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 노량진 수산시장 강제집행, 누구를 위한 현대화인가

수협 노량진 현대화 사업 과정 투명하게 공개해야
상인들, 서울시 관리감독자 역할 수행 요구

  • 기사입력 2019.04.26 19:38
  • 최종수정 2019.04.26 20:15
  • 기자명 이의정
(사진출처=서부노련)
(사진출처=서부노련)

서울시의 전통적인 명소이자 수산물 판매의 메카, 노량진 수산 시장에서 또 다시 충돌이 일어났다. 시장 명의 변경 집행을 위한 강제 집행으로 이번이 5번째다.

25일 수협중앙회(이하 수협)는 노량진 구(舊)수산시장 명도집행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강제집행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법원 집행인력 270여명과 수협 관계자 100여명, 경찰 9개 중대 350여 명이 나와 긴장감을 감돌게 했다.

‘함께 살자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 등 1000여명(주최 측 추산)은 새벽부터 나와 법원과 수협의 강제집행에 대응했다. 고령의 상인들은 팔짱을 끼고 인간띠를 만들어 집행관들이 시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았다.

이 과정에서 강제집행 인력과 상인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몇몇 상인들과 수협직원이 부상을 입었다.

상인들은 “수산시장은 내 인생의 전부다. 가족을 먹여 살리려 수십 년 동안 장사했다”며 울부짖었다.

이날 강제집행으로 시장 내 활어 보관장이 봉쇄됐다. 당초 폐쇄하기로 한 수산물 판매장은 추후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상인들은 이날 수협이 용역직원을 고용해 명도집행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명도집행은 집행관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데도 용역을 고용했다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본지는 수협과 통화를 시도하여 강제집행 과정에 불법이 없었는지를 물었다.

수협관계자는 용역을 고용한 적은 없으며 명도집행은 법원의 소관이지 수협의 일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이 발언은 집행장소에 많은 수협관계자가 있었다는 것에 반하는 답변이다.

더불어 수협은 법원의 판결대로만 진행하는 것이지 구상인들에 대한 중재나 타협은 없다고 못 박았다. 수협 신임회장이 취임 후 구시장 상인들과 대화하겠다고 해놓고 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취임한지 얼마 안돼서 할 시간이 없었다며 앞으로 할 예정이라고만 말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1971년 염천교에 있던 경성수산이 노량진으로 이전하면서 문을 연 서울의 대표적인 수산물 시장이다. 서울시 관광명소로 지정되기도 했다. 2002년 수협이 한국냉장으로부터 인수하면서 수협은 노량진시장현대화사업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수협은 낙후된 시설, 주차공간 협소, 비위생적 환경 등의 문제를 제시하며 2012년 본격적으로 노량진 수산시장의 현대화 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상인들은 수협의 현대화사업에 의구심을 가졌다. 수협은 2016년에 노량진 수산시장의 현대화 건물(新시장)을 완공하고 추첨을 통하여 상인들을 이전시켰다. 하지만 협소한 공간과 비싼 임대료를 문제 삼은 상인들이 이전을 거부하면서 수협과의 갈등의 폭은 넓어지기 시작했다.

신시장의 이전을 반대하는 상인들은 구시장의 자리에서 계속 장사를 하며 수협의 결정에 반발했다. 이에 수협 측은 2016년 3월 구시장 자리에서 계속 장사를 하는 상인들을 불법무단점유로 보고 상인 358명을 피고로 하는 명도소송을 제기해 2018년 8월에 승소했다. 대법원은 구시장 건물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을 불법무단점유로 인정하고 퇴거명령을 내렸다

수협 측은 2017년 4월과 2018년 7월,9월,10월 등 네 차례의 강제집행을 실시했지만 상인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에 수협은 2018년 11월 구시장 전역에 단전·단수 조처를 내리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구시장 상인들은 자체 발전기를 돌리며 장사를 지속했다. 수협은 지난 2월 구시장의 차량 통행로를 막고 출입구를 폐쇄하기도 했다.

상인들은 현대화사업으로 노량진수산시장이 수협의 현금주머니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25일 개최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평가와 대안 찾기 국회 공청회’에서 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과정에서 2143억 원의 국고가 소요됐음에도 해당 사업이 당초에 세웠던 정책목표를 달성했는지에 대한 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협 측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김 연구위원은 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화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2년 이후부터 노량진수산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수산물의 양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2016년 수산물입하량도 2002년 수협이 한국냉장으로부터 노량진수산시장을 인수할 당시와 비교해 6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김 연구위원은 “만약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이 수산물 유통선진화를 위한 것이었다면 적어도 국민의 세금으로 시장이 지어진 만큼 그에 따른 편익이 수산물을 구매하는 시민들이나 상인들에게 갔어야 했다”며, “그러나 적어도 2014년부터 매년 수협중앙회는 130억 원에 달하는 돈을 노량진수산시장으로부터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은 수산물도매시장이라는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도매에 따른 수수료에서 발생한 영업이익은 20억 원에 불과한데 상인들에게 거둬들인 임대료 수입에 따른 영업이익은 30억 원에 달한다.

김 위원은 수협의 현대화사업 이전까지는 상대적으로 자체적인 수익을 발생시킨 독립적인 법인이었던 노량진수산시장이 수산물유통이라는 본연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급격하게 부실화되면서 사실상 적자법인이 되고 말았다고 말하며 수협이 재정투자를 통해 적자개선에 나서야 하나 수협은 노량진 수산시장에 투자하지 않고 임대수입만 가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현재 노량진수산시장은 재원을 빼가는 수협의 현금조달처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이고 상인들은 수협의 주머니를 채워주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오랫동안 상인들이 만들고 일궈논 시장이다. 상인들의 삶의 터전이요, 생존의 터전이다.

윤헌주 ‘함께 살자 노량진 수산시장 시민대책위원회’위원장은 집회에서 “노량진 시장은 서울시민의 시장”이라며 “우리는 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노량진으로 태어나기 위해, 현대화 사업이 잘못됐다는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상인들은 수협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상인들은 정치권과 서울시가 나서서 중재하고 해결하길 바라고 있다. 서울시가 노량진 수산시장을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공청회와 여러 가지 방면으로 상인들과 수협의 중재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시 관계자는 “그러나 노량진 수산시장은 수협의 것이고 법적으로 서울시가 관여할 수 있는 법적 집행력이 없다”고 난감을 표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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