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죽음의 계곡, 벨기에 뮤즈계곡의 비밀

이 기자가 전하는 역사적 환경오염 사건 Ⅰ
벨기에 뮤즈계곡의 대기오염 사건

  • 기사입력 2019.03.22 13:39
  • 최종수정 2019.05.03 10:57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아름다운 뮤즈계곡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사진출처=픽사베이)
아름다운 뮤즈계곡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사진출처=픽사베이)

오늘은 인간이 만든 최초의 대기오염 사건으로 알려진 ‘벨기에 뮤즈계곡 사건’에 대해 알려드릴까 합니다.

‘뮤즈(Meuse, 프랑스어로 Mass)’!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이름인데요. 뮤즈는 본래 강 이름이에요. 프랑스에서 시작해서 벨기에의 탄광지대를 거쳐 네덜란드까지 이르는 약 950km의 길이의 긴 강이고요. 뮤즈계곡은 뮤즈강이 만든 계곡입니다.

벨기에 뉴이로부터 레제에 이르는 뮤즈계곡은 100m정도의 완만한 언덕이 지붕이 덮여 있듯이 이어져 있는 분지입니다. 이곳엔 코크스제조공장, 제철공장, 제강공장, 유리공장, 아연제련공장, 황산제조공장 등의 공장들이 자리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뮤즈계곡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1930년 12월 1일부터 닷새 동안 이 지역엔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날이 이어졌는데요. 그러자 지상 80m의 높이에서 ‘기온 역전 현상’이 일어났답니다.

‘기온 역전 현상’이란 상층부로 갈수록 기온이 내려가는 것이 원칙이지만 반대로 상층부로 올라 갈수록 기온이 올라가는 현상이에요. 이러면 공기 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요. 그런데 이 지역에 있는 공장들 때문에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공장들이 토해낸 각종 오염물질과 안개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곡으로 스며든 거죠. 그 결과 높이 100m 폭 1km 길이 30km의 대형 스모그가 발생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그 당시 지역 주민들은 이게 뭔가 싶으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하네요. 그때까지만 해도 대기오염이 얼마나 무서운지 체감이 잘 안되기도 했고요.

하지만 3일째 되는 날, 결국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많은 주민들이 호흡기 이상을 호소하기 시작했답니다. 폐 통증,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인 환자가 6000명이나 발생했고 그중 63명이나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한 결과는 더욱 끔직했습니다. 사망자의 폐의 허파꽈리 세포에 검댕과 같은 모양의 입자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던 거죠. 공장에서 뿜어낸 오염물질이 인간의 폐를 오염시킨 겁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벨기에는 환경문제에 대해 새롭게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하네요. 뮤즈계곡처럼 기온역전현상이 일어나는 지역에는 공장을 지을 때 굴뚝 위치를 역전층의 고도보다 높이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다양한 대기오염 방지 규정과 국제 협약도 제정했고요.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 사용을 제재하기 시작했어요. 벨기에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전보다 더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도 포항시에 생활폐기물 에너지화 시설(SRF)의 준공을 앞두고 있어요.

그런데 이곳의 지형이 뮤즈계곡과 비슷한 분지라 환경 관계자들이 많은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우리나라에서 ‘제2의 뮤즈계곡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미세먼지로 숨쉬기 힘든 날이 점점 늘어나고 있죠,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모두 각별한 관리와 관심을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이 기자의 ‘세상에 이런 일이’였습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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