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용은 가능하나 과거와 같은 수질은 장담못한다...자가당착에 빠진 인천시

'공천수계 수돗물 혁신 시민설명회 개최'...인천 서구 검단주민들 불만 성토
주민과 합의하지 않은 보상대책 받아들일 수 없어
인천시와 주민간의 갈등...해결의 실마리 찾을 수 있을까

  • 기사입력 2019.07.31 09:38
  • 최종수정 2019.07.31 09:39
  • 기자명 이의정 기자
검단복지회관에서 열린 공촌 수계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인천시 서구 검단복지회관에서 열린 공천수계 수돗물 혁신 시민설명회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정말 마실 수 있는 물인가요?”

갓난 아기를 안은 주민은 급기야 울먹이기까지 했다. 그동안 아기를 맘대로 씻길 수도 없고 아기에게 줄 분유도 맘놓고 타지 못했을 엄마는 분노로 파르르 떨었다.

그녀의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전히 필터의 색깔이 검다”, “아직도 우리 집에는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 “녹물을 어떻게 마실 수 있나?”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질문과 항의 공세에 박영길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의 얼굴은 어둡게 변해갔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욕하셔도 어쩔 수 없지만 수질검사 결과는 마시기에 적합하다고 나왔다”며 “저도 그것이 답답한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해당 행정 담당관도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대한민국 수질기준으로 오늘도 여전히 인천시민들은 고통의 나락에 빠져 있다.

강당을 가득 메운 인천 시민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강당을 가득 메운 인천 시민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인천시, 공촌수계 수돗물 혁신 시민 설명회 개최...인천시만 납득하는 수질복구 안정화 발표

인천시(시장 박남춘)는 30일 서구 검단복지회관에서 ‘공천수계 수돗물 혁신 시민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강당을 가득 메운 인천시민들은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그간의 수질개선 추진사항과 향후 개선 계획을 경청했다.

지난 5월 말부터 인천시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는 공촌정수장에 물을 공급하는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이 정기 점검으로 가동이 중지됨에 따라 인근 수산·남동정수장에서 정수한 물을 수계 전환 방식으로 대체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인천시는 위기 대응 매뉴얼 및 초기 대응 미흡 때문에 사태를 키운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리고 정수장·배수장 정화 작업 등 총체적인 관로 복구작업에 나서 수질을 기존 수준으로 회복시킬 것을 약속했다. 

이에 이날 인천시는 그동안 공촌 정수장, 정수지와 배수지, 저수조와 옥내배관 등을 청소하고 관로를 이토했으며 정상화 및 기동반을 운영하는 등의 수질 안정화 작업에 총력을 다했다고 보고했다.

인천시는 7월 중순 안심지원단 및 국가 공인기관의 수질검사를 통해 현재는 수용가 안정화 작업이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이날 설명회에서도 인천시는 60개 항목의 수질검사 결과 음용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시민들에 대한 보상 계획을 발표했다.

붉은 수돗물 피해 26만 가구(65만여 명)에 상하수도요금을 수질피해발생 이후부터 종료시까지 전액 면제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진료비와 약제비 지원은 물론 이번 사태 기간 생수 구매나 필터 교체에 들어간 비용도 영수증 확인 뒤 실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필터교체비와 수질검사비도 실비지원하지만 사회통념에서 벗어난 과다한 신청 금액은 (가칭)피해보상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상금액을 재산정할 방침이다.

소상공인,어린이집,유치원이나 학교같은 교육시설은 별도 보상기준에 따라 보상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음용할 수 있다’는 시의 발표에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협의 없는 보상 계획과 방법에 도 큰 불만을 표출했다.

발언하고 있는 피해보상 주민대책위원회 대표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발언하고 있는 피해보상 주민대책위원회 대표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똑똑한 사람만 보상받을 수 있는 보상정책 문제 있다

연희동 주민 정(여)씨는 “물은 모두에게 최소한의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인천시가 잘못을 했는데 영수증과 기타 증빙서류를 달라고 한다. 붉은 수돗물 피해를 인식한 똑똑한 주민들은 영수증을 모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적수 피해를 모른 채 물을 먹어왔고 영수증과 같은 증빙서류도 모으지 않고 있다. 정보에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심리적 보상이라고 해볼려고 인천시는 노력했는지 너무 화가 난다"며 분노했다. 정씨는 "피해 비용 보상한다고 해도 가정당 몇 만 원밖에 불과하다. 감히 얼만 안되는 돈으로 보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실제적이고 공평한 보상을 원한다"라고 인천시를 성토하자 주민들의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주민대책위원회 대표들은 "시민들은 수돗물이 정상화됐다고 말한 적이 없다. 이 자리는 정상화 과정에서의 중간보고자리다. 피해 가구가 26만 가구(76만 주민)이고 보상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다"라고 운을 띄우며 "영수증 유무로 보상을 한다는 발상은 말이 안된다"하자 주민들은 동의했다. 이들 대표들은 인천시에 보상을 받느니 차라리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하자 주민들은 박수로 공감했다.

이에 유지훈 인천시 재정기획관은 현재 인천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인천시가 정상화 되었다고 발표는 했지만 일부 지역(학교 및 관말지역 등)에선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인정한다. 그 부분에 대해선 개별적으로 찾아가 점검하고 개선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보상부분에 대해 피해 주민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우선 1인당 10만원 씩만 잡아도 670억이 소요되며 이 밖에도 따로 보상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여 "주민들께서 피해보상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해 주시면 나머지 비용은 수돗물 정상화가 안된 지역인 서구 및 강화지역과 노후관 교체에 사용하겠다" 고 호소했다.

"인천시가 잘못했지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인천시"라며 그간 인천시 직원들의 노고와 현재 수돗물 정상화를 위해 320억원의 추경 증액요청 상황도 전했다.  

답변하는 유지훈 인천시 재정기획관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답변하는 유지훈 인천시 재정기획관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대한민국 수질 기준 적합한가

이날 시민들은 인천시의 자가당착에 한없이 분노를 표출했다. 한 시민은 "도대체 수돗물이 정상화 됐다는데 그 기준이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현재 검단지역에는 여전히 이물질이 섞인 물이 나오며 그것 때문에 행정담당관을 불러 수질 검사를 해달라고 하면 거즈 수건으로 점검을 한다는 것이다. 필터도 못 거르는 물질이 나오는 상황에서 인천시는 정상화 됐다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이같은 행위는 시민을 기만하려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분노한 한 시민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월급받아가면서 똑바로 일하라"고 격분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계속되는 질문에 박영길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현재 인천시의 수돗물은 수질기준 60개 항목을 모두 만족하는 수준이다"라며 "하지만 필터의 변색부분은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박 본부장도 한계를 인정한다며 수질기준의 모호함을 토로했다. 현재 국내 수도법에는 수돗물과 이물질을 분리해서 수질검사를 하고 있다. 이에 수돗물이 적색이고 이물질이 섞여도 수질검사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한 주민은 "수돗물은 인천시 지자체가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으며 수도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의 수도법 개정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환경부가 새로운 수질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남상기 환경부 안심지원단장은 그동안 노후관 등 안보이는 곳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음을 인정했다. 또 인천 공촌정수장에서 가정까지 가는 수송과정 중에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함을 이해해 달라고 말하며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선 많은 예산과 시간이 들어감을 토로했다.

그는 그동안 수돗물 시설운영과 관리를 지자체에만 맡겨왔는데 이번 사고로 인해 국가에서 관여할  수 있는 제도와 매뉴얼 및 대응대책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흡한 답변으로 원성을 받은 교육청 관계자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미흡한 답변으로 원성을 받은 교육청 관계자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미흡한 설명회 준비...인천시 실망시키려 자리 만들었나

인천시는 그간의 정상화 과정을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한계나 문제점이 있는 부분은 감추기 보다 드러내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고자 본 설명회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런 인천시의 의도와는 달리 이날 설명회는 여러가지로 미흡한 점이 눈에 많이 띄어 주민들의 실망감을 더 키운 자리가 됐다.

우선 이날 박남춘 인천시장과 이재현 서구청장은 참석을 하지 않아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한 주민은 "설명회는 중요한 자리인데 인천시장이 참석을 하지 않았다. 일이 있다고 하나 인천시가 준비한 자리인데 스케줄 조정도 할 수 있는 문제다. 인천시의 성의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인천시가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된 답변을 할 수 없는 담당자가 발언자로 나와 주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서구의 모 학교 운영위원장은 개학 전까지 대형 정수조 설치를 요구하며 "교육청이 1학기에는 정수 비용을 지원하지만 2학기의 지원여부가 모호하니 답변해 달라"고 하자 교육청 관계자는 "물이 정상화되었기 때문에 추가로 지원은 어렵다",  "교육부로부터 받은 비용이 없다", "방학이 끝날 때쯤 되면 정상화될 것이다"라는 답을 해 학부모들의 원성을 샀다.

학부모들은 "현재 학교에서는 이물질이 나오는 물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그것으로 급식을 하라는 것이냐"며 "제대로 된 답변을 할 수 있는 담당자를 부르라"고 성토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묵묵부답으로 학부모들을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너나들이 검단 맘 대책위원회 매니저는 인천시의 보상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매니저는 "저희는 인천시와 보상협의를 한적이 없다"며 "인천시에게 보상협의를 보이콧한다고 전했는데 인천시가 아무 상의없이 설명회 자료에 마치 우리가 보상협의를 한 것처럼 기재했다"고 해명과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유지훈 재정기획관은 매니저의 발언을 인정하며 시정하기도 했다.

설명회를 마친 뒤 한 시민은 “시와 시민들 사이에는 아직도 커다란 간극이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었고 불량관과 노후관이 해결이 되지 않는 시점에서 정상화를 논한다는 것은 모순이 있다"며 "인천시가 우리도 할만큼 했으니 그냥 (시민들이) 이해하고 덮어달라는 그런 분위기였던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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