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전 사장 "강원 고성 산불 자연재해 아닌 인재(人災)"책임 인정

24일 고산군 토성면사무소 방문…이재민에게 무릎 끓며 사죄
비대위, "피해보상 미흡시 강력투쟁" 예고

  • 기사입력 2019.04.25 20:51
  • 최종수정 2019.04.25 22:46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 ceo 인사말 갈무리)
(사진=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 ceo 인사말 갈무리)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이달 초 강원도 고성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의 원인이 한전 설비에서 발화된 것을 인정하고 이재민들에게 사과했다.

지난 4일 고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원인이 한국전력의 과실로 밝혀짐에 따라 김 사장은 지난 24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사무소를 찾아가 이재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산불발생 20일 만이었다. 이재민들은 구체적인 배상 대책도 없이 뒤늦게 찾아온 김 사장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토성면 사무소에 마련된 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 공간에는 ‘고성한전발화 산불피해 이재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고성비대위)와 ‘속초산불피해 비상대책위원회’에 속한 이재민 150여명이 참석했다.

김 사장은 “강원지방경찰청의 산불 원인을 규명하는 수사 결과에 따라서 보상의 범위가 달라진다”고 전제한 뒤 “형사적으로 한전이 책임이 없다고 나온다고 해도 민사적으로는 한전의 역할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비대위와 지자체와 논의를 하겠다”며 이재민을 달랬다.

하지만 이재민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산불 발생한 지 한 참 후에야 내려와 소극적인 태도로 배상하겠다는 김 사장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노장현 고성 비대위 위원장은 “온 국민이 보았습니다. 한전이 가해자라는 것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한전이 모든 보상을 책임져야 합니다. 우리는 민사형사 모릅니다. 모든 책임은 한전에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김 사장은 비대위 위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이어갔다. 간담회를 마친 비대위는 한전과 테스크포스를 꾸려 보상 문제 등을 협의하기로 합의했다고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고성지역 이재민들과 간담회를 마친 김 사장은 한국전력 속초지사로 이동, 속초지역 산불 이재민들과 만남의 자리에서도 무릎 꿇고 사죄했다. 향후, 한전은 TF팀을 꾸려 산불 이재민 단체와 배상 등의 문제를 추가 협의할 계획이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원장 최영식)은 이번 고성 산불의 원인이 “특고압 전선이 바람에 떨어져 나가면서 발생한 ‘아크 불티’로 보인다”고 분석한 바 있다.

경찰은 바람에 의해 전신주의 개폐기 인입선(리드선)이 절단돼 떨어지면서 강한 불꽃이 일어났고 이 불티가 마른 낙엽과 풀 등에 붙어서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지난 23일 최초 발화 지점인 토성면 원암리 전신주와 배전센터를 관리하는 한전 속초·강릉지사를 압수수색하고 한전의 책임 여부를 수사 중이다.

고성군에 의하면 이번 산불로 413세대 95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2071억 원(잠정)의 재산피해가 났다. 특히 주민 1명이 산불 대피 과정에서 사망했다. 속초시에서도 이번 산불로 주민 79세대 173명이 집을 잃었고 1명이 숨졌다. 재산피해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상당수가 피해를 입어서 고성보다 피해 금액이 클 것으로 추정된다.

본지는 고성군 토성면 사무소와 통화해서 고성군의 이재민 지원현황에 대해 알아보았다. 고성군은 피해복구를 위해 전담반을 구성하고 토성면 사무소에서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고성군 관계자는 “아직 비대위내에서 구체적 보상범위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확실한 보상 범위와 내용은 알 수가 없다”면서 “현재는 고성군 차원에서 이재민의 생활안정과 피해복구 인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비대위는 25일 오전 강원 고성군 노송공원에서 모여 ‘고성 한전발화 산불피해 이재민 비상대책위원회’ 현수막을 들고 한전에 실직적인 보상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재민들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농업인, 산림, 외지 직장인 등도 피해 보상에서 배제돼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적극 피력하고 있다.

황윤희 비대위 임시위원장은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주민들은 산불 이전의 상황으로 원상복구를 요구한다”며 “주민들의 뜻이 관철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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