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 속에도 황창규 KT 회장 연봉 '고공행진'

경영실적 하락에도 불구, CEO 경영평가 ‘최우수’
KT 새노조 "경영진의 무능함과 도덕적 해이" 강도높게 비난

  • 기사입력 2019.04.10 10:35
  • 최종수정 2019.04.10 10:37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KT전국민주동지회)
(사진출처=KT전국민주동지회)

황창규 KT 회장이 2020년까지 연임이 확정된 가운데 KT새노조(위원장 오주헌)는 황 회장의 고액 연봉과 성과급이 지나치게 과하다고 주장해 이목을 끌고 있다.

황 회장은 2014년 취임 이후 매년 연봉이 인상돼, 2017년까지 총 71억이 넘는 돈을 받았다. 매년 평균 18억 원의 연봉을 받은 셈이다. 이에 대해 KT새노조 측은 황 회장의 경영능력과 KT의 경영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받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황 회장이 2018년 ‘최우수’ CEO 경영평가를 받아 성과급 명목으로 만여 주의 주식(3억여 원 상당)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4분기 아현 화재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세가 뚜렷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우수’ 평가를 받은 것에 대해 KT 새노조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사내 대다수 직원들은 ‘보통’의 평가를 받았고 직원들의 평균 임금 인상률도 4%에 불과하다.

(사진출처=KT새노조)
(사진출처=KT새노조)

KT새노조는 황 회장 취임 이후 지난 4년간 회사의 실적과 주가, 시장 점유율 모두 이동통신 3사 중에서 최하위였음을 꼬집었다.

2014년~2017년 KT의 연평균 영업이익은 9250억 원으로 전 이석채 회장 재임기간인 2008년~2013년의 평균 영업이익 1조 3900억 원보다 저조하다. 서비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 역시 4.6%로 전임 회장 때의 8.04%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평균 주가도 3만 8349원에서 3만 748원으로 19.8% 하락했다.

황 회장은 취임 초기 2014년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3만 명이 넘는 직원을 2만 3000명으로 대폭 줄였다. 당시 KT재무실장으로 재직 중이었던 김인회 부사장은 인건비 감소액이 연간 7000억 원 대에 이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기 요인들을 감안하면 황 회장 재임 기간 동안 거둔 실제 영업이익은 1조 원대 미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설상가상 이동통신 점유율이나 초고속 인터넷 점유율 모두 경쟁사에 비해 하락한 상태다. 2009년 31.17%이었던 이동통신 점유율(알뜰폰 및 loT제외)이 2017년 28.57%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초고속 인터넷 점유율(이통3사 기준)도 52.19%에서 48.62%로 하락했다.

황 회장이 취임한 후 단 한 해도 점유율이 상승한 적이 없었다. 통신 본연의 경쟁력 회복을 강조했던 황 회장의 구호와과는 상반된 결과다.

KT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엄밀하게 말하면 황 회장이 통신 본연의 경쟁력을 회복했기 보다는 비(非)통신 사업과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그동안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의 경영능력은 과대평가 받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황 회장의 ‘최우수’ 경영평가는 어떻게 된 것일까

KT새노조는 3월 28일 ‘황의 반칙 보고서’라는 문건을 공개하며 KT경영진의 엉터리 경영 평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KT CEO 경영평가는 이사회 내 ‘평가보상위원회’에서 의결한다. 매해 연초에 계량지표와 비계량지표를 합한 경영목표를 전략기획실 제출하면 이것을 연말에 ‘평가보상위원회’가 평가한다.

문제는 이사회의 80%가 황 회장의 측근이라는 점이다. 노조에 따르면 사내이사인 임헌문(KT매스)총괄과 구현모(KT 경영지원총괄)사장은 황 회장이 추천한 인물이며, 사외이사 8명 중 6명이 황 회장과 대학 동문이다. ‘평가보상위원회’가 황 회장의 경영평가에 좋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황 회장은 지난해 95점에 가까운 경영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황 회장의 연봉과 경영평가는 회사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정확하게 책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아현화재 보상은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고 불법 정치자금 논란도 수사가 끝났으며 인사채용비리는 전임 회장의 일이지 황 회장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KT 새노조는 3월 29일 KT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KT연구개발센터 앞에서 입장문을 내고 “이날 주총에서 황 회장과 경영진들의 성과급 잔치가 된다면 배임·횡령으로 간주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아현화재로 인한 통신대란으로 KT는 국민 밉상이 됐을 뿐 아니라 김성태(자유한국당) 딸 등 유력자 자제 채용비리, 고액 자문료, 불법정치 후원금 등으로 이제는 범죄 집단이라는 따가운 눈총까지 받게 됐다”며 경영진의 무책임과 도덕적 해이를 비난하고 황 회장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했다.

KT새노조는 지난달 26일 황창규 회장에 대해서 업무상배임죄, 조세범처벌법위반죄, 횡령죄, 그리고 뇌물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김성태 의원 딸의 부정채용 의혹과 관련해 지난 9일 KT광화문지사 경영관리부문장 사무실과 본사, KT서비스북부 등 3곳을 압수수색하고 추가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석채 전 KT 회장을 지난달 22일 피의자신분으로 소환조사했으며 추가소환을 예정했다. 더불어 김성태 의원 직접 소환 여부 및 황 회장 조사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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