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24시] 안녕들하십니까?…후쿠시마산 식품, 외국 수출 및 소비 획책

정부 주도 대대적 캠페인 불구 소비 진작 효과 미미
방사능 우려 식품 외국인들에게 대놓고 권유하는 日
한국과 WTO 분쟁 및 패소 불구 용납 못하는 아베 정권…혐한세력조차 ‘절레절레’
2020 도쿄 올림픽 선수촌에 후쿠시마산 식자재 공급 계획

  • 기사입력 2019.11.13 22:04
  • 기자명 임영빈 기자
일본 정부는 2011년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자국 연예인을 대거 기용하는 등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했다. (사진출처=일본 농림수산부 캠페인 영상 갈무리)
일본 정부는 2011년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자국 연예인을 대거 기용하는 등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했다. (사진출처=일본 농림수산부 캠페인 영상 갈무리)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초토화된 동일본 지역. 이 지역은 북부의 훗카이도와 더불어 일본의 식량자급률을 지탱해온 최후의 보루였다. 그러나 지진 및 원전사고로 인해 방사능 피해를 직격으로 맞으면서 지역 경제는 붕괴 직전까지 내몰렸다.

이에 아베 정권은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해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을 마련, 정부가 적극 주도했다. 해당 캠페인을 통해 농수산물 생산 기반을 포함한 재해 복구 및 농수산물 판매 활로를 확보해 지역 경제 부흥을 앞당기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의 이 같은 생각은 현재까지는 오판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방사능 우려가 말끔히 가시지 않은 식자재를 소비한다는 것은 엄연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제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안전과 삶을 담보로 하다 보니 일본 내에서조차 이렇다 할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내부 소비 진작이 사실상 무위로 돌아간 아베 정권이 내놓은 다음 수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후쿠시마산 식재료의 주 소비처를 외국으로 설정한 것이다. 당장 내년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일본을 찾을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먹이겠다고 발표까지 했다.

‘안에서 안 먹으면 밖에서 먹게끔 하자’는 꼼수

원전사고 직후부터 아베 정권은 후쿠시마산 식자재의 안전성을 줄기차게 홍보했다. 당장 정권의 수반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부터가 매일 관저에서 후쿠시마산 쌀을 섭취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동일본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지역에서 난 식재료를 직접 섭취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소비자의 대다수는 후쿠시마산 식품을 외면했다.

2018년 1월 일본 소비자청은 후쿠시마산 식료품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의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일본 전국에 사는 20~60대 남녀 총 705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에게 후쿠시마산 식재료 구매여부와 구매이유 등을 물었다.

그 결과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구매한 비율은 응답자의 18%(1276명)에 불과했다. 이들이 꼽은 구매 이유는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답변은 ‘재해지·생산자를 응원하고 싶어서’(40.9%)였다. 그 뒤를 ‘맛있다’(38.3%)와 ‘유통되는 제품은 안전하다’(27.3%) 의견이 이었다.

반면 구매하지 않다고 응답한 이들은 ‘특별한 이유 없음(42.5%)’, ‘주변에서 구매하기 힘들어서(33.2%)’ ‘방사능 오염 불안(13.9%)’ 순으로 근거를 들었다.

조사 결과 발표 후 일본 여론은 양분됐다. 정부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국민들이 아직 후쿠시마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에서는 대형 원전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납득하지 못할 수치는 아니라고 팽팽하게 맞선 것이다.

올 2월 후쿠시마 관광청은 지역에서 올리는 복숭아 축제 홍보 마스코트로 포켓몬스터 ‘럭키’를 내세우며 친근함을 강조했으나 외려 더 큰 논란을 야기했다. 지역 축제와 캐릭터 간 콜라보는 여러 번 있었지만 방사능 오염지역으로 지정된 후쿠시마에서도 이를 활용한 만큼 신뢰도 면에서 반대의견이 제기됐다. (사진출처=후쿠시마 관광청 공식 블로그 갈무리)
올 2월 후쿠시마 관광청은 지역에서 올리는 복숭아 축제 홍보 마스코트로 포켓몬스터 ‘럭키’를 내세우며 친근함을 강조했으나 외려 더 큰 논란을 야기했다. 지역 축제와 캐릭터 간 콜라보는 여러 번 있었지만 방사능 오염지역으로 지정된 후쿠시마에서도 이를 활용한 만큼 신뢰도 면에서 반대의견이 제기됐다. (사진출처=후쿠시마 관광청 공식 블로그 갈무리)

그러나 올 4월 일본이 WTO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패소 판결이 나오면서 일본 국민들이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단초가 나왔다. 그것도 무려 혐한네티즌들로부터 말이다.

혐한 네티즌들은 인터넷에서 한국 및 한국에 관련한 것이라며 무조건적으로 비난을 가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런데 패소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 혐한세력들은 인터넷에서 “상식적으로,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하는 것이 문제”, “그렇게 안전하면 일본에서 소비하면 된다” “일본인이지만 동일본산은 안 먹는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아베 정권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였더라도 후쿠시마산 식재료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자국민들조차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임을 간접적으로나마 증명한 셈이다.

WTO 패소 판결 폄훼도 서슴지 않아

아베 정권은 원전사고 이후 수출길이 아예 끊어진 후쿠시마산 식재료 수출을 재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특히 유럽연합(EU)로의 수출 재개에 큰 공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WTO 패소 이후 아베 정권은 상상조차 못했던 정반대의 국면에 맞닥뜨렸다. 그리고 이들은 이를 전혀 예상하지 않았고 또 그에 따른 대비책도 준비하지 않았다.

일단 국제사회에서 일본은 국제통상분쟁에 정통하기로 유명한 국가다. 실제로 우리 정부가 2013년 9월 처음으로 후쿠시마현 등 일본 8개 현 식품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뒤 5년여 간 일본과 분쟁을 이어갔으나 1차 패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당시 WTO분쟁해결기구는 ‘일본에서 유통되는 농수산물은 엄격한 기준과 모니터링에 의해 관리되고 있어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물론 우리 정부는 2018년 4월 9일 상소를 접수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WTO에서 1심이 뒤집힌 사례가 전무(全無)했기 때문에 승소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윤창렬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지난 4월 11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WTO 일본산 수입식품 분쟁에서 우리나라가 최종 승소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KTV 국민방송 영상 갈무리)
윤창렬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지난 4월 11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WTO 일본산 수입식품 분쟁에서 우리나라가 최종 승소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KTV 국민방송 영상 갈무리)

하지만 2019년 4월 12일 세간의 예상을 깨고 한국 정부는 WTO 상소심에서 최종 승소했다. 식품 그 자체의 위험이 아닌, 식품이 나온 장소를 문제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정비했으며 이것이 주효했다. 2주 뒤인 26일 WTO 분쟁해결기구는 한국의 승소를 최종 확정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최종 승소 판결 이후에도 결과를 애써 폄훼하면서 한국의 수출규제 조치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꿋꿋이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WTO 판정을 존중해야 하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은 더욱 공고해졌다.

이제는 도쿄 올림픽

방사능 우려를 완벽히 떨쳐내지 못한 일본에서 내년 올림픽이 열린다.

특히 야구/소프트볼 종목의 보조경기장이 후쿠시마현에 있는 후쿠시마 아즈마 구장이라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야구장과 원전 간 거리는 70여 ㎞에 불과하다. 올림픽 축구예선 경기가 열리는 미야기군도 원전과의 거리는 100㎞ 정도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제염 작업이 효과적으로 이뤄져 후쿠시마현이 안전하다’라는 점을 홍보하려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일본이 특정비밀보호법을 이유로 방사능 오염 자료를 한정적으로 공개하는 것까지 맞물리며 전세계적으로 의구심이 가시지 않은 상태다.

일본은 올림픽 홍보영상에서 후쿠시마산 과일 홍보 내용을 담는 등 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촌 등에 원전 사고 피해 지역의 식재료를 활용할 메뉴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진출처=도쿄 올림픽 준비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은 올림픽 홍보영상에서 후쿠시마산 과일 홍보 내용을 담는 등 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촌 등에 원전 사고 피해 지역의 식재료를 활용할 메뉴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진출처=도쿄 올림픽 준비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이런 가운데 아베 정권은 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촌과 만찬에 공급되는 식재료를 이와테현, 미야기현, 후쿠시마현 3개 지역에서 일부 공급받기로 방침을 정했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국산 목재를 사용해 선수촌을 건설한다고 계획을 발표하며 전국 각지에서 목재를 공모했는데 후쿠시마산도 공모 대상에 포함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 결과, 국내 국제적으로 ‘도쿄 2020 방사능올림픽 규탄 운동’이 전개되기에 이르렀다. 올 4월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환경운동연합 등 다수의 시민사회단체가 일본 대사관 앞에 모여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공급하는 것을 반대한다”라며 “올림픽이 원전 사고의 위험을 감추기 위한 홍보의 장이 돼서는 안 된다”라고 아베 정권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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