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아름답지만 연약한 바다의 말, 해마를 지켜주세요

IUCN 적색목록 등재 및 CITES서 2급 지정 보호
정력제 등 특효약으로 잘못 알려져 무분별하게 포획

  • 기사입력 2021.03.02 17:04
  • 기자명 고명훈 기자
해마. (사진=픽사베이)
해마. (사진=픽사베이)

이번 시간에는 모두가 흔히들 알고 있지만, 결코 흔하지 않은 해양생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깊은 바닷속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유지하며 신비감을 뽐내는 바다의 말, 해마(Seahorse)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머리 모양이 육지의 말과 닮았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진 해마는 그리스로마신화에서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마차를 끄는 임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겨우 6~10cm 정도 되는 작은 실고기과에 속하는 해마는 실제로 힘이 좋고 발이 빠른 말과 달리 늘 비실 비실거리며 둥둥 떠 다닐 뿐이다. 등에 붙어 있는 지느러미 하나를 좌우로 움직이며 겨우겨우 헤엄치다가도 지치거나 약한 조류라도 만나면 혹시나 떠내려갈까 봐 산호 가지에 꼬리를 감고 매달리기 바쁘다.

언제 어디서 닥칠 위험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해마들은 몸을 의지할 만한 산호나 해조류 등이 사는 연안에 모여 살며 긴 주둥이를 이용해 동물성 플랑크톤이자 작은 새우 등을 먹고 지낸다.

해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오직 한 여자와 새끼들만을 위해 희생하는 수컷의 부성애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마는 일반적인 동물과 달리 일생을 일부일처제로 살며 암컷이 아닌, 수컷이 임신과 출산을 도맡는다.

번식기가 되면 수컷과 암컷은 서로의 꼬리를 감아 교미하고 이를 통해 암컷은 수컷의 배에 있는 육아낭 속에 알을 집어넣는다. 이때부터 수컷은 뱃속에서 약 2~4주간 수정란을 돌보며 새끼들을 부화시키고 새끼들이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 어느 정도 자라면 몸 밖으로 내 보낸다.

한 번에 많으면 수백 마리씩 나오는 새끼 해마들은 나올 때부터 이미 성체의 모양을 지니고 있으며 이로써 수컷 해마는 아빠로서의 책임을 다하게 된다.

새끼 해마들이 아빠의 뱃속에서 나올 때 물총에서 물이 나오듯 힘차게 나오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이를 순산의 의미로 생각해 오래 전부터 임산의 난산 해결과 정력 문제 해소에 해마를 특효약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 잘못된 생각은 오늘날 해마들을 멸종 위기에 몰아넣는 결과를 만들게 된다. 국제무역 자료에 따르면 1995년에만 최소 2천만 마리의 말린 해마가 전 세계적으로 유통됐으며 주로 중국 전통 약재나 그 관련 상품으로 활용됐다고 알려져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 고기를 잡다가 부산물로 잡히던 해마를 유통한 곳에서 해마만을 집중적으로 잡는 어업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해마에 대한 집중 포획이 진행되자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는 2004년 5월부터 해마를 2급으로 지정해 불법어업을 금지하고 있으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도 종류마다 등급은 다르지만 적색목록에 포함시켜 보호에 나섰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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