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 공시가 통째 정정 사태로 얻은 ‘방향 잃은 나침반’ 불명예

서울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230가구 공시가격 일제히 정정
2005년 주택가격 공시제도 도입 후 14년만에 발생한 초유의 사태
감정평가사의 질과 양 모두 미흡…불투명한 조사 검증 과정도 지적 잇따라

  • 기사입력 2019.08.24 19:37
  • 기자명 임영빈 기자
(사진출처=한국감정원 공식 블로그 갈무리)
(사진출처=한국감정원 공식 블로그 갈무리)

서울 한강변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 230가구의 공시가격이 통째로 정정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인해 시민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더욱이 이를 주관하는 곳이 정부 통계 기관인 한국감정원(원장 김학규, 이하 감정원)인 것으로 알려져 감정원에 대한 대(對)국민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7월 28일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 이하 국토부)는 2019년 공동주택 1339만 가구 공시가격 이의신청 처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한국감정원은 이달 2일 서울특별시 성수구 성수동 1가에 자리한 ‘갤러리아포레’ 230가구의 공시가격을 올 4월 30일 확정한 금액보다 하향조정했다고 밝혔다.

갤러리아포레 단지의 결정 공시가격은 가구당 평균 30억 200만 원이었다. 그러나 이의신청을 받아들인 결과 공시가격은 이전보다 6.8%나 내린 평균 29억 9700만 원으로 조정됐다. 이는 2005년 주택가격 공시제도가 도입된 뒤 14년 만에 발생한 사상 초유의 사태다.

이번 사태로 주민들이 큰 혼란과 불편을 겪게 되면서 감정원의 전문성이 논란의 중심에 자리매김했다. 층별과 주택형 등에 따라 주택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공시가격도 이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정정 전 결정공시가격은 같은 주택형, 같은 라인의 공시 가격이 동일하게 책정됐다는 미흡함을 노출했다.

이에 대한 이의신청이 잇따르자 감정원은 부랴부랴 이를 받아들여 신세 변동, 층·향별 차이를 산정조건에 적용했지만, 업계로부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관련해 업계 내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예견된 사태’였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한국감정원 직원이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수가 너무 부족할뿐더러 1인당 지나치게 과중한 업무를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신뢰성과 객관성이 결여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감정원은 현재 표준단독주택 22만 가구와 공동주택 1339만 가구의 공시가격을 산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평가하는 직원 수는 고작 550여 명 수준이다. 산술적으로 보면 직원 1인당 평균 2만 4000가구의 공시가격을 정하고 있는 셈이다.

설상가상 이 중에서 한국감정평가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인원은 채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0여 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공시 업무 담당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조사 산정 업무에 대한 검증 절차 부재다. 공시가 산정을 두고 수차례 잡음이 발생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지속적으로 공시가 산정 근거와 절차를 공개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감정원은 “적정 실거래가, 평가선례, 매매가격동향 등 빅데이터와 지리정보시스템(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GIS) 등을 활용해 공시가격을 책정하고 있다”고 해명하나 세부적인 내용을 여태껏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납득할만한 충분한 근거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 시점에서 주민들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국토부의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사이트에 올라온 연도별 가격뿐이다. 이로 인해 업계 내에서는 정부의 공시가 산정 및 검증 체계에 대한 불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이번 공시가 일괄 정정 사태와 관련해 감정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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