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청문회인가, 윤우진 황교안 청문회인가

자질검증보다 여야 정치공방전 속 주객전도 청문회
윤 후보자 패스트트랙 검찰개혁안 찬성, 검·경 수사협력 관계로 개선

  • 기사입력 2019.07.09 09:16
  • 최종수정 2019.07.09 09:17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출처=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이번 청문회도 여야의원들의 정치공방이 오고갔지만 예상대로 이렇다할만한 한 방은 없었다.

의혹은 난무했으나 정작 의혹 제기를 밑받침할 증거는 없었고 윤석열보다 윤우진, 황교안, 양정철 등의 이름들이 주목받으며 흡사 이들의 청문회가 된 것 같은 지루한 설전이 이어졌다.

이렇게 여야가 윤 후보자와 무관한 상대 진영 비판에 집중하면서 자질검증이란 인사청문회 본래 목적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8일 오전10시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윤 후보자는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정치적 사건과 선거사건에 있어서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고 법과 원칙에 충실한 자세로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 전부터 자유한국당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윤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윤석열 저지’에 나설 것으로 호언장담 했으나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몇 달 뒤 피의자 될 사람을 왜 만났냐”라는 다소 황당한 질문과 황교안의 이름이 거론되자 이을 막으려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날 진행된 청문회는 시작부터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에 긴 시간이 할애 돼 청문회 진행에 관한 문제점도 드러냈다.

청문회 초반 설전을 야기한 쟁점은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청문위원들의 자격을 문제삼은 부분이었다. 법사위원장을 비롯해서 야당 의원들, 또 민주당 의원들까지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국회 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이 되어 있기 때문에 수사대상에 올랐는데, 이런 사람들이 나중에 향후 이 사건의 수사를 총책임질 검찰총장을 인사청문하는 게 과연 맞느냐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장 의원은 “고발만 당하면 모든 업무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거냐”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날 가장 이름이 많이 거론된 인물은 단연 전 용산세무서장 윤우진이었다. 야당의원들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동생이 윤 후보자와 가까운 검사이기 때문에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와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사건을 검찰총장 후보자가 압력을 넣어서 봐준 것이 아니냐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수사기록은 아니더라도 후보자 측에 이 사건에 대해서 ‘혐의없음’ 결정을 한 불기소처분이유서는 좀 보내달라”며 자료를 요구했다.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자 여당은 윤 후보자를 엄호하며 윤 전 서장이 무혐의 처분 받을 당시 법무부 장관이 자유 한국당 황교안 대표였다며 맞불을 놓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황 대표한테 가서 여쭤보세요. 왜 무혐의 처리했는지 그때. 정 그게 궁금하면 황교안 전 장관 증인으로 불러야 합니다.”고 요구했다.

박지원 의원도 2013년 당시 황교안 장관이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거론했다.

윤 후보자는 문제의 윤 서장과 골프 친 사실은 인정했지만 범죄를 무마해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윤 후보자에 대한 불법 사찰이 있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녹취록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윤 후보자의 장모를 상대로 여러 차례 고소·고발을 일삼았던 정대택이란 인물이 청와대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것과 윤 후보자에 관한 자신이 만든 자료를 청와대에게 전달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박 의원은 또 당시 검찰이 자기 식구들을 수사하는 데 있어서 엄격하지 못했다며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찰 간부 명단에 황 대표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 청문위원들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의 상당 시간을 ‘윤 전 세무서장 비리 의혹 검증’에 할애하자 청문위원들 사이에서도 “윤우진 청문회가 아니다”, “황교안 청문회가 아니다”란 성토가 빗발쳤다.

이날 청문회장에서 이름이 많이 거론된 또 다른 사람은 양정철 민주원장이었다. 윤석열 후보자는 양 원장과 총 3번의 만남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총선을 1년 앞둔 2015년 양 원장이 출마를 몇 차례 권유했지만 윤석열 후보자는 “자신은 검사다, 정치에 기웃거리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자는 첫 번째 만남에서만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고, 그 뒤 두 번의 만남은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고 답했다.

한국당은 두 사람이 ‘부적절한’ 만남을 이어왔다면서 윤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 후보자는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된 검찰개혁안과 관련해 반대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나 국회에서 거의 성안이 다 된 법을 검찰이 틀린 것이라는 식으로 폄훼한다거나 저항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로서 좋은 법이 나올 수 있도록 충분히 의견 개진을 하고, 국회에 부담을 드리지는 않겠다”며 수사권조정안에 대한 의견은 입법과정에서 계속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자는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관련해서는 “검·경 간의 협력 관계가 잘 이뤄지는 것이 수직적인 지휘 개념을 유지하는 것보다 형사법 집행에 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의 본질적인 기능은 소추 기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수사지휘라는 것은 결국 검·경의 커뮤니케이션인데, 이것을 지휘라는 개념보다는 상호 협력 관계로 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검찰과 경찰의 수사지휘 관계를 수사협력 관계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하기 위해 특수수사를 담당할 부서를 서울과 부산, 광주 3곳에만 남겨두고 폐기하는 방안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표하며 당장 특수부를 축소·폐기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윤 후보자에게 적법적인 (수사지휘) 기능을 유지한 채 직접수사 기능은 내려놓을 수도 있다는 취지냐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 다른 검찰개혁안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안에 대해서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수처 신설 논의와 유사한 특별 수사청 신설에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자는 이른바 ‘마약수사청’과 같이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떼어내 별도의 수사청을 설치하는 방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동의했다.

윤 후보자는 검찰의 정보기능 축소에도 대체로 찬성했다. “어떤 (단편적인) 정보에 기인한 수사는 검찰이 원칙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검찰총장에 임명되면) 단편적인 정보에 의해서 수사에 착수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에 대해서는 재판의 장기화로 국민 소송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자는 신속한 재판에 저해가 되지 않는다면 피의자 신문 조서를 통한 재판을 탈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다만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이 제한될 시 국민 소송비용 문제가 어떻게 될지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진행된 인사청문회는 시작한지 12시간을 넘긴 가운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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