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븐일레븐, 출점제한 기준 마련 이전 다수 점포 오픈 ‘꼼수’ 논란

부산서면4호점과 부산서면스타점 간 거리는 무려 ‘걸어서 1분’
세븐일레븐 “가맹점 동의 얻으면 제한 거리 이내에 점포를 출점할 수 있다”
출점거리 제한 이전에 다수에 직영점 오픈해서 현재까지 자리 유지 중
외형 확대에 급급해 마구잡이식 출점…가맹점주와 상생은 외면하나

  • 기사입력 2019.09.16 16:13
  • 최종수정 2019.09.17 18:37
  • 기자명 임영빈 기자
부산시 서면역 인근에 자리한 세븐일레븐 부산서면4호점과 세븐일레븐 부산서면스타점의 거리는 채 100m도 되지 않는다. 이 중 부산서면스타점은 지난해 신규 오픈한 곳이다. 일각에서는 세븐일레븐 가맹 본사가 주변 점주들로부터 억지 동의를 얻어내 새 점포를 오픈했다고 문제 제기하고 있다. (사진출처=네이버 지도 갈무리)
부산시 서면역 인근에 자리한 세븐일레븐 부산서면4호점과 세븐일레븐 부산서면스타점의 거리는 채 100m도 되지 않는다. 이 중 부산서면스타점은 지난해 신규 오픈한 곳이다. 일각에서는 세븐일레븐 가맹 본사가 주변 점주들로부터 억지 동의를 얻어내 새 점포를 오픈했다고 문제 제기하고 있다. (사진출처=네이버 지도 갈무리)

롯데그룹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브랜드 ‘세븐일레븐(대표이사 정승인)’이 출점거리제한을 위반하면서까지 가맹점을 오픈한 것이 확인됐다.

부산시 서면역 인근에 자리한 세븐일레븐 부산서면4호점은 지난 2012년 말 오픈한 점포다. 그런데 2018년 8월 이후로 90m도 채 안되는 곳에 신규 점포가 오픈하며 출점거리제한 위반 논란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부산서면4호점주는 지난 10일 “서면4호점은 2012년 문을 열었고, 2018년 8월에 부산서면스타점이 새로 오픈했다”며 “원래 계획은 스타벅스점이 오픈하면 내가 그 운영을 맡고 4호점은 폐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초 계획과 달리 A씨는 현재 서면4호점과 부산서면스타점, 두 곳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본인이 원치 않았음에도 본사 직영점 편의점 위탁 운영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신규가맹점 운영의 책임부담까지 떠안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이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역 인근 세븐일레븐 점포는 다 본사 직영점이고 여기 점주들은 죄다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며 “내가 안 맡으면 누군가 서면4호점 위탁운영을 맡을 텐데, 그러면 나하고 그분하고 관계가 불편해질 것 같아서 내가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은 본사와 1년은 유지하기로 했는데, 이후에는 서면4호점 폐쇄를 적극 건의해 볼 요량”이라고 덧붙였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위치한 편의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서면4호점과 세븐일레븐 부산서면점 간 거리 역시 네이버 지도 상 도보로 2분만 소요되는 거리(약 196m)에 불과하다.

현행 기준인 260m(도보거리 기준) 거리 제한에 위배되기 때문에 두 편의점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런데 부산 서면역 일대 위치한 다수의 세븐일레븐 점포들은 역 출구를 중심으로 곳곳에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들 점포들과 더불어 부산서면4호점은 현재 세븐일레븐 본사가 위탁 경영을 맡긴 직영점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서면역 일대 이른바 역세권에는 세븐일레븐 점포 다수가 입점해 있다. 이들 점포 중 지난해 오픈한 세븐일레븐 부산서면스타점(J점포)를 제외한 대다수 점포는 2012년에 오픈한 점포들이다. 세븐일레븐은 출점거리제한 기준이 마련된 2013년 이전에 해당 지역에 집중적으로 점포를 출점했다. (사진출처=구글 맵 갈무리)
부산 서면역 일대 이른바 역세권에는 세븐일레븐 점포 다수가 입점해 있다. 이들 점포 중 지난해 오픈한 세븐일레븐 부산서면스타점을 제외한 대다수 점포는 2012년에 오픈한 점포들이다. 세븐일레븐은 출점거리제한 기준이 마련된 2013년 이전에 해당 지역에 집중적으로 점포를 출점했다. (사진출처=구글 맵 갈무리)

거리 제한기준을 위반한 점포들이 이렇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지금까지 영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일까.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16일 “해당 점포들은 모두 출점 거리 제한이 적용되기 이전인 2012년에 오픈한 점포들이라 기준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2년 오픈한 세븐일레븐 부산서면점과 부산서면4호점 간 거리도 현행 기준인 260m에 한참 모자르다. 두 점포 간 거리는 도보로 2분 안팎만 소요되는 초근접거리다. 세븐일레븐은 출점거리제한 기준이 마련되기 이전에 오픈한 점포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출처=네이버 지도 갈무리)
지난 2012년 오픈한 세븐일레븐 부산서면점과 부산서면4호점 간 거리도 현행 기준인 260m에 한참 모자라다. 두 점포 간 거리는 도보로 2분 안팎만 소요되는 초근접거리다. 세븐일레븐은 출점거리제한 기준이 마련되기 이전에 오픈한 점포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출처=네이버 지도 갈무리)

다시 말해, 세븐일레븐은 이러한 얕은 꼼수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서면역 인근 일대에 본사 직영점을 다수 개점했다.

그러나 지난해 오픈한 세븐일레븐은 260m 거리 제한 기준을 준수해야 문을 열 수 있는 점포다. 그런데 어떻게 세븐일레븐은 그 자리에 신규 점포를 추가로 오픈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이에 대해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본사 가맹계약 조건에 기존 가맹점주님들의 동의를 얻으면 제한 거리 이내에 점포를 출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직접 관련 점주님들에게 동의를 모두 다 받아서 스타벅스점을 오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이른바 ‘갑’의 상투적인 해명에 불과하다. 애초부터 위탁 경영을 위임받은 가맹 점주들은 사실상 본사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는 철저한 ‘을’이기 때문이다.

A씨 역시 “아무래도 본사 입장에서는 점포가 문을 닫으면 매출이 줄어들 터이니 꺼려하는 것 같고, 위탁받은 점주들은 그런 본사 눈치를 안 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A씨의 말마따나 유통업계 내에서 ‘편의점 과밀화’ 문제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난제 중 하나다.

2019년 대한민국 전국에 위치한 편의점 수만 4만 여개에 달한다. 가히 ‘편의점 공화국’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이면에는 여전히 ‘제 살 깎기’식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새로 문을 여는 점포만큼 문을 닫는 점포의 수 또한 늘어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2018년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시한 ‘편의점 4개사 출·폐점 자료에 따르면, 그해 8월 말 기준 폐업 점포수는 약 1900개다. 폐업률로 환산하면 약 75.6%다. 이는 2017년 편의점 폐업률 24.8%에 비해 3배 가량 급증한 수치다.

문을 닫는 편의점이 늘어나는 동시에 점포당 월 평균 매출액은 감소세를 노출했다. 이 시기 세븐일레븐, CU, 미니스톱은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이 2017년 대비 0.9%~2.3% 가량 감소했다.

매출 감소만으로 가맹점주들의 속은 이미 새까맣게 타들어갈 판국인데, 더 큰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사에 납부해야하는 로열티(30~35% 수준)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목이 좋은 곳’을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목 좋은 곳에 위치한 점포에서 생기는 매출만큼 본사 입장에서 든든한 것이 또 없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사업 외형을 확대하기 위해서 점포 수 확장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문제는 점포 수 확대 과정에서 기존 가맹점주들의 생존권 보장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대부분이 본사의 뜻을 거스를 경우, 어떠한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는 점주들의 불안감을 은밀하게 자극하기까지 한다.

지난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편의점 업계가 동일 브랜드에 한해서는 250m 이내에 신규 출점을 금지하는 모범거래기준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 기준 적용이 강제성을 띄지 못한다는 점이다. 세븐일레븐 등 가맹본사가 기준을 교묘히 피해 나갈 수 있는 꼼수가 명시된 가맹계약서를 점주들에게 들이밀기 때문에 “애초부터 선택의 여지가 없다”라고 한숨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지금도 전국의 많은 가맹점주들은 “요즘 알바쓰는 것도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 점포당 매출이 하락하다 보니 한 달 순익이 200만 원도 채 안 되는 편의점도 전국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도미노가 쓰러지듯 줄폐업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에 일부 점주들은 “가맹점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출점 제한을 한층 더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본사와 가맹점 간 수익분배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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