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예비군 훈련 거부 사유에 ‘개인적 비폭력 신념’ 최초 인정

종교적 이유 아닌 개인 신념 인정한 첫 판례
재판부 “비폭력 신념 구체적이고 일관돼”

  • 기사입력 2021.02.25 18:26
  • 기자명 고명훈 기자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사진=픽사베이)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사진=픽사베이)

“나는 폭력이 싫어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합니다”라는 주장이 법으로써 인정됐다. 종교적 이유가 아닌 개인의 평화·비폭력 신념을 예비군 훈련의 거부 이유로 정당하다고 판단한 첫 번째 판례가 됐다.

25일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예비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도덕·철학적 신념에 의한 경우라도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에 해당한다면 예비군법이 정한 정당한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2013년 2월 제대한 뒤 예비역에 편입됐던 A씨는 2016년 3월부터 2018년 4월까지 16차례에 걸쳐 예비군훈련과 병력 동원훈련 등을 비폭력 신념을 이유로 거부하면서 재판을 받아왔다.

A씨는 어린 시절 가정 폭력을 일삼았던 아버지에게 반감을 느끼고 비폭력주의 신념을 가지게 됐다고 주장하면서 폭력으로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무기를 들고 싸우는 군인들의 전쟁을 통해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일관된 태도를 보였다.

당초 병역도 거부했지만 가족의 설득으로 군사훈련을 피할 수 있는 화학 관리 보직에서 근무했던 A씨는 제대한 뒤 더 양심을 속이지 않기로 결심하고 예비군 훈련을 전면 거부했다. 이후 A씨는 국방부로부터 십여 차례 고발당하며 재판을 받았고 안정된 직장도 구할 수 없어 일용직이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유지해 왔다.

1심에서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이 구체적이고 일관된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으며 2심에서 역시 1심과 같은 판시를 내렸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종교·양심적 병역 거부를 정당한 병역 거부 사유로 간주한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라 종교가 아닌 개인적 신념에 따른 예비군훈련 거부도 처벌할 수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반면 비폭력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다른 두 사례에 대해서 대법원 1·3부(주심 박정화·민유숙 대법관)는 신념이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같은 날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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