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국책사업으로 인해 발생된 인재”

활성단층 지역에 무리하게 지열발전소 건설
지열로 만들어진 수증기가 단층 자극해 지진 촉발
포항시민 국가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제기

  • 기사입력 2019.03.21 19:05
  • 기자명 공성종 기자
(사진=넥스지오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넥스지오 홈페이지 갈무리)

경북 포항시에서 2017년 11월 15일 일어난 규모 5.4 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 영향을 받았다는 정부 연구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포항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당시 큰 피해를 낸 포항지진이 사전 준비 없이 추진된 사업으로 빚어진 인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사업을 추진한 전 정부에 대한 책임론도 급부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포항 지열발전소는 2010년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시절 ‘MW(메가와트)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이라는 이름의 국책사업으로 추진됐다.

이는 ㈜넥스지오가 사업 주관기관으로 참여했고 포스코, 이노지오테크놀로지, 지질자원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 서울대 등이 연구에 참여했다. 정부 연구개발 사업을 관리하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사업 진행 상황을 보고받는 전담기관으로 민·관이 합작한 대형 사업이다.

이 사업은 민·관이 총 473억원(정부 195억원, 민간 278억원)을 투자해 2015년까지 포항에 지열발전소를 건설·실험하는 것으로, 2012년 9월 25일 포항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서 기공식을 했다. 따라서 2017년 11월 15일 포항지진 당시 지열발전소는 90% 완공된 상태로 상업운전을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그전부터 주기적으로 땅에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작업을 반복해왔다.

아울러 포항지열발전소는 지하 4km 내외까지 물을 내려보내 지열로 만들어진 수증기로 터빈을 돌린다. 이를 위해 땅속 깊이 들어가는 파이프라인을 깔고 라인을 설치할 구멍을 뚫는 과정에서 물을 주입하고 빼는 작업을 반복했고, 이런 작업이 단층을 자극해 지진을 촉발했다는 게 조사단의 판단이다.

특히 포항은 경주, 경남 양산, 부산 등지와 연결된 활성단층 지역이고, 지반이 약한 퇴적 지역이라 지진 발생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따라서 포항지진은 사전 지질조사로 활성단층을 확인해 적합한 부지를 선정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에 대해 “정부가 시민이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철저한 진상조사로 지열발전소와 지진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진 피해복구 지원, 특별재생사업 발표는 근본대책으로 보기 어렵고 시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이 입은 정신적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트라우마 치유공원 등을 설립해야 한다.”며 “시민을 대표하는 범시민대책기구가 구성되는 대로 시민 의견을 수렴해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포항시의회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포항지진 모든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고 포항 특별재생사업을 신속하게 지원해야 한다.”며 “사업 진행 과정과 부지선정 적정성 감사와 사법기관 수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포항지역 재건 특별법을 제정하고 지속적인 추진을 위한 범정부적 기구를 발족해야 한다.”며 “지역경제 회생을 위한 국책사업 우선 배정과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고 기업 유치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절차적으로 혹은 부지선정 단계에서 적절하게 추진했는지 엄정하게 조사하겠다.”며 “연구 컨소시엄에 다양한 기관과 주체들이 참여하고 있어 각 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충분히 조사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항 지진사태가 예방 가능했던 인재로 드러남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안전강화에 힘쓸 것으로 보이며 성난 포항 민심을 어떻게 수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환경경찰뉴스 공성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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