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학회, 일본교수 초정해 후쿠시마 수산물 안전 홍보 논란

시민단체 다수, “학회는 일본정부 대변인인가” 강력 비난

  • 기사입력 2019.05.22 12:03
  • 최종수정 2019.05.22 13:09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일본산 수산물 수입 대응 시민 네트워크)
(사진출처=일본산 수산물 수입 대응 시민 네트워크)

한빛 1호기 사고로 원자력 발전소 관리부실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원자력학회(학회장 김명현, 이하 원자력학회)의 기자회견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기자회견에서 세계무역기구(WTO)가 인정한 후쿠시마 수산물 금지에 반(反)하는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원자력학회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극초저선량 방사선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누출 방사능을 초기부터 잘 통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환경단체와 언론의 비과학적인 보도와 잘못된 국민의 인식으로 방사능 공포가 부풀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서울대 강건욱 교수는 “과학적으로 일본산 수산물을 수입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며 후쿠시마 수산물 불신이 오히려 정상적인 식생을 왜곡시키고 방사선을 활용한 의료행위까지 불신케 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1군 발암물질에 해당하는 소시지와 햄 등 가공육의 섭취와 담배 술, 인유두종 바이러스, 대기오염 등이 암에 걸릴 위험요소로 높은 것이지 방사선이 차지하는 위험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또 “‘방사능 물질이 미량이어도 몸에 축적되면 해롭다’는 것은 가짜뉴스”라며 “방사선 칼륨이나 세슘은 몸안에 축적되지 않고 소변으로 배출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견장에는 하야노 류고 일본 도쿄대 물리학과 명예교수도 참석했다. 하야노 교수는 “(후쿠시마) 사고 후부터 학교 급식과 쌀, 수산물 등의 농·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조사를 시행한 결과 현재는 매우 안전한 상태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사고 직후 약 1년 간 주민 3만여 명에 대한 내부피폭 선량을 조사한 결과 유효 선량이 1mSv(밀리시버트)를 넘는 사람이 없었다. 현재 후쿠시마 주민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자신은 원자력 전문가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사진출처=일본산 수산물 수입 대응 시민 네트워크)
(사진출처=일본산 수산물 수입 대응 시민 네트워크)

이 주장에 대해 시민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등 24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 대응 시민 네트워크(이하 시민 네트워크)’는 이날 프레스센터 앞에서 원자력학회의 발표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시민 네트워크는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방사능에 조금이라도 오염된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먹고 싶지 않다는 것은 정당한 권리”라며 “이를 두고 원자력학회는 ‘비과학적’, ‘불필요한 방사선 공포’ 등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하야노 교수가 방사능 피해 주민의 피폭량을 축소하는 등 논문의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지적하며 하야노 교수의 발언에 신뢰성도 문제삼았다. 

환경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후쿠시마현의 18세 이하 청소년 중 갑상샘암 환자는 173명이었고 의심환자도 38명 이었다고 전하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후 갑상샘암이 29배, 백혈병이 약 10배 정도 증가했다고 알렸다.

이어 “원자력학회가 국내 원전 안전 문제에는 침묵하면서 기자회견까지 열어 후쿠시마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일본 교수의 주장을 발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본지는 이 단체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기자회견의 분위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날 시민 네트워크 관계자는 원자력 학회 측에 “정부가 노력해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를 인정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원자력학회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찬성하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원자력학회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관한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답변을 회피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후쿠시마 수산물 금지 여파로 국내 수산물 판매량도 줄어들고 있는데 이날 강건욱 교수는 마치 국민들의 잘못된 상식으로 국내 수산물 판매량이 주는 것처럼 말하는 등 그 책임을 모두 환경단체와 국민들에게 돌리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원자력학회가 일본 교수를 학회의 비용으로 초청해 제주도까지 데려가 후쿠시마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강연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한국원자력학회가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기관인가 싶었다”라고 꼬집었다.

원자력학회는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학회 창립 50주년 기념식 및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하야노 교수는 ‘후쿠시마 방사능 영향에 대한 사실과 미신’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본지는 이번 기자회견과 관련해 원자력학회 측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원자력학회 측은 이에 대응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 4월 11일 세계무역기구(WTO)는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에 대해 한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계속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수입해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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