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개입됐나' 의혹만 남긴 환경부 블랙리스트

청와대까지 연계된 조직적인 범행으로 일단락

  • 기사입력 2019.04.29 17:57
  • 최종수정 2019.04.30 09:02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환경부 영상 갈무리)
(사진출처=환경부 영상 갈무리)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본지 2018년 12월 27일 뉴스룸 정치 기사 보도)에 대한 정부의 해명이 무색하게 이 사건이 청와대, 환경부, 산하기관이 연계된 조직적인 범행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주진우)는 지난 25일 김은경 전(前)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청와대 전(前) 균형인사비서관을 직권남용·업무방해·강요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그동안 청와대는 이른 바 환경부 블랙리스트의혹에 대해 통상 업무 일환으로 진행한 체크리스트일 뿐이라고 일축해 왔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이 과거 박근혜 정부의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3년, 노태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은 비선(秘線)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대회 관련 민원을 원하는 방향으로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좌천됐고 사표를 종용받았다. 결국 노 국장은 윗선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노 국장의 사직이 박 전 대통령에서 김상률 교육문화수석으로, 김 수석으로부터 김종덕 문체부 운영지원과장 순으로 지시가 내려졌다고 보고 청와대의 인사 개입을 유죄로 판단했다.

또 당시 청와대는 박 정권에 반대하는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차단하는 조치를 내렸는데 이 과정에서 문체부 1급 실장 3명이 비협조적으로 나오자 사직을 종용했다. 결국 이들도 신변상의 불이익을 우려해 결국 사직했다. 법원은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직원들의 사직을 요구한 행위는 묵시적으로 해악의 고지를 한 것으로 보기 충분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이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직을 종용하고 사표를 내지 않은 환경공단 상임감사 김모씨에 대해 ‘표적감사’를 실시해 사표를 받아낸 것은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자리에 친(親) 정부 성향의 인사를 앉히기 위해 후보자들에게 대외비밀인 업무자료와 면접자료를 제공하고 인사권자에게 이들을 뽑도록 강요한 혐의도 유사한 사례라고 보았다.

차이가 있다면 문체부 블랙리스트의 대상자는 ‘공무원’이고, 환경부 블랙리스트의 대상자는 ‘산하기관 임원’이란 점이다. 검찰은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정부 산하기관 임원도 사실상 공무원에 준한 신분이 보장된다고 판단했다. ‘공공기관운영법’에 의하면 공공기관의 책임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사장, 임원의 임기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고 해임·징계 등을 하려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모두 2심까지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만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은 보강조사를 한 뒤 4개월 간의 걸친 수사를 마무리 할 예정이다.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검찰은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도 하지 않았다.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신 전 비서관의 상급자인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과 같은 윗선이 어느정도 개입되었는지 여부는 오리무중이 됐다. 정치계는 적폐청산을 외치던 현 정부가 과거 정부와 유사한 행위로 물의를 빚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전형적 내로남불의 행태라고 비난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