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에 편입된 푸르덴셜생명, 고수익 설계사 부당해촉 논란

안 나가고 버틴 고수익설계사, 없던 세칙만들어서까지 해촉
181억 보험수익 낸 설계사 정산도 안 한 상태에서 쫒겨나
푸르덴셜, 하지도 않은 비속어까지 만들어서 제보자 모함

  • 기사입력 2020.12.24 15:24
  • 최종수정 2020.12.24 17:50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전국 2천여 명의 LP들이 모인 필드협의회는 11월 26일부터 민 대표와의 대화를 요구하며 릴레이 시위를 펼쳤다.(사진=환경경찰뉴스)
전국 2천여 명의 LP들이 모인 필드협의회는 11월 26일부터 민 대표와의 대화를 요구하며 릴레이 시위를 펼쳤다.(사진=환경경찰뉴스)

 

해촉된 텔레마케터(TM)들의 수수료 부당 환수문제로 논란을 키워 온 KB가 이번에는 푸르덴셜생명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면서 부당해촉 문제와 내부 갈등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터진다. 27년 간 푸르덴셜생명 보험에 종사하면서 고객을 위해 최일선에서 뛴 한 보험 설계사의 억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푸르덴셜생명, KB금융 편입 이후 LP에 몰아친 칼바람

올 4월 푸르덴셜생명이 매각을 최종 결정하고 9월 1일자로 KB금융그룹의 자회사로 새롭게 편입되면서 푸르덴셜생명에는 민기식 전 부사장 겸 DGB생명 CEO가 새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그룹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 보험사에는 그야말로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전국 13개 지점이 폐쇄되고 거기에 딸린 300여 명의 매니저와 전속설계사인 라이프플래너(LP)들이 강제 이전되며 곳곳에 흩어졌다. 20년 이상 푸르덴셜생명의 파트너로서 일하며 공로를 인정받아 최고 커리어등급 대우를 받아왔던 명예라이프플래너(ExLP)들은 집무 공간인 부스를 철거 당하고 지점이 통폐합됐으며 보수 시스템까지 개편됐다. 이 모든 과정이 불과 3개월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다.

13개 지점의 소속 명예라이프플래너들에게는 사실상 계약해제 명령이 떨어졌다. 원하는 지점을 선택해 갈 수는 있지만 그 지점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면 결국 그만둬야 한다는 식으로 오랜 파트너들을 사지에 내몰았다.

이에 분노한 전국 2천여 명의 LP들은 푸르덴셜생명 매각 결정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인 필드협의회를 조성해 지난달 26일부터 푸르덴셜타워 본사 앞에서 민 대표와의 대화를 요구하며 10인 이내의 릴레이 형식 시위를 개시했다. 필드협의회는 “규정도, 원칙도, 소통도 없다. 상호존중의 파트너쉽은 온데 간데 없고 푸르덴셜생명 구성원들이 소중하게 지켜온 미션과 코어밸류가 흔들리고 있다”라며, “경영진이 보인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들과 필드협의회의 대화요구 묵살, 상품 시스템 제도 등 개선되지 않는 영업환경 등에 대한 CEO와의 마지막 대화를 요청한다”라고 읍소했다.

필드협의회의 12일간 릴레이 농성에도 민 대표는 일체 불통으로 응했다. 결국 시위는 코로나19 확산 속에 잠정 중단됐고 계약해제를 요구받은 13명의 지점장들은 대부분 울며 겨자먹기로 20년 이상의 공로를 단돈 6천만 원~1억 원의 보상으로 맞바꾸며 그만두기에 이르렀다.

 

27년 동고동락 파트너 한 순간에 보내버리는 보험사 부당해촉 논란 

명예라이프플래너(ExLP) A씨는 푸르덴셜생명의 계약해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최근 본사로부터 부당하게 해촉 통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사진=환경경찰뉴스)
명예라이프플래너(ExLP) A씨는 푸르덴셜생명의 계약해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최근 본사로부터 부당하게 해촉 통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사진=환경경찰뉴스)

이 뿐만이 아니다. 계약해제 요구를 거부하고 남기로 선언한 명예라이프플래너가 부당하게 해촉당하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해촉 통지를 받은 명예라이프플래너, A씨는 1994년 푸르덴셜생명에 입사해 27년간 800명이 넘는 고객을 관리하며 180억 원 이상의 이익을 회사에 기여한 사실상 창립맴버나 다름없는 동업 파트너였다. 고소득 설계사들이 모여 강한 공신력을 갖고 있는 전문가 단체 MDRT(Million Dollar Round Table)의 소속이기도 하다.

푸르덴셜생명은 A씨가 회사에서 버티고 있자 1년도 더 된 일을 들어 해촉 명분을 만드는 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다원지점에서 일하던 A씨는 당시 계약해지 권고를 거부하고 대륜지점으로 강제 배정된 상태였다. 회사측은 2019년 8월 A씨가 지점 사무실에서 라이프플래너의 업무를 도와주는 FSS(Field Service Specialist)에게 폭언을 하고 우산과 가방을 집어 던지는 등 위협적인 행위를 했다는 과거 한 사건을 끄집어내 해촉 사유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푸르덴셜생명 관계자는 “해당 라이프플래너의 수차례 욕설과 폭언 및 폭력 행위로 지점 직원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아 업무 마비에까지 이르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자의 주장은 상당 부분 와전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당시 거액을 맡긴 고객이 보험료 추가납입 문의를 해 지점에 답변을 요구했는데 잘못된 답변을 주면서 고객에게 혼란을 줬다. 어렵게 모셔온 고객인데 이처럼 무성의한 FSS의 태도에 화가 나 언성을 높였던 것이다. 실제로 욕을 하지도 않았고 우산과 가방도 FSS가 앉아있는 데스크와는 많이 떨어진 SM의 자리로 던졌다”라며, “그 때 SM(Sales Manager)의 중재로 사과의 쪽지와 꽃다발을 전달하며 종결지었던 일인데 지금와서 이를 들먹이는 의도를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푸르덴셜생명은 A씨를 해촉하기 위해 여러 트집을 잡았다. A씨와 업무 소통 부재로 여러번 충돌을 일으켰던 본사 직원 B모 FSS의 업무처리 과정에서 고객의 의무기록사본 요청을 제때 처리하지 않아 고성이 오갔던 일 역시 끄집어내 "직원에게 폭언"을 했다는 이유로 해촉사유로 꼽았다.

A씨는 이에 대해 “회사의 주인이 바뀐 후 본사는 고객의 업무요청을 오로지 FSS라는 창구만을 통하게끔 하게 만들어 놨다“라며 “설계사는 직원도 아닌데 일일이 FSS에게 스케줄을 보고해야 했고, 고객과의 마찰도 FSS의 잘못된 업무처리로 빈번히 발생됐지만 이부분에 대한 애로사항 개선은 뒤로하고 고객 앞에서 무릎끓고 사죄해야하는 보험설계사의 고성만을 트집잡았다“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푸른덴셜생명은 A씨의 보험영업을 교묘히 방해하기까지 했다.

A씨는 “보험설계사에게 명함은 영업에 있어서 신뢰이고 생명이다“라며 “당장 영업를 위해 명함이 필요한 상황에서 내가 MDRT에 소속된 사실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본사 직원이 받아주지 않았다“라며 “비서실 통해 민 대표에게 면담도 요청해봤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라고 성토했다.

그는 현재 푸르덴셜생명보험사로부터 해촉 당한 일로 조증이라는 정신질환까지 앓고 있다.

푸르덴셜생명 LP 해촉 심의위원회 관련 A씨의 소명서. A씨는 심의위원회에 수차례 소명과 증인 신청을 요청했지만 모두 묵살된 채 해촉됐다.(사진=환경경찰뉴스)
푸르덴셜생명 LP 해촉 심의위원회 관련 A씨의 증인 신청. A씨는 심의위원회에 수차례 소명과 증인 신청을 요청했지만 모두 묵살된 채 해촉됐다.(사진=환경경찰뉴스)

A씨는 해촉이 결정되는 본사의 심의위원회에서 부당한 사유를 해명하기 위해 증인 요청을 수차례 했지만, 푸르덴셜은 이를 묵살하기까지 했다.

A씨는 “심의원회 참석 위원 모두 민기식 대표와 그 같은 편으로만 구성됐다. 내가 증인으로 신청한, 내 의견을 대변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결국 심의원회는 전원 찬성으로 단 하루만에 A씨의 해촉을 결정했고, 지난 16일 계약이 강제 해지됐다.

심지어 기존 위촉계약 해지 사유에 있지도 않던 폭언에 관한 계약 위반 사항을 A씨의 해촉 결정 이후 본사가 세칙에 임의로 넣은 사실이 발각되며 논란이 커지는 분위기다. A씨는 “그동안 LP 일을 하면서 다른 지점과 유대감을 형성했고 업무능력을 칭찬받기도 했다. 민 대표와 회사의 이같은 만행은 지금까지 내가 일해온 것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인격살인이다”라고 지적했다.

해촉 이후 그동안 발로 뛰며 일해온 A씨가 받아야 할 지급분에 대해 정산조차 제대로 이루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는 이에 대해 푸르덴셜측에 물어봤지만 관계자는 끝내 답을 주지 않았다.

기존 세칙의 위촉계약해지 사유에는 '폭언'이라는 세칙은 없었다. 푸르덴셜생명이 A씨를 해촉한 이후 후에 세칙을 변경한 사실마저 드러났다. (사진=환경경찰뉴스)
기존 세칙의 위촉계약해지 사유에는 '폭언'이라는 세칙은 없었다. 푸르덴셜생명이 A씨의 해촉을 통지(12월 1일)한 이후에 세칙을 변경(12월 7일)한 사실마저 드러났다. (사진=환경경찰뉴스)

A씨는 11일 국가인원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부당해촉과 당시 심의위원회 및 전 경영권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푸르덴셜생명에 2주간 자율조정기간을 부여한 상태이며, 조정이 안될시 직접 개입해 A씨의 소명을 들을 예정이다.

한편 푸르덴셜생명은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 1989년 국내 설립한 생명보험회사로 라이프플래너라는 직책을 만들어 4년제 대졸출신 전문 컨설턴트를 탄생시켰다. 부업거리 정도로 여겨지던 보험설계사를 고소득 전문직 반열에 올려놓은 역사깊은 보험사로 평가받고 있다.

전국 LP들은 그동안 전례없던 푸르덴셜생명의 부당 해촉 논란이 KB금융지주로 편입된 이 시점에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리 예고된 물갈이 작업이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KB금융지주는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보험의 만 20년 이상 근속 직원에게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이 타이밍에 푸르덴셜생명의 새 CEO로 취임한 민기식 대표는 이미 보험설계사들 사이에서 이른바 칼잡이로 유명하다. 2019년 DGB생명 대표이사 재직 시절 전체 38개 점포 가운데 대부분을 정리하고 5개 점포만 남겨놓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행한 바 있다.

전국 2천여 명의 LP들이 모인 필드협의회는 11월 26일부터 민 대표와의 대화를 요구하며 릴레이 시위를 펼쳤다.(사진=환경경찰뉴스)
전국 2천여 명의 LP들이 모인 필드협의회는 11월 26일부터 민 대표와의 대화를 요구하며 릴레이 시위를 펼쳤다.(사진=환경경찰뉴스)

 

KB생명보험 부당환수 더불어 이율배반적행위 논란 대두

KB금융지주의 또 다른 보험부문 자회사 KB생명보험은 줄곧 부당환수 논란의 중심에 있어왔다. 보험사의 이율배반적행위 논란과 관련해 이번 부당 해촉 사태에도 같은 비판의 시선이 이어진다.

본지는 지난해 11월 KB생명보험이 해촉된 텔레마케터(TM)들에게 무더기로 환수작업을 강행한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KB생명보험은 환수에 대한 자세한 설명 및 명확한 근거도 없이 위촉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TM들에게 막대한 수수료에 이자까지 더해 환수를 요구하고 법적 소송을 남발했다.

특히 취업이 고픈 20, 30대 사회초년생들을 고액연봉 미끼로 끌어들여 TM과 보험설계사를 모집하고 전문 자격증과 교육도 없이 현장으로 보내 상품판매에 열을 올리며 불완전 판매를 야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1년을 채 넘기지 못하는 철새형 설계사 및 TM을 이용해 이익은 챙길대로 다 챙기고 해촉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이들에게 떠넘기는 보험사의 갑질 행태에 큰 비난이 일었다.

실제로 KB생명보험은 2018년 생보업계에서 가장 높은 불완전판매율(0.96%)을 기록했으며 1년을 넘는 설계사 등록정착률은 23.9%로 생보사 평균 수치인 37.2%에도 미치지 못했다.

 

푸르덴셜생명 홍보팀의 뻔뻔한 민낯

본지가 푸르덴셜생명 관계자에게 A씨의 욕설 사실 확인 여부를 되묻자, 이 자는 말을 돌리며 더 이상의 답변을 주지 않았다.(사진=환경경찰뉴스)
본지가 푸르덴셜생명 관계자에게 A씨의 욕설 사실 확인 여부를 되묻자, 이 자는 말을 돌리며 더 이상의 답변을 주지 않았다.(사진=환경경찰뉴스)

본지는 푸르덴셜생명 관계자에게 연락을 취해 이번 부당해촉 사건과 관련해 질의했다. 이 자는 해촉된 A씨가 FSS를 비롯한 직원들에게 “양아치”라고 욕설과 폭언을 수차례 일삼았다고 주장하며 기자에게 그대로 기사를 쓰라고 요구했다. 본지는 이 자의 말을 듣고 자칫 명예훼손에 휩싸일뻔했으나 제보자를 통해 알아본 결과 모두 거짓이었음을 확인했다.

본지가 관계자에게 재차 묻자 이 자는 “A씨에게 욕설을 들은 FSS는 저와 나이도 같은 여직원인데 정신적 피해가 심해 다시 말을 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기자님은 같은 여자로서 폭언과 폭력을 용납할 수 있습니까”라며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 채 허울뿐인 주장을 펼쳤다. 이 자는 A씨가 욕설할 당시 녹음 파일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본지가 사실 확인을 위해 요구하자 개인정보라며 끝끝내 보여주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본지는 “A씨가 해당 FSS에게 직접 물건을 던지며 면전에 대고 ‘양아치’라고 한 사실이 맞는지 확인됐냐”라고 되물었지만 이 자는 갑자기 해당 FSS라고 한 적 없다며 말을 돌린 뒤 더 이상의 답변을 주지 않았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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