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핫라인] 신북방정책 핵심 동반자, 신실크로드시대 여는 카자흐스탄 ④

‘신북방정책’과 ‘카자흐스탄2050’ 연계로 양국협력 확대
비핵화경험 공유로 한반도 평화정착

  • 기사입력 2019.04.28 18:27
  • 기자명 이의정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Kassym-Jomart Tokayev)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출처=외교부)
문재인 대통령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Kassym-Jomart Tokayev)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출처=외교부)

신북방정잭이 천명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한-러 정상회담과 한-중앙아시아 3국 정상회담을 통해 신북방정책의 외연을 본격적으로 확장했다. 문 대통령은 각국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에 대한 경제협력방향을 확인했고 그들의 한반도 평화정착의 지지를 획득했다. 본지는 신북방정책의 연재 마지막으로 카자흐스탄을 살펴보고 신북방정책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동서양의 교두보, 카자흐

카자흐스탄(이하 카자흐)는 중앙아시아 북부에 위치하며 북쪽으로 러시아 연방, 동쪽으로 중국·몽골, 남쪽으로 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에 접하고, 서쪽으로는 카스피해(海)에 닿아있는 나라다. 역사적으로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 교역로에 위치해 동서양 문물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담당했다. 1991년 구소련의 해체와 함께 카자흐스탄 공화국으로 독립했다.

국토 면적은 2억 7249만 200㏊로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넓지만 사람이 살 수 있는 지역은 극히 제한됐다. 인구는 1859만 2970명이고 약 120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이다.

카자흐는 중앙아시아 최대 자원부국답게 원유매장량이 세계 12위에 이른다. 우라늄 생산은 세계 1위, 카드뮴 생산은 세계 5위다.

1인당 GDP는 약 8천 달러(2018년 기준)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지만 중앙아시아 나라 중에서는 비교적 높은 편이다. 중앙아시아 경제의 선도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도 주변 국가들보다는 경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카자흐와 한국의 경제협력 현황

카자흐는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에 나오는 모든 화학원소를 모두 갖고 있는 나라답게 다양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원이 많은 대부분 나라가 그렇듯 카자흐도 제조업이나 경공업이 발달하지 못하고 산업 제반 인프라 시설이 부족한 축에 속한다. 수출의 40%가 원유에 치중하고 있고 내수용으로 사용되는 소비재는 대부분 인근 중국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카자흐 정부는 에너지 및 자원에 의존하는 경제 체제에서 탈피해 비자원분야 산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비자원분야 투자에 대한 정부금융 지원 및 세제혜택을 강화하고 정부지원 7대 산업(건설장비, 운송 장비, 농업 및 섬유산업, 금속가공 등)을 선정, 중점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첨단 과학기술 산업 및 농업육성, 사회기반 시설확충 등 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2030년까지의 장기 종합개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코트라의 자료(2017년 기준)에 의하면 약 40개의 한국기업이 카자흐에 진출해 있다.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분야는 건설업과 운송·물류 분야이다. 건설업에는 우림, 현대종합상사, 동부 하이빌, 삼부 토건, 누르 디자인, 삼성엔지니어링, JH 글로벌, 현대중공업, 케이 플라자 등이 진출해 있고 운송물류분야에는 범한 판토스, 아시아나항공, 우진 글로벌, 서중물류, ㈜에코비스로지스틱스, ㈜우진트랜스, 유니코등이 진출해 있다. 금융·보험 분야에 국민은행과 현대증권, 신한은행이 진출해 있고 삼성물산과 한국석유공사, LG 상사, SK네트웍스, 가 광업·자원개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롯데제과가, 서비스업 분야에는 ㈜CAM, 팀트레블, AK 파트너스 알마티, 골든 투어 등이 진출해 있다.

특히 롯데제과는 지난 2013년 7월 카자흐의 제과업계 1위 기업인 라하트를 인수하고 이후 쉼켄트에 제2공장을 짓는 등 사업 확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로 카자흐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2300억에 달하던 매출액을 1년 만에 2700억까지 끌어올리는 등 카자흐 제과시장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카자흐는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초콜릿을 많이 소비하는 국가 중 하나이다.

LG전자는 1997년에 카자흐에 진출, 친숙한 이미지를 심기 위해 카자흐 어로 된 노래방 기계를 출시하는 등 토착화를 위해 힘썼다. 그 결과 2005년에는 4년 연속으로 카자흐스탄 최고의 가전업체로 선정되었고 2012년에는 카자흐 대통령이 카자흐에 혁신적인 기술과 엔지니어들을 위한 일자리를 제공해준 필요한 기업이라는 감사 인사를 듣기도 했다.

카자흐는 한국 對중앙아시아 제1의 교역국이자 최대 투자 대상국이다. 한국과 카자흐의 연간 교역량은 약 6억 달러 정도로 2018년에 21.6억 달러(수출 8.0달러/수입 13.6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은 카자흐에 2018년에 40억 달러를 투자했다. 중앙아시아의 또 다른 교역국 우즈베키스탄(15억, 교역국투자 2위)에 비하면 2배가 넘는 수치다.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은 승용차, 합성수지, TV, 화물차, 아연도 강판, 건설 중장비, 자동차부품, 평판디스플레이, 기타 기계류이며 수입 품목은 합금철, 기타 비철금속 제품, 알루미늄괴 및 스크랩, 은, 아연괴 및 스크랩, 기타정밀화학원료, 동물성한약재, 평판디스플레이, 동괴 및 스크랩, 무선통신기기부품 등이다.

최근에는 화장품과 같은 소비재의 수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 드라마, K-POP등 한류 붐이 일고 있어 중앙아시아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한국의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인 미샤, 네이처퍼블릭, 잇츠스킨, 더페이스샵 등이 진출해 카자흐의 여심을 흔들고 있다.

카자흐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수출대상국 중 29위에 있고 수입대상국 중 10위를 차지하는 나라다.

카자흐는 아시아와 유럽을 이어주는 교역의 중심지라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물류·유통관련에 전망이 밝다. 카자흐는 자국의 운송시설 기반이 취약하고 시스템이 미흡하고 때문에 중국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카자흐는 공항, 철로 등과 같은 교통 인프라 산업에 주력하여 유라시아의 물류허브로 탈바꿈하기를 바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유럽진출의 통로를 확보하고 선점하기 위해선 한국기업의 對카자흐 물류·운송 사업이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카자흐의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은 카자흐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Kassym-Jomart Tokayev) 대통령과 22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올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아 양국의 관계를 내실화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토카예프 대통령도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제안하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밝혔다.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공감과 지지를 바탕으로 카자흐스탄의 경험을 공유하기로 했다.

카자흐는 핵실험 장을 보유한 나라로 구소련으로부터 다량의 핵무기 넘겨받았지만 지난 1990년대 구소련에서 독립된 후 자발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핵무기를 포기하고 비핵화를 선언했다. 양국은 카자흐의 비핵화 및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분야 경험을 공유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힘쓰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한국의 ‘신북방정책’과 카자흐의 ‘카자흐스탄2050’ 국가 발전 전략이 연계될 수 있다고 보고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의 공동번영을 함께 이뤄 나가기로 했다.

‘카자흐스탄2050’은 카자흐 정부의 국가발전 계획으로 세계 30대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혁신산업화 트랜드 강화, 농업혁신, 지식경제기반 조성, 효율적인 도시, 교통, 에너지 인프라 개발, 중소기업 발전, 교육 강화 및 보건 지원, 국가기관 업무 개선 등을 추진하는 장기 국가 발전 프로젝트다.

양국 정상은 중장기 신규 협력 프로그램인 ‘프레시 윈드(Fresh Wind)’를 채택하고 인프라 건설·농업·보건의료·문화 등의 분야로 협력을 다변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 ICT·5G·빅데이터·사물인터넷·인공지능·e-헬스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디지털 카자흐스탄 2018-2022계획’에 관심을 보이며 경제 분야 전반에서 이루어진 한국의 디지털화 경험을 공유하기로 하고 한-카자흐 국제 IT협력 센터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건설 인프라 분야에서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것의 한 방안으로 한국 기업이 참여한 중앙아시아 최초의 민관합작투자사업(PPP)인 ‘알마티 순환도로’를 착공하기로 했다.

또한 양국의 수교 30주년이 되는 2022년을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하고 양국 국민간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기로 했다.

신북방정책의 성공을 위한 앞으로의 방향

양국의 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각계각층의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의 싹이 움트고 있다.

국립암센터(원장 이은숙)는 카자흐 국립연구암센터와 지난 22일 상호협력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국립암센터는 카자흐 국립연구암센터에 운영 경험 및 노하우를 전수하고 카자흐스탄 의료진에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대표 정몽구 이하 3인)는 카자흐 알마티에 연 1만 5000대 생산 규모의 자동차 조립공장을 건설한다. 지난 21일 기공식을 가진 현대자동차 조립공장은 카자흐의 아스타나모터스가 전액 투자해 설립되며 현대차는 공장 설립과 관련한 기술 자문을 해주고 자동차부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공장은 오는 5월 착공해 2020년 말 완공하며 2021년 5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미래컴퍼니(대표 김준홍)는 국내 개발 수술 로봇의 수출을 위해 알마티와 로봇수술기 수출 MOU를 체결했다. 이 계약은 국산로봇의 최초 해외수출 사례로 한국 첨단 의료기기 수출의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았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사장 이상직)은 23일 카자흐스탄 중소기업개발공사(DAMU) 간의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기술교류와 기술합작 투자, 생산설비 이전, OEM생산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양국의 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유도하기로 합의했다.

한국 환경 분야의 대표적 강소기업인 ㈜한기실업(대표 박광진)은 22일 카자흐 Rop Operator LLP와 5천만 불의 폐기물 에너지화 플랜트 수출을 위한 상호협약서(MOU)를 체결했다.

㈜한기실업은 카자흐에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산업 및 도시형 폐기물 에너지화 플랜트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교육부-카자흐스탄교육과학부의 고등교육분야 협력 MOU, 금융위원회와 아스타나금융청 간의 금융당국간 정보공유 및 감독협력 MOU 등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카자흐의 성공적인 진출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카자흐 정부의 제도개선을 통한 효율성 제고, 재산권 확보, 부정부패 척결, 경쟁적 시장 환경 조성, 기업가정신 함양, 고급 인적자본 확충 등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11만 고려인이 정착해 있는 카자흐는 문화·경제 등 다방면에서 한국과 협력할 여지가 많다고 하면서 다만 국제유가 등락에 따른 경기변동성과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높은 경제 의존도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로 찬란한 무역시대를 열었던 교역의 중심지, 중앙아시아가 우리에게 열리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신북방정책의 핵심가치인 ‘연결(Connectivity)강화’를 실현할 수 있는 발판이다.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주변의 강대국 사이에 낀 ‘중간국’으로 오랫동안 외세의 정치적 영향을 받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에 유라시아 대륙의 평화정착과 번영을 추구하는 전략적 비전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신북방정책이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고 경제 활력의 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실현할 수 있을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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