:39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판촉용 상품권 판매업체가 영세 상인들을 대상으로한 카드깡 대출사기가 기승을 부린 가운데, 이를 정상 승인한 신용카드사의 현금 융통화 불법 조장 행위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거래를 주도한 ㈜하루하루는 ㈜코닉캐시빌대부라는 대부업체였다. 그러나 이후 사명과 업종을 바꾸고 무등록 대부업 상태에서 온라인 전자 결제 사이트 여러개를 만들어 카드결제를 유도한 후 파산신청을 해 금전적 손해를 입은 피해자가 전국에서 확산됐다. 

이에 롯데카드와 기업카드, NH 농협 카드 등 일부 신용카드사가 불법사금융업체를 따로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승인한 배경에 의혹이 제기된다.

사기집단의 불법 카드깡 거래, 정상 승인 처리한 신용카드사

롯데카드의 신용승인 영수증. 거래 품목 표기 없이 250만 원 할부 결제가 승인됐다. (사진=환경경찰뉴스)
롯데카드의 신용승인 영수증. 거래 품목 표기 없이 250만 원 할부 결제가 승인됐다. (사진=환경경찰뉴스)

자영업자 A씨는 지난 6월 ㈜하루하루가 운영하는 쿠폰 등록 사이트 ‘편의점24(어디갈래?)’를 통해 상품권을 대량 구매했다. 내로라하는 커피프랜차이점과 요식업체, 숙박업소 등의 제품을 이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었다. 이 업체가 자체 발행한 상품권은 5000원 권과 10000원 권 두 종류였다. 대량 구매하면 50%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살 수 있다기에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A씨는 신용카드를 이용해 250만 원어치의 상품권을 5개월 할부로 결제했다.

해당 신용카드사 롯데카드는 이 할부 결제를 정상 승인 처리했다. 그렇다고 ㈜하루하루가 누구나 알 수 있는 보증된 업체도 아니다. 이런 회사가 자체 발행한 상품권에 어떤 의심도 던지지 않았던 신용카드사다. 당시 발행된 신용승인 영수증에 가맹업체와 판매금액 등은 표기돼 있지만, 정작 거래 물품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거래 물품은 없는데 ‘250만 원 5개월 할부’라는 큰 거래가 떡하니 승인됐다. 이에 대해 롯데카드 관계자는 “물품의 사용 목적에 대해서는 카드사가 알 수 없다”라고 발뺌했다.

현금화 할 수 있는 상품권, 기프티콘, 쿠폰 등은 ‘자금 세탁 방지’ 대상의 예외로 돼 있기 때문에 이른 바 ‘깡 거래’ 대상의 논란이 되고 있다. 깡 거래는 물품 판매 없이 거래를 가장하거나 실제 매출금액 이상 거래를 통해 자금을 불법 유통하는 행위다. 이 사례처럼 신용카드를 이용해 가장 거래를 실행한 ‘카드깡’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토록 위중한 불법 행위가 될 수 있는 사안에서 물품에 대해 알 수 없다는 신용카드사의 입장은 피해자들을 외면한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카드깡 사기대출 노린 상품권 판매 논란…만 원이라고 쓴 휴지조각 상품권을 반 값에 팔아 

 

'어디갈래?(편의점24)'의 상품권 판매 광고. (사진='어디갈래?' 페이스북 갈무리)
'어디갈래?(편의점24)'의 상품권 판매 광고. (사진='어디갈래?' 페이스북 갈무리)

A씨 역시 고스란히 카드깡 거래의 피해자가 됐다. ㈜하루하루가 발행한 상품권은 1인당 하루에 한 번씩만 사용 가능했다. 또 하나의 계정 당 월 2회만 이용할 수 있게 정했다. 이 마저도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이 어려웠다. A씨는 “상품권은 바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업체의 승인을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쓰려고 할 때마다 담당 직원이 없다는 등 별의별 이유를 대며 승인도 안 해주고, 어떤 때는 유효기간이 일주일도 안 남은 것을 줘서 버려야 되는 경우도 있었다. 상품권이 이상한 것 같다고 항의해도 말을 돌릴 뿐이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다 지난달 해당 업체는 파산을 신청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악화돼 더는 영업을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얼마 쓰지도 못한 A씨의 상품권은 그대로 휴지 조각이 돼버렸다. 할부금은 매달 50만 원씩 그대로 빠져나가고 있다. A씨는 “롯데카드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카드사는 결제하고 7일이 지나면 환불을 받을 수 없다고 거부했다”라고 전했다. A씨처럼 업체로부터 카드깡 거래 피해를 본 9명은 업체를 대상으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영화예매부터 편의점, 여행사까지… 행색만 갖춘 온라인 결제 사이트 여러개 만들어 놓고 먹튀   

㈜하루하루 운영 사이트 사업자 정보. 이 업체는 영화예매권 판매업, 상품권 판매업 등 여러 사이트를 운영해 불법 카드깡 거래를 벌였다. (사진=환경경찰뉴스)
㈜하루하루 운영 사이트 사업자 정보. 이 업체는 영화예매권 판매업, 상품권 판매업 등 여러 사이트를 운영해 불법 카드깡 거래를 벌였다. (사진=환경경찰뉴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업체를 둘러싸고 매우 수상한 점이 발견됐다. ㈜하루하루는 여러 사이트를 운영하며 매 번 같은 수법으로 카드깡 대출사기를 벌이고 있었다. 상품권 구매량이 증가해 충전비가 감당이 안되면 회사 파산을 신청하고, 또 다른 사이트를 만들어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하루의 파산 신청서를 보면 이 업체는 2012년 최초 대부업 ㈜코닉캐시빌대부를 시작해 2015년 ㈜코닉피앤피로 상호를 변경했다. 대표자명은 이○○이다. 코닉피앤피가 운영한 ‘코닉무비’는 영화예매권 판매업을 주로 하는 사이트였다. 영화 예매권 판매 사이트 ‘멀티무비’, ‘시네마365’의 운영사는 ㈜하루하루이며, 이 역시 대표자명은 이○○이다. A씨가 이용했던 상품권 판매업 사이트 ‘편의점24(어디갈래?)’도 ㈜하루하루가 운영했다. 사업자등록번호,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사업지 주소 모두 동일하다.

이 업체는 이외에도 부동산개발 및 임대업, 온라인정보제공업, 전자상거래업, 여행알선업, 영화예매권 판매업. 상품권판매업, 프랜차이즈사업 등을 맡아 했다. A씨는 “㈜하루하루는 대표명에 영업사원들의 이름을 번갈아 올리며 바꾸는 식으로 고객들을 기만했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교묘한 수법으로 각종 사이트를 운영하며 카드깡 대출사기를 수차례 벌여왔다는 의혹이 팽배하다.

더 큰 문제는 이 불법거래가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기프티콘·상품권 판매업 사이트를 만들어 상호와 대표자명만 바꾸고 영업을 다시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씨는 “나에게 상품권을 판매한 영업사원을 포함해 편의점24의 구성원 몇 몇이 이곳으로 넘어간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하루하루는 과거 큰 사기 사건들과 연류돼 있는 업체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영화 예매권 판매 사이트를 운영한 이모 씨와 운영진들이 영세 상인 9천여 명에게 영화 무료관람권을 싼 값에 팔고 인터넷 예매를 고의로 방해해 140억 원을 챙겨 사기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지난해 역시 같은 수법을 이용해 전국 8천여 명의 사업자 대상으로 91억 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실형을 받아 그해 10월 출소했다. 이씨는 집행유예 기간인 2018년 9월 자신의 아들 명의로 사업자를 내 영화예매 사이트를 운영했다.

해당 업체와 이○○ 대표의 ㈜하루하루의 본사 및 영업사무실의 주소지가 경기 일산과 전라북도 전주시로 동일한 것까지 확인됐다. A씨는 “알고보니 엄청난 사기집단이었다. 우리나라 법이 약해서 범죄 저지르고 몇 개월이면 다시 나와 또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2013년 한 해 금감원에 신고된 카드깡 건보다 피해액 더 큰 것으로 예상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깡 ‘불법사금융업자’는 신용카드사 불법가맹점으로 등록해서 사후관리에 철저해야한다라고 관리규약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사는 한 번 등록된 불법가맹점 정보를 확인하고 신규 가맹점 가입심사 등 가맹점 관리에 활용해야한다. 그러나 이같은 규약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사는 카드깡 관리 규약에 있어서 매우 허술하다. 금융감독원이 경찰과 국세청에 이를 통보하고 불법사금융업자에 카드승인을 한 신용카드사의 이행계획 등 이행점검 등을 확대해야할 것으로 사료된다.

2013년 한 해 금융감독원  ‘신용카드 불법거래 감시센터’에 신고접수된 신용카드 불법거래 피해는 거래거절 및 부당대우가 2천665건, 카드깡이 130건이다. 그러나 금번  ㈜하루하루의 카드깡 거래 건 수는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피해자 소송단체에 따르면, 해당 업체로부터 피해를 입은 가맹점주가 전국에서 속출하는 만큼 적게는 수 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 억 원의 카드깡 거래가 이뤄졌다라고 예상된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