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죽고 싶어 합니다”...중학생의 도 넘는 학교 폭력

가방셔틀에 제설제 강제로 먹이기도
’학교 대처 미흡’...충북도, 현장조사 착수

  • 기사입력 2021.05.06 17:45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충북 제천의 한 중학교에서 지난해 중순부터 1년 가까이 학교 폭력이 발생했다는 청원이 올라오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청원은 올라온 지 사흘 만인 6일 오후 4시를 기준으로 2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피해 학생 부모인 청원인은 지난 1일 ‘아이가 자살을 하려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통해 “작년 2학년 2학기가 시작되면서 폭행과 괴롭힘이 시작돼 지난달 23일까지 무려 1년 가까이 지속됐으며 주변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고 폭로했다.

부모가 가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우연히 가해 학생의 SNS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게 되면서 부터이다. 영상 속에서 자신의 아이가 겁에 질린 모습으로 동급생 가해자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하며 일명 ‘가방셔틀’을 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놀란 부모는 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물었고 어렵게 털어 놓는 아이의 이야기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이 밖에도 청원글에는 “제설제와 눈을 섞어 강제로 먹였다“, “손바닥에 손 소독제를 붓고 불을 붙였다“, “학교 담장을 혀로 핥으라고 했다“는 등 가학적인 사례들이 담겨 있다.

결국 부모가 학교에 찾아가고 나서야 조사가 시작됐으며 학교 측은 지금까지 지목된 가해 학생 7명을 출석 정지하는 한편, 학교 폭력과 교사 대응 문제들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 학생 부모측은 학교측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했다. 청원인은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에 연루된 학생 중 ‘공부를 잘한다’ 또는 학교의 임원진이라는 이유로 심의를 거치지 않으려 했으며 중립을 지켜야 하는 학교와 담임선생님은 사건을 축소 무마시키려 하는 것 같다”라며, “피해자 입장인 우리에게 제대로 된 증거를 가져오라는 식으로 말을 한다”라고 주장했다. 

학교폭력 사안은 통상적으로 학교 자체 조사가 먼저 진행된 뒤 이를 바탕으로 교육지원청이 학교폭력심사위원회를 열어 피해 학생 보호방안, 가해 학생 징계수위를 결정하는 식으로 다뤄지지만 이번 사안에서는 학교 측이 학교폭력을 인지하고도 묵인,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도 교육청이 직접 현장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청원인은 “아직 아이가 과거의 사건들을 생각하기조차 힘이 들어 괴롭힘과 폭행의 경위를 다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라며, “너무 힘이 들어 자살 시도까지 수차례 했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호소하기로 마음먹었다”라고 토로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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