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태’ SK케미칼·애경산업 전 대표, 1심서 무죄 선고

CMIT·MIT, 폐 질환 유발과 인과관계 입증 어려워
피해자측 “다른 상품이라고 무죄라니 말도 안 돼”

  • 기사입력 2021.01.12 18:42
  • 기자명 조희경 기자
(사진=(좌)SK케미칼, (우)애경산업)
(사진=(좌)SK케미칼, (우)애경산업)

2011년부터 수많은 사상자를 낳고 있는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의 홍지호 전 대표이사와 애경산업의 안용찬 전 대표이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두 대표와 애경산업·SK케미칼·이마트 관계자 등 11명에 대해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라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가 이 사건의 폐 질환, 천식 등 발생·악화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재판부가 2년여동안 심리한 결과 유죄가 선고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 가습기 살균제와는 위해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SK케미칼은 흡입 독성을 지닌 화학물질로 알려진 CMIT·MIT 성분으로 가습기 메이트를 만들었고 애경산업은 이를 판매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확인하기 위해 동물 실험과 역학 조사 등이 이뤄졌으나 폐 질환과 천식에 영향을 줬다고 결론을 내린 보고서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험을 실행한 교수와 전문가들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CMIT·MIT 사용과 사망 또는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취지의 진술이 없었다”라며, “일부 전문가가 사람에게 이미 폐질환 등이 발생했다는 전제를 하고 CMIT·MIT 성분의 영향을 확인하는 의미에서 동물 실험을 했지만 근거가 될만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그동안 환경부는 CMIT·MIT 함유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피해를 인정해왔다.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등은 처음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을 때 CMIT·MIT 함유 제품의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를 피했지만 유해성에 대한 학계 역학조사 자료가 쌓이면서 2018년 검찰 재수사가 시작됐고 관계자들이 순차적으로 기소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상반된 재판 결과가 나오면서 피해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판결 직후 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다른 상품이라는 이유로 애경과 SK케미칼이 무죄라니 말이 되느냐”라고 반발했다. 앞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등을 원료로 사용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 등 관계자들은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환경경찰뉴스 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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