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견 메이의 죽음, 서울대 비윤리적 동물실험 재조명

서울대 이병천 교수팀 ‘스마트 탐지견 개발연구’ 중단
직속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위원장도 사퇴

  • 기사입력 2019.04.18 23:40
  • 최종수정 2019.04.19 00:41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KBS뉴스 갈무리)
(사진출처=KBS뉴스 갈무리)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팀이 탄생시킨 복제견 ‘메이’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비윤리적 동물실험에 대한 파장이 확대되어 가고 있다.

‘메이’는 공항이나 항만 등에서 불법 농축산물 반입 시 검역에 동원되는 탐지견으로 5년 넘게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지부에서 검역 탐지견으로 활약했다.

지난 해 3월 서울대 이병천 교수팀은 ‘메이’를 데려가서 약 8개월 동안 동물실험에 이용하고 검역본부로 돌려보냈다. 그런데 돌아온 ‘메이’의 몰골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움푹패인 허리, 갈비뼈가 드러나는 몸통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비참한 모습이었다. 돌아온 이유도 동물실험 윤리위원회 감사기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메이는 9일 만에 서울대로 돌아갔고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메이’는 서울대의 ‘번식학 및 생리학적 정상성’분석 실험에 이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복제견 ‘동’이도 지난해 9월부터 이 교수팀의 ‘운동 후 심박수 변화 실험’에 이용됐다. 실험 후 이상증세와 심한 발작으로 생명까지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 지금은 마약성분의 약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는 검역본부에서 데려간 탐지견들을 실험에 이용했다. 대한민국 동물보호법 제24조에 의하면 국가나 인간을 위해 사역하거나 사역하고 있는 동물은 동물 실험이 금지돼 있다. 국가와 인간을 위해 일한 복제견이 비윤리적 동물실험으로 죽어가는 안타까운 소식에 여론의 공분이 일고 있다.

비글네트워크(실험용 비글구조 단체)는 “국내 동물복제 권위자인 서울대학교 이병천 교수가 ‘스마트탐지견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나라를 위해 일하고 은퇴한 탐지견들에게 잔혹한 동물실험을 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글네트워크는 이 교수팀의 비윤리적 동물실험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동물위반법 위반으로 이 교수팀을 21일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한편 이 교수는 2년 전 식용개 농장에서 구매한 개로 복제견 실험을 한것이 알려지면서 비난을 받았다. 열악한 실험환경과 부실한 사후처리로 동물보호단체들의 항의를 받았고 이교수와 동물윤리위원회는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어떤 대책이 이루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이 교수팀은 농식품부의 지원을 받아 검역탐지 복제견 사업을 진행해왔다. 서류상에 필요한 개는 200마리가량이지만 복제실험을 위한 실험용 개가 어디서 얼마나 들어오는지는 여전히 의혹에 쌓여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 이하 농식품부)는 17일 언론에서 보도한 서울대학교 수의대 연구팀의 동물복제 관련 실험 건에 대하여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실험계획 심의 실시 시기·방식, 서울대의 자체 조사계획 등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등 해당 동물실험 수행과 과정·내용에 대한 자료 수집 및 조사에 착수했다.

농식품부는 서울대가 제출한 자료 등을 검토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를 포함한 점검반을 조속히 구성하여 현장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현장점검 결과 동물보호법 등 관련 법령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법령에 따라 제재할 계획이다.

아울러, 실험동물 관리, 실험동물윤리위원회 구성·운영 등 동물실험 관련 제도 개선방안을 전문가·유관기관 의견수렴, 관계부처와 협의 등을 통해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최근 논란이 된 이 교수의 '스마트 탐지견 개발 연구'를 중단시키고, 이 교수가 맡은 실험동물자원관리원 원장직 직무를 정지시키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 교수 관련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이 교수 본인을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되는 만큼 자료 확보 등을 위해 연구중단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이 교수가 맡고 있는 실험동물 관리를 총괄하는 실험동물자원관리원 원장직무를 19일부터 정지시킬 예정이다.

한편, 서울대의 이 같은 비윤리적 동물실험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동물실험윤리 위원회 박재학위원장이 18일 사임했다. 동물실험윤리 위원회는 서울대의 동물 실험을 관리· 감독하는 직속기관이다.

위원회는 최근 불거진 부당한 직원채용으로 노동조합의 항의를 받았고 직원채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행정업무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이 교수팀의 비윤리적 복제견 실험이 논란이 되면서 위원회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