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SK·현대 3세 마약파문, 금수저들의 타락

특권의식이 낳은 마약사태, 이대로 간과할 것인가

  • 기사입력 2019.04.03 16:13
  • 최종수정 2019.04.03 18:33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YTN뉴스 영상 갈무리)
(사진출처=YTN뉴스 영상 갈무리)

소위 금수저로 불리는 재벌가 자제들의 마약사건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번에는 SK와 현대가의 3세들이다. SK그룹 창업주의 손자 최영근 씨와 현대그룹 창업주의 손자 정 모 씨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변종마약을 구매하고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투약한 마약은 환각성이 대마초에 40배나 달하고 가격도 1g당 15만 원인 고농축 액상 대마이다.

이중 최 씨는 지난 2일 경찰에서 혐의내용을 인정했다. 경찰은 최 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국립과학수사원에 최 씨에 대한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현재 해외체류 중인 정 씨는 경찰이 강제소환을 추진 중이나 귀국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이들의 일탈은 지난 2월 마약 판매상 이 씨가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면서 드러났다.

재벌가 자제들의 마약파문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에 혐의를 받고 있는 현대가의 손자 정 모 씨의 여동생도 2012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경찰에 적발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비단 재벌가뿐만이 아니라 정치계도 이번 마약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남경필 전(前) 경기도 지사의 장남과 자유한국당 김무성 국회의원의 사위가 마약 투약혐의로 구속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줘야 하는 사회지도층과 재벌가 자녀들의 마약사건이 그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회 각층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벌가 자녀들의 성장환경에서 원인을 찾는다. 이번 최 씨와 정 씨 두 사람의 경우, 해외유학파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데다 해외는 우리나라보다 마약구매가 쉽다. 그들의 넉넉한 주머니 사정도 마약의 유혹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재벌가 자제들과 대다수 일반 시민들이 마약투약을 했을 때 나타나는 간극 차이가 있다. 사회 통념상 마약투약은 보통 사람들에겐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야기하는 치명적인 일탈이다. 현실은 달랐다. 소위 부유층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그 여파는 한없이 가벼웠다. 직장에서 쫓겨난 것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하지도 않았다. ‘누가 나를 건드리겠냐’라는 그들의 비뚤어진 특권의식과 우월의식은 이들의 일탈을 더욱 부추겼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재벌들 자제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다.

(사진출처=MBC뉴스 영상 갈무리)
(사진출처=MBC뉴스 영상 갈무리)

심각한 상류층 범법행위, 강력한 법적처벌 필요

남양유업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로 알려진 황하나(31)씨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혐의를 받았지만 단 한 차례도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황 씨는 2015년부터 마약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있었으나 당시 소환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봐주기 수사’ 의혹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것은 2016년 마약투약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조 모 씨에게 선고된 서울고법의 확정과는 대조된다. 그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러한 논란이 뒤늦게 일자 경찰은 3일 유착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김무성 국회의원의 사위 이 모 씨도 마약투약혐의로 기소되었으나 2014년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항소를 포기하며 1심 선고를 수용했다.

이제 재벌가 3세들의 일탈을 이대로 묵고할 수만은 없다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2일 환경경찰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라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으며 수사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재벌가 3세의 도덕적 해이와 그룹 차원의 대책 마련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회피했다. 기업자체도 대책 마련에 미온적인 상황이다.

재벌가 3세의 마약사건은 엄벌백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꾸라지처럼 수사망과 법망을 빠져나가는 이들의 행태는 기업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사회적 악영향을 끼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박탈은 재벌가들의 특권의식과 우월의식이 야기한 비참한 기업의 말로를 보여준 대표적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조 회장 일가가 보여준 재벌 갑질과 인성 논란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고 결국 조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기업의 흥망성쇠가 자녀교육에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최근 논란이 끊이지 않는 버닝썬 사건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특권층의 죄의식 없는 부도덕한 행위와 불법이 경찰의 보호 아래 행해지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에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수저논란으로 국민들 간에 경제적, 사회적 위화감이 커져가는 요즘이다. 또한 재벌가의 끊임없는 갑질로 그들의 인성과 자질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가는 이때, 이들을 향한 여론의 날카로운 비판은 이구동성으로 “공정한 수사와 적법한 판결만이 마약파문을 근절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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