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내가 누구게?”...네 발로 걷는 오리 들어보셨나요?

오리너구리, IUCN 적색목록 취약근접(NT)종 지정
호주 기후변화에 직격탄 맞고 개체 수 줄어

  • 기사입력 2020.11.05 16:40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레딧)
(사진=레딧)

오리 같기도 하고, 너구리 같기도 하고 참 희한한게 생긴 동물이 있다. 근데 또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리버리하게 생긴 것이 귀엽기도 하다.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에 등장하는 ‘고라파덕’의 원조 오리너구리다.

길고 널따란 주둥이를 보면 영락 없는 오리처럼 보이지만, 이래봬도 오리너구리는 포유류에 속한다. 다만 포유류 중에 몇 없는 난생이다. 난생이란 알이 모체의 몸 밖에서 발육하는 형태다. 오로지 알 속의 영양만 섭취해 발육되고 태어나는 종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태생과 견주어 생각하면 되겠다.

오리너구리의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네 발에 모두 달려있는 물갈퀴다. 뒷발의 물갈퀴는 발가락에 닿을 정도의 면적이라 딱 맞지만, 앞발의 물갈퀴는 발가락보다 면적이 더 넓어서 평소 걸을 때 살짝 접고 다닌다.

특히 수컷의 발뒤꿈치에 뾰족 나와있는 가시에는 독이 들어있어, 이를 이용해 천적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곤 한다.

오리너구리의 털은 짧고 양털같이 부드럽다. 윗면을 회갈색, 아랫면은 이보다 좀 더 밝고 광택이 나는 황갈색이다. 입을 크게 벌려보면 안에 커다란 볼주머니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물밑에 사는 가재류나 지렁이류 등의 먹이를 잡아다 저장하는 데 사용된다.

이름처럼 녀석들은 육지에서도, 물 속에서도 활동하는 반수서 동물이다. 대부분 호주 동부 및 그 주변 섬 등의 하천이나 호수 근처에 살고 있다. 코알라, 캥거루와 더불어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개체 수가 썩 많지는 않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오리너구리를 적색목록 ‘취약근접(NT)’종으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다.

오리너구리가 점차 사라지는 가장 큰 원인은 호주의 고온현상이다. 계속되는 가뭄과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오리너구리는 체질상 환경 파괴와 수질 오염 등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사우스웨일즈대학 생태계과학센터의 과학자들은 지금처럼 기후변화의 위협이 지속된다면 오리너구리의 개체 수는 향후 50년 동안 47~66%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세기 전까지는 오리너구리의 모피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무분별하게 남획당하기도 했다. 오리너구리가 멸종위기에 처하자, 현지법은 그제서야 불법 남획을 금지시키고 모든 서식지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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