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가습기살균제 3단계 피해자도 피해보상 대상” 첫 판결

3단계 피해자, 그동안 ‘제품-질병간 인과관계 낮다’는 이유로 지원대상서 제외
인하대 연구팀, 이달 5일 환자·대조군 역학연구 통해 연관성 입증
당정, 피해자 일괄구제할 수 있는 법 개정안 발의 추진

  • 기사입력 2019.09.24 18:08
  • 기자명 임영빈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진출처=환경부)
가습기 살균제 (사진출처=환경부)

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3단계 피해자도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처음으로 판단했다. 그동안 이들은 제품 사용과 폐질환 발병 간 인과관계가 충분히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3단계 피해자도 정부로부터 피해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생겼다.

지난 19일 수원지법 민사7부(재판장 이원근)는 60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A씨가 가습기 제조·판매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와 한빛화학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업체 측이 A씨에게 위자료 5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옥시 등이 제품의 안전성을 믿고 구매한 A씨에게 폐손상을 발생시켰고, 그로 인해 현재까지 A씨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옥시 등은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원고에 대해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시했다.

A씨는 2007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던 중,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나 2010년 5월부터 병원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이후 2013년 5월 간질성 폐 질환 등의 진단을 받아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질환 가능성을 인정받지 못해 피해등급 3등급으로 분류됐다.

3등급은 가습기 살균제 노출의 영향을 완전 배재하기는 어려우나, 다른 원인들을 고려할 때,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질환 가능성이 적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그동안에는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달 5일 가습기 살균제 3·4단계 피해자들의 ‘간질성 폐렴’ 증상과 가습기 살균제 노출이 상호 간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처음 나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인하대학교 직업환경의학교실 임종한 교수팀은 가습기 살균제 노출 이후 간질성 폐렴(폐손상 3·4단계) 환자 244명과 건강한 대조군 244명을 대상으로 역학 연구를 진행한 결과,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같은날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도 실렸다.

연구팀은 간질성 폐렴 환자들이 하루에 가습기 살균제를 9시간에서 11시간, 14시간에서 24시간 사용한 경우, 8시간 미만 사용자와 비교했을 때 폐 섬유화가 발생할 위험성이 각각 4.54배, 9.07배까지 치솟는 것으로 추산했다.

당시 임종한 교수는 “폐손상 3·4단계 환자는 1·2단계 환자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남성인 환자가 많았다”며 “가습기살균제의 누적 노출 시간과 수면 중 누적 사용 시간 등이 1·2단계 환자보다 길지만 이제껏 구제급여 환자로 인정받지 못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차별없이 구제하는 방안을 담은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 중이다.

개정안은 가습기 살균제 관련 질환자들을 질환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건강 피해자로 인정하고, 기존 구제급여와 구제계정을 ‘피해구제기금’으로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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