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가시고기 ‘부성애’ 듣고 눈물 흘렸다면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IUCN 적색목록 취약(VU)종
수해복구 공사로 인해 하천 서식지 파괴돼

  • 기사입력 2020.12.01 12:05
  • 기자명 고명훈 기자
가시고기.(사진=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홈페이지 갈무리)
가시고기.(사진=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홈페이지 갈무리)

이미 이름만 들어도 무언가 모르게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우리나라 고유종 물고기가 있다. 바로 가시고기다.

소설, 연극, 영화, 심지어 드라마까지 가시고기를 소재로 삼고 만들어진 창작물들이 많다. 아무래도 알을 낳고 자식을 키우는 가시고기 특유의 양육방식이 사람들에게 큰 감성을 불러일으킨 탓이다.

하천 하류의 흐름이 느리거나 정체된 담수에서 암컷 가시고기는 물풀이 많은 안전한 곳에 알을 낳고 그 자리를 바로 떠난다. 그때부터 수컷 가시고기는 산란하고 떠난 암컷 가시고기를 대신해 새끼들이 부화할때까지 산란장을 지킨다.

주둥이로 바닥의 모래를 퍼내 구덩이를 만들고 갈대가닥을 물어와 집을 짓는다. 천적으로부터 자식을 보호하기 위한 아버지의 사랑이다.

그리고 자식들이 태어나면 기력이 다한 수컷 가시고기는 이제 막 태어난 아이들에게 영양분을 보충해주기 위해 자신의 몸을 기꺼이 내준다. 자식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아버지의 사랑을 먹고 건강하게 자란다. 자식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아버지의 진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다.

큰가시고기목 큰가시고기과에 속하는 가시고기는 몸 길이 5~6cm로 가늘고 길며 몸은 옆으로 약간 납작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등에는 짧고 톱날같은 가시가 7~10개 달려있고 각각의 가시는 서로 분리돼 있다.

국내에 분포하는 가시고기는 동해로 흐르는 하천에 서식하며 절대 바다로 내려가지는 않고 일생을 담수에서 산다. 집단생활을 하며 깔따구 유충, 실지렁이, 물벼룩 등의 수생동물을 먹고 산다. 우리나라 말고도 중국과 일본 등에도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떼 지어 다니는 가시고기의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 수해복구 공사로 가시고기의 터전인 하천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가시고기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도 취약(VU)종에 분류돼 있다.

가시고기의 부성애를 보고 슬퍼하며 공감하는 사람들이 도리어 가시고기의 서식지를 파괴하며 녀석들을 멸종위기에 몰아넣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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