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더운 것보다 차라리 추운 겨울이 좋은 붉은점모시나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에서 Ⅰ급으로 상향 지정
태생적으로 더위 못 견뎌...지구온난화 인해 멸종 위협

  • 기사입력 2021.01.29 15:09
  • 최종수정 2021.01.29 15:11
  • 기자명 고명훈 기자
붉은점모시나비. (사진=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 갈무리)
붉은점모시나비. (사진=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 갈무리)

여름잠을 자고 겨울에 부화하는 특이한 나비 애벌레가 있다. 더위를 끔찍하게도 싫어하는 이 친구는 붉은점모시나비다.

호랑나비과의 붉은점모시나비는 백색 반투명의 날개에 검정색 무늬가 있으며 뒷날개에는 검은테두리가 있는 붉은색 무늬가 2개씩 있다. 양지바른 풀밭에서 지내며 나무딸기, 엉겅퀴, 기린초 등에서 꿀을 빨아먹으며 산다.

보통 겨울동안 알에서 몸을 보호하다가 따뜻한 봄이 오면 날개를 펼치고 부화하는 다른 나비들과 달리, 붉은점모시나비는 여름이 시작되는 6월 중순경 알을 낳고 애벌레 상태로 7월부터 11월 말까지 나무 그늘 밑의 알 속에서 여름잠을 잔다.

11~12월 한겨울에 알을 깨고 나온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는 겨울철 유일하게 살아남은 먹이식물 기린초를 먹으며 천천히 성충으로 자란다. 그렇게 80일 정도가 지나면 허물을 벗고, 이 때부터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붉은 점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후 3번째 허물까지 벗고나면 5월 말쯤 어설픈 고치를 만들어 그 속에서 번데기로 바뀌고 6월이 되어서야 감춰왔던 화려한 날개를 활짝 펼치며 나비가 된다. 그러나 성충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붉은점모시나비는 생을 마감한다. 날개를 펼친지 일주일, 길어야 15일 안에 알을 낳고 죽는다.

붉은점모시나비가 따뜻한 봄과 여름, 햇살을 만끽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다른 나비들과 달리 알 속에서 애벌레로 숨어지내는 이유는 태생적으로 더위를 견딜 수 없는 종이기 때문이다.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의 알껍데기는 엠보싱 화장지처럼 올록볼록하게 생겼는데 이런 모습의 알에 탁월한 단열효과가 있어 알 속 애벌레가 45도의 높은 온도에서도 생존율이 91.7%에 달한다고 한다. 시원한 알 속에서 더위를 이겨내는 것이다.

반면 겨울에는 애벌레 몸에 내동결물질이 있어 어떤 추위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더위를 못 견디는 친구인데 최근 지구온난화가 점점 더 심해지면서 붉은점모시나비는 생명에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2년 붉은점모시나비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한 데 이어, 상황이 더 심각해지자 2018년에는 한 단계 더 높은 Ⅰ급으로 재지정했다.

다른 나비들에 비해 번식률이 낮은 점도 멸종위기에 한 몫 한다. 호랑나비가 1년에 3번, 배추흰나비가 4~5번 번식하는 것에 비해 붉은점모시나비는 1년에 단 한 번 번식한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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