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만 요란했던’ 장자연 리스트, 끝내 의혹만 남기고 흐지부지 종막

과거사위, 조선일보측 압력행사 및 검경수사 부실 인정
성범죄 재수사는 못한다고 결론, 과거사위 한계 드러내

  • 기사입력 2019.05.20 23:12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법무부)
(사진출처=법무부)

‘장자연 리스트’가 10년이라는 공소시효를 넘긴 제약과 강제수사권이 없는 과거사위원회의 한계에 갇혀 결국 미제 사건으로 묻히게 됐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는 20일 고(故) 장자연 사건과 관련하여 조선일보 측이 수사에 압력을 넣었고 당시 검경 수사가 부실했다고 최종적으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았다. 더불어 특수강간 의혹에 대해서도 재수사를 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과거사위는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고(故) 장자연씨 사건 보고서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지난 13일 대검찰청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에서 13개월간의 조사 내용을 담은 ‘장자연 보고서’를 제출받아 이에 대해 검토 및 논의를 해왔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배우 장 씨는 2009년 3월 유력 인사들의 술자리 접대를 강요받으면서 그것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장 씨의 술접대 과정에서 성 접대 요구, 욕설 및 구타 등을 당해왔다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아 수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당시 장 씨의 리스트에 적혀있던 이들은 모두 무혐의를 받아 논란을 빚었다. 이에 이 사건은 국민청원에 까지 오르며 세간의 관심을 대상이 되었다.

조사단은 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작년 4월 2일부터 1년 넘게 이 사건을 다시 조사했다.

과거사위는 이 사건을 검토하면서 고 장 씨의 소속사 대표 김종승 씨가 장 씨에게 술접대를 강요한 사실을 인정했다.

사건의 핵심인 장자연 친필 문건 속 ‘조선일보 방 사장’은 코리아나 호텔 방용훈 사장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가 장 씨의 술접대를 받기는 했지만 이를 강요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약물로 장 씨를 성폭행했다는 특수강간 의혹도 근거가 희박하다고 결론 내렸다.

과거사위는 2009년 수사 당시 조선일보 측이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과 당시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을 찾아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장자연 리스트’의 실체는 확인할 수 없다고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다.

조사단은 장 씨의 유족과 동료 윤지오 씨 등의 진술을 토대로 접대리스트가 있을 것이라고 보았지만 과거사위는 장자연 문건을 직접 본 사람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구체적 이름에 대한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당시 검·경 수사과정이 부실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의 초동수사가 미흡해 통화기록 원본 등 핵심 증거를 압수하지 못한 것과 장 씨가 사용했던 휴대전화 3대의 디지털포렌식 결과도 수사기록에 첨부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검찰의 경우 장 씨의 사건이 조선일보 사주 일가와 관련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들을 소환해 조사하지 않았다.

과거사위는 이번 사건을 통하여 사건 발생 후 발견한 성폭행 피해 증거의 기록을 보존하고 디지털 증거의 원본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라고 검찰에 권고했다. 또한 압수수색 등의 증거확보 및 보존과정에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과 수사기관 종사자가 증거를 은폐하는 행위에 대한 법왜곡죄를 입법화할 것을 당부했다. 과거사위는 검찰 공무원 간에 사건을 청탁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마련할 것도 촉구했다.

한편 조선일보 측은 과거사위의 최종결과 중 조선일보의 외압과 관련해 허위라고 주장하며 명예회복을 위해 법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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