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꼬챙이로 개 감전 도축하는 것 동물보호법 위반...대법원 유죄 판결

인도적 도살방법 아냐, 잔인한 행위 인정
피고인 생계유지 위해 개 도축한 점 양형

  • 기사입력 2019.12.19 23:51
  • 기자명 이의정 기자
19일 동물권행동 카라 회원들이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개 감전사 도축방법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사진출처=동물권행동 카라)

이른바 '경의선 숲길 고양이 살해 사건'의 피고인에게 법원이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데 이어 개를 감전시켜 도축하는 방법이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판결이 나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동물생명 존중에 대한 사회적인식의 변화가 점차 확산되어 가고 있는 모양새다. 동물보호단체는 이같은 판결을 환영하며 이번 판결이 미칠 사회적 파장에 대해 고무적이라 전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김형두 부장판사)는 19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개 사육업자 이모(67)씨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인 무죄를 파기하고 벌금 100만원에 선고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김포시에서 개 사육농장을 운영하며 도축 시설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 주둥이에 대 감전시키는 방법(전살법)으로 매년 약 30마리의 개들을 도살했다.

검찰은 이씨의 도살방식이 동물보호법 제8조를 위반한다고 보고 이씨를 기소했다.

1·2심은 “(전기 도살이) 목을 매달아 죽일 때 겪는 정도의 고통에 가깝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씨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이 개에 대한 사회 통념상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전살법이 잔인한 방법인가 아닌가로 의견이 나뉘었다.

이씨는 법원에서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정한 전살법은 잔인한 방법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돼지·닭·오리 등을 대상으로 전살법을 허용하지만 개는 빠져 있다. 이씨는 개는 가축이 아니더라도 개를 먹는 현실을 감안하면 전기도살은 정당하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동물보호법이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에 따라 동물을 죽인 것”이라며 이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동물을 도축할 경우 동물을 즉각적으로 무의식 상태에 이르게 하는 조치, 즉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거나 고통을 최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피고인은 이 같은 인도적 도살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동물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은 동물의 도살 방법 중 ‘즉각적으로 무의식에 빠뜨리지 않는 감전사’를 금지하고 있다.

재판부는 “도살 방법이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동물의 특성과 도살 방법에 따른 고통의 정도와 지속 시간, 시대와 사회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은 당초 돼지 사육에 종사했으나 구제역 발생 등으로 더는 돼지를 사육할 수 없게 되자 생계유지를 위해 이와 같은 도살 행위에 이르렀고, 다시는 개를 도살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씨의 변호인은 “이씨야말로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소수자”라며 “도축 자체는 범죄가 아님에도 전근대적인 시각에서 비롯된 멸시와 비난을 받아왔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판결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법원이 개를 전기도살한 자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번 판결은 개 식용 산업에 만연한 전기도살의 잔인성을 확인하고, 동물 생명존중 가치를 반영한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