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핫라인] 신(新)북방정책 핵심국 러시아, 유라시아진출 교두보 역할 주목 ①

신동방정책과 교합…북방항로 개척 등 경제협력 확대 추진

  • 기사입력 2019.04.22 08:39
  • 최종수정 2019.04.24 17:52
  • 기자명 이의정 기자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대통령이 양국의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사진출처=청와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대통령이 양국의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사진출처=청와대)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으로 신(新)북방정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신북방정책은 신남방정책과 함께 미국, 중국, 일본에 편중된 경제 동력을 확대하고 새로운 경제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정부의 핵심대외정책이다. 신북방정책은 러시아, 몽골, 중앙아시아 등 유라시아국가들과의 경제적 협력을 통해 경제 활력을 모색하고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북한비핵화에 대한 외교적 지지와 협력을 얻고자 하는데 그 목표가 있다. 신북방정책 핵심국가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중국 동북 3성·몽골·중앙아시아 5개국 등 총 14개국이다.

본지는 앞서 문재인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대해 살펴보고 핵심국가인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았다. 이번 연재에서는 신북방정책의 핵심국가인 러시아를 살펴보고 한-러 양국 간의 경제협력 분야와 성공적인 방향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광활한 대륙과 풍부한 자원의 나라, 러시아

러시아는 극동에서부터 동부 유럽까지 뻗어있는 광대한 대륙과 북쪽으로는 북극해, 동쪽으로는 태평양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토가 넓은 나라다. 총면적이 약1709만㎢로 세계 최대 수준의 다양한 광물과 석유, 천연가스 등이 매장돼 있다. 인구는 약 1억 3808만 명(2012년 기준)으로 다양한 문화와 인종으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이다. 과거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소련)이었을 때는 공산당 독재체제였으나 1990년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로 인해 민주화를 이루었다. 직선제를 기반으로 한 6년 중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고 현재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이다.

러시아는 한국과 역사적으로 인연이 깊은 나라다. 1860년 러시아 제국은 중국과의 베이징 조약으로 극동 연해주 지역의 영토를 차지함으로써 한반도와 국경을 접하게 되었다. 1863년 한인들이 국경 너머로 이주하기 시작하면서, 러시아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고려 사람이라는 뜻의 ‘까레이스키’라고 불렀다. 1937년 러시아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한인의 3분의 2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살게 되었고 현재 교민 10만여 명과 체류자 2천여 명이 살고 있다.

한국은 1990년 9월 당시 소련이었던 러시아와 첫 수교를 맺고 극동과 시베리아 지역의 자원 개발 분야를 비롯한 첨단 기술의 공동 연구 및 인력 교류, 금융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 협력을 하고 있다.

신북방정책의 중심국가, 왜 러시아인가

정부는 2017년 8월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러시아·몽골 등 북방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도모하는데 박차를 가했다. 특히 러시아는 신북방정책의 중심나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럼 왜 러시아인가.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러시아의 무궁무진한 경제성장 잠재력이다. 러시아는 인구 1억 3808명의 방대한 국내 시장과 풍부한 천연자원, 뛰어난 기초 첨단 과학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다소 경제성장이 주춤한 상태이지만 러시아의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다. 두 번째 이유는 한반도 영토와 국경을 바로 맞댄 나라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북한은 긴밀한 관계에 있는 나라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상황에서도 북한과 에너지, 전력, 철도, 항만, 해양, 북한 노동자 해외파견 관련 협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정치, 경제 분야 협력의 기틀을 강화했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호전되면 될수록 한국과 러시아의 경제협력은 더 확대되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열려지면 러시아의 진출이 용이해지고 러시아가 열리면 유럽이 진출이 쉬워진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는 한국과 비슷한 약1조 5천억 달러이다. 러시아와 한국의 교역규모는 약 190억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무역규모의 약1.5% 차지한다. 아직은 그 규모가 미미하지만 문재인정부의 러시아 진출계획은 야심차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제3차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 9개의 다리(9-bridge)를 놓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9개의 다리는 가스,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업분야로 유라시아를 연결할 9개의 다리를 통해 각 분야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여 양국 경제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한국은 미세먼지 경감과 환경문제로 석탄발전을 줄이고 LNG(액화천연가스)발전이 늘어나는 추세로 시내버스, 컨테이너 운반선도 LNG연료로 바꾸고 있는 상황이다. 자연히 LNG사용이 증가하고 있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LNG를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 러시아는 천연가스가 풍부한 나라이므로 앞으로 러시아에서 가스를 수입하고 대신 한국은 러시아에 LNG운반선을 수출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초로 쇄빙LNG운반선 개발하여 5조원 규모의 LNG쇄빙 운반선을 러시아에 15척 수주했다.

또한 2018년 7월 러시아·CIS(독립국가연합) 지역 최대 산업박람회인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국제산업전(INNOPROM)’에 600여개의 한국기업들이 참가하여 상생방안을 협의하고 비즈니스 교류 플랫폼의 기반을 구축했다. 예카테린부르크는 러시아 최대 공업도시로 시베리아 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가 지나가는 유라시아 물류의 허브이며 러시아 및 유럽 시장진출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한국은 캄차카반도에 농업과 어업분야에 진출하여 농식품가공사업에도 투자할 예정이다. 수산물가공공장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교류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캄차카반도는 러시아 극동지구에 위치하여 있는 극한지역으로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다. 따라서 세계 최대 호수 바이칼 호는 2500만 년간 자연의 상태로 오염이 되지 않았고 생태환경 보호 상태가 탁월하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 프리미엄 생수시장이 바이칼 호에 적극적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한국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러시아의 경제 진출 분야는 무궁무진하고 그 잠재력은 크다.

2018년 6월 22일 에는 한·러 혁신 플랫폼 구축 협약이 체결됐다.

러시아는 기초기술이 풍부하지만 제품을 생산하는 상용화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한국은 ICT 등 기술 상용화 노하우가 풍부하지만 기초기술 분야가 약하다. 한국의 상용화 기술력과 러시아의 기초기술을 결합하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기술협력 및 지원에 중점을 두고, 러시아의 기관 및 기업과 국내 중소기업을 잇는 방안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중소, 벤처기업들이 러시아의 원천 기술을 도입해서 우리의 생산기술과 결합시키는 R&D와 사업화 지원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수입 대체화와 서방제재 극복이 긴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다수의 국가와 FTA를 맺고 있는 한국을 통하면 수출통로도 확보할 수가 있게 된다. 국내 기업은 러시아 기초기술을 다양한 소비재에 적용해 상용화하고 러시아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은 러시아의 상용화 전진기지, 러시아는 한국의 기초기술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

러시아 진출은 한반도 물류 지도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남북 경제협력으로 북한을 거쳐 이동할 수 있는 육로가 확보된다면 한반도 종단철도(trx),중국횡단철도(TCR),몽골횡단철도(TMGR),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이용해 유라시아 전 지역을 아우를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기존 수에즈운하 노선보다 훨씬 경제적인 ‘북극항로’는 해상물류의 지도를 다시 쓸 수 있다.

한국이 러시아와 협력하는 이유는 이 ‘북극항로’를 선점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말하는 북극항로는 ‘북극해’를 지나가는 항로를 말한다. 북극항로는 북극해의 얼음이 녹는 7월에서 10월까지만 운송이 가능하다. 한시적인 운항 시기에도 불구하고 주목받는 것은 ‘경제성’ 때문이다. 북극항로를 통해 부산과 로테르담을 운항한다면 기존 수에즈운하를 통한 운항보다 운송 거리를 2만2000k에서 1만5000km로 줄일 수 있다. 운항 일수도 기존 40일에서 30일로 단축된다. 북극과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천연 지하자원과 광물자원의 수송도 원활해진다.

전문가들은 “북극항로만을 이용해서는 안 되고 철도 같은 육상운송을 연결하는 복합운송을 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부산에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혹은 모스크바로까지는 해상수송으로 43~50일이 걸리지만 철도를 추가하는 복합운송망을 이용한다면 25~35일로 단축할 수 있게 된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지난 6월 ‘신북방 정책 4대 목표, 14개 중점 과제’를 통하여 유라시아 복합 물류망으로 유라시아 대륙철도(TCR)와의 연계를 강화해 육로와 해운 복합운송을 강화하는 통합네트워크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의 물류 기업들은 발 빠르게 유라시아 전초기지 확보전에 나섰다. CJ와 한진, 대한통운 각각 중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에 진출하여 물류기지 확보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대한통운은 지난 3월 러시아 물류 기업 페스코와의 러시아 내 물류 사업(TSR)이용과 관련해 양해각서(MOU)를 맺으며 북방 물류 네트워크를 확대한 바 있다.

러시아도 한국만큼이나 물류길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푸틴 정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의 진출과 균형 있는 국토·경제 발전을 위해 ‘신동방 정책’을 수립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러시아의 극동 지역은 영토의 36%를 차지하는 광활한 지역이지만 열악한 기후와 낙후된 인프라로 전체 인구의 5%만이 거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극동 지역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풍부한 자원이 매장되어 있고 시베리아횡단철도·극동항만 등 유라시아 물류 루트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교통 인프라를 정비하고 각종 플랜트와 발전소 건설, 제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북방 정책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2년간 중단됐던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추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북한의 나진항과 러시아의 하산, 동해항로를 연결하는 물류 프로젝트로 남과 북, 러시아가 함께하는 협력 사업이다. 2016년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에 들어서자 중단됐다가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다시 전개됐다.

한-러 경제협력은 장기전, 세계경제변화 다각적 고찰필요

하지만 북방 물류 인프라 구축은 상당한 ‘장기전’이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을 갖춘 기업들만이 러시아 진출에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낙후된 북한의 철도와 해운 물류시설도 염두에 두고 북방 물류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한-러 경제협력은 단시간에 어떤 성과를 내기에는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제재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도 미지수고 러시아가 이 제재를 극복하고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여 침체된 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지도 알 수가 없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은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북한과 러시아, 한국과 북한의 다각적인 관계의 진행구도도 주시해야 한다. 한-러 경제협력과 투자에는 다각적인 고찰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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