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게임중독=질병” 확정에 韓 게임 갈등 격화

실태조사·진단기준 마련 착수나선 복지부 vs 협의체 불참 선언한 문체부
게임업계 “아동 권리 박탈…업계 전반 위축 우려” 강력 반대

  • 기사입력 2019.05.27 14:17
  • 기자명 임영빈 기자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것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부 부처 간에서도 이견이 갈리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자칫 산업 자체가 좌초될 것이라는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 도입 여부에도 적극 반대하고 있다.

지난 25일 WHO는 스위스에서 열린 제72회 총회에서 ‘게임 장애’에 대해 질병 코드(6C51)를 부여했다. WHO는 정신적·행동적·신경 발달 장애 영역의 하위 항목에 포함시키는 기준안(ICD-11)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ICD-11에서 정의한 게임 장애는 게임에 대한 통제력 저하(시작, 빈도, 강도, 지속시간, 종료, 정황), 다른 일상보다 게임에 부여되는 우선 순위 증가, 부정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게임 지속 또는 확대 등과 같은 온·오프라인의 지속적인 게임 행동 패턴 등을 의미한다.

이같은 상태가 개인, 과족, 사회, 교육, 직업 등 분야에서 심각한 장애를 야기하며 1년 이상 이어지는 경우를 ‘게임 장애’로 분류한다.

WHO의 이번 조치로 보건당국은 게임중독 실태조사 및 진단기준 마련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6일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 이하 복지부)는 게임중독을 새로운 질병으로 채택한 WHO결정에 따라 국내에서도 게임중독을 질병을 관리하기 위한 절차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관련 의학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해 의학적, 공중보건학적으로 게임중독 개념을 정립하고 실태조사를 실시해 유병률 등을 살핀 뒤 구체적 진단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게임산업의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를 비롯해 관련 부처, 시민사회단체, 학부모단체, 게임업계, 보건의료계, 법조계 등 각양각층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민관협의체를 오는 6월 중으로 추진, 합의점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문체부와 게임업계은 WHO의 이번 결정이 국내로 도입되는 것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일단 문체부는 게임중독 질병 분류를 수용하기로 입장을 밝힌 복지부 협의체 구성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WTO의 이번 결정 또한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과학적 검증이 없이 내려졌기 때문에 추가로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다.

아울러 오는 2022년 WHO 권고가 발효되더라도 문자 그대로 권고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내 적용을 위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태도를 취하고 있다.

문체부는 국내 게임산업 진흥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산하기관과 함께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이하 공대위)’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국내 게임학회 및 협회, 기관 등 88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4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에 반대한다는 공식 의견서를 WHO에 전달했다. 5월 초에는 박양우 문체부 장관이 직접 게임업계 대표들과 만남의 자리에서 재차 반대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게임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국내 도입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경함을 내비치고 있다.

공대위는 지난 25일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지정에 대해 강력한 유감과 더불어 국내 도입 반대를 표명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단체는 “질병코드 지정은 UN 아동권리협약 31조에 명시된 문화적, 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약탈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권리인 게임을 향유하는 과정에서 죄의식을 느낄 수 밖에 없게 됐으며, 게임 개발자들과 콘텐츠 창작자들은 자유로운 창작 표현에 있어 엄청난 제약을 받게 됐다”고 우려를 표했다.

나아가 4차 산업혁명시대의 ‘효자 종목’ 노릇을 할 수 있는 게임산업이 성장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게임을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 세대 갈등이 한층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여지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대위는 오는 29일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출범식 및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날 공대위는 WHO의 결정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표명하는 동시에 향후 단체 전략 및 활동 계획 등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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