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36계 줄행랑의 달인 ‘품바’, 혹멧돼지

IUCN 적색목록 관심대상(LC)종 지정
아프리카돼지열병 전염원 취급되며 도살당해

  • 기사입력 2020.11.03 14:56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하쿠나마타타”

이 주문만 들으면 걱정과 근심이 모두 달아나는 동시에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두 친구가 있다.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의 개그담당 콤비, 티몬과 품바다.

그중에서 덩치는 크지만 겁도 많고 정도 많은 귀여운 친구 ‘품바’ 캐릭터의 기반이 된 동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프리카 대초원지대를 누비고 다니는 혹멧돼지가 그 주인공이다.

뺨에 붙어있는 흰 술 장식과 등에 있는 기다란 갈기, 눈밑과 송곳니 사이에 있는 혹이 다른 멧돼지들과 생김새를 구분할 수 있는 차이점이다. 혹 덕분에 조금 우스꽝스러워진 얼굴과 장난끼 가득한 눈빛이 쉽게 품바를 떠올리게 한다.

애니메이션에서와 마찬가지로 혹멧돼지는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먹는 잡식성이다. 남아프리카의 넓은 초원이나 울창한 숲지대에 살면서 열매나 벌레 등을 닥치는대로 먹는다.

혹멧돼지는 식생 환경과 기후 적응력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을 때라도 마른 풀뿌리를 뜯어 먹으며 물없이 수개월을 버틸 수 있다고 한다. 다른 동물이 파놓고 버린 땅굴을 찾아 몸을 숨기고 그곳에서 새끼를 낳아 키운다.

우리는 흔히 멧돼지를 사납고 공격적인 동물로 생각하고 있지만, 혹멧돼지는 비교적 온순한 편이다. 일반 멧돼지에 비해 체급이 작고 전투력도 약해서 큰 동물이나 맹수가 나타나면 도망치기 일쑤다. 시속 50km로 달릴 수 있는 혹멧돼지의 도망은 그야말로 줄행랑이다.

애니메이션에서 혹멧돼지를 품바 캐릭터로 설정한 것도 이 점을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이에나 또는 사자에게 겁을 먹고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가는 모습이 재미있게 연출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혹멧돼지를 적색목록 ‘관심대상(LC)’종으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다. 녀석이 살고 있는 아프리카 지대에 사자, 치타, 표범, 하이에나 등 천적들이 많은 것도 있지만,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이들의 멸종속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본래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흑돼지에 흔한 병이다. 오랜 시간 이 바이러스를 달고 살아왔기 때문에 녀석들의 목숨에 치명적이지는 않다. 문제는 이러한 바이러스가 집돼지와 다른 멧돼지에게는 단시간에 죽일 수도 있는 무서운 존재라는 것이다.

야생 혹멧돼지로부터 바이러스가 농가에 퍼질 것을 우려해 사람들은 눈에 불을 키며 도살에 나섰다. 결국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가장 큰 피해자가 혹멧돼지를 비롯한 야생 흑돼지들이 된 격이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