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20세기 최악의 산업재해, 유독가스 인도를 뒤덮다

이 기자가 전하는 세계의 환경오염 사건들 18
인도의 가스 유출 사건, 보팔 대 참사

  • 기사입력 2019.06.10 10:07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오늘은 ‘인도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20세기 최악의 산업재해 사건인 ‘인도의 보팔 대참사’를 소개할게요.

1984년 12월 3일 새벽 인도의 보팔시에서 잠을 자던 사람들은 갑자기 이상한 기운을 느꼈어요. 눈과 목이 따가워지며 숨쉬기조차 힘들었죠. 사람들은 가까스로 일어나 병원을 향해 갔는데 이미 거리에는 피를 토하며 쓰러진 사람들이 즐비해 있었어요. 영문도 모른 채 사람들은 죽어 가기 시작했어요. 이 날 이렇게 죽어 간 사람이 무려 4000명에 다다랐어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귀신이라도 나타난 것일까요?

이 죽음의 그림자의 원인은 인도 보팔 시 외곽에 있던 다국적 화학기업 유니언 카바이드 농약 공장의 원료저장 탱크에서 새어나온 맹독성 물질인 메틸 이소시안염(MIC)때문이었어요.

공장의 저장 탱크 속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밸브가 파열되어 유독가스가 유출된 것이죠. 문제는 무시무시한 유독물질을 다루는 공장에 안전장치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거예요.

사건이 발생하기 몇 년 전부터 내부 가스 유출로 노동자가 죽었지만 회사는 안전장치를 하지 않았고 안전장치를 요구하는 노조를 해고했어요. 가스가 상시적으로 새어나와 경보기가 수시로 울리자 회사는 아예 경보기를 무음으로 바꾸기까지 했어요.

이 사건이후 후유증으로 3만 3000여명이 죽었고 약 50만 명이 결핵이나 실명, 기형아출산, 피부 질환에 시달려야 했어요.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사건이 터진 뒤 26년 만에 법적인 판결이 났다는 거예요.

2010년 보팔 지방 법원은 유니언 카바이드사의 회장이었던 워랜 앤더슨과 인도 지사 경영진에게 ‘과실치사’를 적용하여 징역 2년을 선고했어요. 수 많은 희생자를 낸 사고치고는 너무 터무니 없는 결과에 세계는 경악하고 말았죠.

더 놀라운 건 인도정부가 유니언 카바이드와의 협상에서 보상금으로 4억 7000만 달러만을 받고 더 이상 어떤 책임도 묻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거에요. 인도 정부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과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은 채 부상자에게 2만 5000루피(60만 원), 사망자 가족은 10만 루피(240만 원)씩을 지급했으며 그나마 꽤 많은 돈이 ‘지급대상자 불명’으로 처리돼 중앙은행 금고에서 잠자고 있답니다.

아직도 이곳은 지하수와 토양이 유독물질에 오염된 채 빈민들이 살고 있어요.

지금까지 ‘이 기자의 세상에 이런 일이’ 였습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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