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인간의 허영심에 희생당하는 나일악어...“이제 그만 멈추기를”

IUCN 적색목록 관심(LC)종 지정
가죽 얻으려는 인간에게 무분별하게 포획

  • 기사입력 2021.05.06 16:04
  • 기자명 고명훈 기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사진=픽사베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인 소비가 침체했음에도 유독 고가의 명품 시장은 예외였다. 최근에는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층까지 명품 구매의 큰 손으로 등장하면서 명품 시장은 갈수록 성장해가고 있다. 명품 시장이 커질수록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는 끊임없이 희생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아프리카의 포식자, 나일악어이다.

나일악어는 서아프리카 악어, 난쟁이 악어, 중앙아프리카 긴코악어, 서아프리카 긴코악어와 함께 아프리카 대륙 및 마다가스카르에 자생하는 다섯 종의 악어들 중 하나다. 습지, 강, 호수, 연안에 서식하며 몸길이는 최대 7m까지 자라고 몸무게는 약 1톤으로 아프리카산 악어들 중에서 덩치가 가장 크며 공격성도 압도적이다.

이 탓에 다른 종들이 나일악어와 공존하지 못하는지, 나머지 네 종은 나일악어가 없는 아프리카 중서부에서만 발견된다. 주로 물고기를 잡아먹지만 건기가 되면 큰 육상동물(주로 포유류)로 시선을 돌린다. 건기 때는 물웅덩이가 희귀해져서 많은 동물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큰 악어들에게는 아프리카 코끼리같이 지나치게 큰 동물이 아닌 이상 물가에 내려오는 모든 동물이 표적이 된다.

위험한 맹수라곤 하지만 현재 나일악어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나일악어를 적색목록 중 관심(LC)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20세기부터 악어가죽이 명품에 희귀성이라는 이유로 나일악어는 마구잡이로 포획돼왔다. 남획이 한창이던 1950년~1970년 사이에는 무려 300만 마리의 나일악어가 인간에 의해 학살당했는데 이는 현존하는 나일악어의 총 개체 수보다 12배는 더 많은 수준이다.

그 결과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여 1795년 모든 악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등록되어 국제적으로 관리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야생에서 잡은 악어가죽 거래에 규제가 생기면서 가죽 채취를 위해 가죽을 소비하는 명품 패션 업체, 기업들은 최상급 가죽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악어 사육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 산업의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UN환경계획이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평균 1백만 마리가 넘는 악어가 30여 개국에서 수출되었다고 한다.

과연 이렇게까지 악어를 무분별하게 희생시켜가면서 가죽을 얻어야 하는 것인가? 야생에서 포획당하든지 사육한다든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생산된 악어가죽은 고작 시계 밴드, 벨트, 지갑, 소품, 가방, 신발, 의류 등의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되고 있다.

인간의 허영심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인간의 욕심으로 동물이 멸종하지 않으려면 동물은 소비되는 물건이 아닌 존중을 받아야 하는 독립된 생명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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