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봉 1위 기업, SK에너지의 두 얼굴...위험의 외주화에다 임금착취까지

계속되는 위험의 외주화와 고용불안...미래의 ‘김용균’ 양산하는 나라
입으로만 사회공헌...뒤로는 온갖 불법 자행하는 SK

  • 기사입력 2020.01.20 10:41
  • 최종수정 2020.09.13 21:35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출처=SK에너지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출처=SK에너지 홈페이지 갈무리)

SK에너지(대표 조경목)의 협력업체 일용직근로자들이 위험한 근로환경에 노출된 것도 억울한데 급여통장까지 불법으로 관리당해 온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이른바 ‘김용균법’이 16일부터 시행됐지만 여전히 위험의 외주화 문제는 현재진행형인데다 임금까지 하청업체에게 착취당하고 있어, 근로자들의 안전문제 뿐만 아니라 고용불안 마저 가중시키고 있다.

◆ SK에너지의 협력업체 ㈜신평화, 팀장이 직원 급여통장에서 돈 빼가...수상한 급여 관리

울산시에 소재한 SK에너지는 수십 개의 협력업체와 계약관계를 맺고 있다. 정비업체인 ㈜신평화(대표 이기호, 최병남)도 그 중의 하나인데 제보자 A씨는 이곳에서 단기간 계약직으로 일했다.

A씨는 프로젝트가 있을 때만 일을 하는 일용직 근로자로 일당을 월 단위로 계산해 지급받았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이상한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먼저 A씨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한 번도 업체로부터 계약서를 교부 받지 못한 것이다. 법적으로 근로계약서는 2부 발행하며 1부는 회사에 1부는 근로자에게 교부돼야 한다.

하지만 협력업체의 담당 팀장 B씨는 계약서에 사인만 요구했을 뿐 팀원들에게 계약서의 정확한 내용을 숙지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또한 가장 큰 문제는 B씨가 팀원들의 급여통장(통장 및 비밀번호)을 관리했다는 것이다.

팀장의 이름으로 급여가 이체되고 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팀장의 이름으로 급여가 이체되고 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B씨는 팀원들의 통장을 갖고 있으면서 회사에서 급여가 이체되면 그 중 일부를 다시 자신의 통장과 부인의 통장으로 이체했다. 이것으로 보아 B씨는 회사가 이체한 A씨와 팀원들의 급여에서 자신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의심된다.

이런 일은 A씨가 급여를 받을 때마다 계속 반복됐다. 이러다보니 A씨 및 팀원들의 급여는 실제 받는 급여보다 부풀려졌으며 그만큼 내야하는 세금도 증가했다. A씨와 팀원들은 참다못해 팀장 B씨에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B씨는 그것을 시정하기는커녕 그들에게 그만두라고 통보했다.

결국 이들은 부당함을 표현한 댓가로 직장을 잃고 말았다. A씨와 팀원들은 급여통장에서 어떤 명목으로 돈이 빠져나가는지 알지도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이용당한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신평화측은 “회사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것은 팀장 B씨의 개인적 일탈행위이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팀장이 회사 측에 알리지 않고서 팀원들의 통장을 이용해 돈을 빼가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회사내부에서 일어나는 불법적인 행위에 업체는 방관했거나 관리가 부실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태도는 SK에너지도 마찬가지였다. SK에너지 관계자는 “회사의 특성상 협력업체에게 외주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협력업체 직원의 급여 문제까지 관여할 수가 없다. SK에너지는 하도급법에 따라 협력업체와 계약하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3~5년에 한 번, 그것도 1~3달만 필요한 공사를 위해 상시 및 정규직 고용은 불합리하며 하도급업체 고용자의 처우 문제는 SK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원청이 대기업의 지위를 남용해 도급업체의 경영에 간섭하는 것이며 급여문제는 협력업체의 책임이라고 판단된다"고 선을 그었다.

◆ 계속되는 위험의 외주화와 고용불안...미래의 ‘김용균’ 양산하는 나라

SK에너지 같은 정유공장은 특성상 2~3년마다 한 번씩 가동을 멈추고 설비를 분해해 정밀검사와 노후 설비 교체 등을 실시하는데 이 때 자사직원 외에 협력업체에게 외주를 준다.

여기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먼저 위험의 외주화가 이뤄진다.

SK측은 자사의 직원도 위험한 업무환경에 노출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들이 체감하는 위험의 온도 차는 하청업체 근로자와는 다르다. 대기업의 직원들은 기업의 안전망에 둘러싸여 보호를 받지만 하지만 하청업체 직원들은 그것에 멀찍이 벗어나 있다. 25살 꽃다운 나이에 죽은 태안발전소 故 김용균씨처럼 말이다.

실제로 일용직 근로자인 제보자 A씨도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으며 8일 이상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맡을 때만 4대보험에 가입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울산시 안전보건공단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서 주최한 화학네트워크포럼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울산의 산재 사망사고 현황은 대규모 사업장과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 간의 차이가 거의 10배 수준이 나며 사고 사망자의 42.5%가 하청 노동자인 이유는 대부분의 하청업체는 최저가 입찰로 선정되기 때문에 인력충원은 물론, 안전보건에 투자도,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도 제대로 실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16일부터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 개정안, 일명 ‘김용균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초 논의보다 후퇴해 이른바 '죽음의 외주화'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에 개정된 ‘김용균법’에 따르면 안전보건조치 책임 범위를 기존 사업장 내 22개 위험 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고 안전조치를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형사 처분을 강화했다. 하청노동자가 산재 사고로 숨지면 사업주는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원청이 하청에 위험과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SK에너지와 같은 정유공장에서는 위험의 외주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하청에 모든 안전 책임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하청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으로 유찰을 받아 중간에 수수료를 떼가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임금착취까지 당하고 있다.

하청은 근로자들에겐 일자리를 소개시켜주는 중개소 역할만 할 뿐이다. 이런 노동 환경은 미래의 또 다른 ‘김용균’을 양산할 뿐이다.

정부는 산재예방을 위해 채용 지원, 산재 예방 및 보상, 기업복지 지원, 임금체불 예방 등 원청-협력업체 간 상생의 산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지만 하청근로자의 위험과 임금의 문제는 하청의 몫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긋는 SK에너지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인 것만 같다.

◆ 입으로만 사회공헌...뒤로는 온갖 불법 자행하는 SK

지난 17일 가습기살균제 환경노출확인 피해자연합, 독성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모임, 환경단체 글로벌에코넷, SK 인천석유화학 이전 범시민행동, SK 울산에너지 불법산업폐기물 매립 공동행동, 국민헌혈 SK플라즈마 알부민 특혜 척결 공동행동. 기업 윤리경영을위한 시민단체협의회 등 단체들은 SK 그룹을 향해 '환경과 사회공공성 훼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환경단체들은 SK 가습기살균제 참사, 유독성 물질 내뿜어 주민들 위협하는 SK인천석유화학 문제, SK울산에너지 산업폐기물 불법매립 의혹 등 국민을 기만하는 SK의 일련의 행태들을 성토했다.

이들은 “SK가 가습기살균제의 원조격이고 그 피해자가 현재까지 속출하고 있는데도 현재까지 합의 형식으로 배상한 피해자는 고작 10명이다”라며 "6700명에 해당하는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2017년 11월경 울산 석유화학단지 SK에너지 울산공장 부지에 묻혀있던 (공익제보자 25톤트럭 일만분 추정)산업폐기물에 대한 의혹에 왜 침묵하고 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 벤젠,톨루엔,자일렌,파라자일렌 등과 같은 발암물질을 배출하는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을 하루속히 이전해야 한다고 외쳤다.

최근 SK그룹의 최고수장인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나비관장과의 이혼소송으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가운데 SK는 회사 안팎으로 조용할 날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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