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이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도 커피를 마실 수 있겠어요?

IUCN 적색목록 관심(LC)종 지정
최고급 루왁 커피 원두 만들기 위해 집단 사육되는 사향고양이

  • 기사입력 2020.10.08 14:39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EnjoyJava)
(사진=EnjoyJava)

커피를 사랑하는 나라, 대한민국. ‘커피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제 커피는 우리 일상에서 빠져서는 안 될 필수 음료가 됐다.

지금도 책상 앞에 커피가 있다면 이 동물을 한 번씩만 떠올려주기를 바란다. 영어 이름 ‘팜시벳(Palm Civet)’이라고도 불리는 말레이사향고양이다.

흑색과 암갈색의 무늬가 있는 길쭉한 몸에 몸만큼 길쭉한 꼬리를 갖고 있는 귀여운 동물이다. 맑은 눈망울과 촉촉한 콧등이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

말레이사향고양이는 이름처럼 말레이시아나 필리핀, 베트남 등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낮보다는 밤에 활동하기를 좋아하며, 단독으로 다닌다. 보통 나무 위에서 지내지만 이따금씩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를 주어먹기 위해 내려오기도 한다.

이 사향고양이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이들이 멸종 위기에 처한 이유와 상응한다. 말레이사향고양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관심(LC)’종으로 분류돼 있다.

산림에서 자유롭게 뛰어놀아야 할 이 아이들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사람들에 의해 집단 사육되고 있다. 바로 커피 원두를 얻기 위해서다.

사향고양이에게는 가장 잘 익은 커피 열매만 따먹는 능력이 있다. 그 커피 열매는 사향고양이의 소화기관을 거치면서 껍질과 과육만 깔끔하게 제거된다. 온전한 상태의 원두만 대변과 함께 배출된다. 이 과정에서 원두는 고양이 위액 속의 효소와 섞여 독특한 카라멜 향미가 더해진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원두로 알려진 ‘루왁 커피’의 원두다. 루왁 커피 원두는 400g 기준 50만 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를 자랑한다.

사향고양이의 이런 특별한 능력을 알아챈 사람들은 아이들을 무더기로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야생을 뛰놀던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철창 안으로 들어가 감금생활을 하고 있다. 커피 열매 사료만 먹으면서 최고급 원두를 만드는 기계가 돼 버렸다.

동물복지단체들은 강하게 경고하며 사향고양이들을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쉽지가 않다. 세계에는 커피를 사랑하는 인간들이 너무도 많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결국 가여운 사향고양이는 인간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최고급 원두를 생산하는 데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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