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산재' 한화 왜 이러나…안전불감증 최악수준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사고로 병원치료자 늘어나
재발방지 약속에도 끊이지 않는 안전사고…“근본대책 개선” 촉구

  • 기사입력 2019.05.20 15:43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한화토탈 홈페이지)
(사진출처=한화토탈 홈페이지)

지난 17일, 18일 충남 서산시 대산읍 한화토탈(대표이사 권혁웅)에서 스틸렌모노머 등으로 추정되는 유증기가 2차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한화의 산업재해에 대한 안전불감증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동월 14일에도 한화 대전공장에서 폭발이 일어나 3명이 숨졌고 2018년 5월에도 같은 공장에서 폭발사고로 5명이 숨지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번 유증기 유출사고는 17일 오후 12시 30분 경 발생했다. 사고 원인으로는 한화토탈 내 스틸렌모노머를 합성하고 남은 물질을 보관하던 탱크에서 이상 반응으로 인해 열이 발생하여 탱크 안에 저장되어 있는 유기물질들이 유증기화 되어 탱크 상부 통기관으로 분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 발생 후 오후 1시 20분 경 서산 소방서, 서산시, 서산 합동방재센터 등이 현장으로 출동하여 소방차 살수를 통해 탱크 온도를 낮추는 쿨링작업을 실시했으며 오후 2시 40분 경유증기 발생을 차단했다. 서산시는 오후 1시 35분경 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고상황을 전달했다.

사고가 발생하고 화학물질안전원은 사고물질 특징과 방재정보 등을 확인하고 관계기관에 알렸고 서산 합동방재센터에서 사고 원점지점과 부지 경계선에서 각각 스틸렌모노머의 대기 중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급성노출기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점지점의 스틸렌모노머 측정 결과 수치는 36ppm이었고 부지경계의 수치는 0~2ppm이었다. 스틸렌모노머 급성노출기준은 130ppm(60분 기준)이다.

이번 사고로 현장 근로자 8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고 어지럼증과 구토, 안구통증을 호소하는 인근 주민들이 서산의료원과 중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현재 병원을 찾은 주민 수는 500여 명이 넘었으며 이들은 혈액검사와 엑스레이 촬영 등을 한 뒤 귀가했으며 추후 정밀검사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8일 오전 3시 경 사고가 난 탱크에서 또 다시 증기가 유출돼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이에 대해 한화토탈은 “수증기가 나온 것이며 유증기 재유출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이 무색하게 사고 발생 후에도 공장 주변으로 심한 악취가 퍼지면서 인근 주민에게는 외출 자제 권고령이 내려졌고 그 연기와 냄새가 경기도 평택까지 퍼져나갔다.

환경부(장관 조명래)는 “유출된 악취 유발물질이 급성노출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전문가 및 지역 노동환경단체들은 “스틸렌모노머는 눈, 점막, 호흡기 계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해물질이므로 서둘러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사고를 유발한 한화토탈에 대해 ‘화학물질관리법’ 위반사항이 있는지 점검, 조치할 방침이다. 정확한 사고원인에 대해 경찰과 노동청 등 관련기관과 합동으로 조사반을 구성하여 규명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환경부는 서산 합동방재센터에는 직원을 상주시켜 감시 중이다.

권혁웅 한화토탈 대표이사는 회사홈페이지를 통해 “지역주민, 협력업체와 주변공단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유관기관과 협조체계로 환경과 안전경영에 더욱 노력하여 사고 재발을 방지하겠다고”고 전했다. 아울러 “사후 사고의 원인규명이 완료, 정리된 후 주민들과 보상방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한화토탈 노조는 “파업 중 사측이 대체 인력으로 비숙련 노동자를 투입해 무리하게 공장을 가동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노조는 연봉인상을 요구하며 사측과 파업 중이다.

반면 사측은 노조의 주장을 반박했다. 회사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노조가 주장하는 비숙련 노동자는 허위”라며 “파업 중 협정근로자(노조파업시 공장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는 노조에 소속된 근로자)와 비노조근로자 및 엔지니어 등 정상적인 근로자들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한화그룹(회장 김승연) 사업장의 안전사고가 계속되면서 한화그룹의 위험물질을 다루는 업종에 대한 안전불감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드세지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한화케미칼 울산공장 안 폐수처리 저장조의 폭발 사고로 협력업체 근로자 6명이 숨지고 경비원 1명이 다쳤다. 같은 해 서산 한화토탈 공장 증축 현장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작업자가 10m 높이의 작업대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뿐만 아니라 2017년 11월에는 전남 ㈜한화 여수사업장 화공품 시험장에서 소형 폭발물이 터져 현장에 있던 직원이 다쳤다. 이 해에 한화케미칼 울산 공장에서도 협력업체 근로자 1명이 탱크를 청소하다가 추락해 숨졌다. 동년 5월 유독물질인 자일렌(크실렌)가스가 누출돼 작업자 10여명이 가스에 노출됐고 같은 달 30일에는 여수 1공장 폴리에틸렌 생산 공정에서 고압분리기의 압력이 상승해 폭발 화재가 발생했다.

관련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한화그룹은 그 때마다 사과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노동계는 “한화그룹이 매번 사과만 되풀이하고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며 “근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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