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상대방 거부 없다고 암묵적 합의 아냐"...회식때 여직원 허벅지 만진 상사 성추행 인정

1심에선 유죄, 2심에선 무죄...대법원 "기습추행 해당" 파기환송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힘의 행사가 있었다면 힘의 대소 강약 불문하고 성추행

  • 기사입력 2020.03.26 23:29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픽사베이)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힘의 행사가 있었다면 상대방이 거부의사가 없더라도 성추행이 맞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회식자리에서 여직원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볼에 입맞춤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가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피해자의 허벅지를 쓰다듬는 행위는 '기습추행'으로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며 사건을 창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모 가맹그룹 운영자 A씨는 2016년 가맹점 직원들과의 회식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은 가맹점 직원 B씨의 볼에 입을 맞추고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이로 인해 재판에 넘겨진 A씨는 1심에서 유죄를 인정 받았다. 이에 재판부는 벌금 50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등을 명령 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A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볼에 입맞춤한 행위를 성추행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회식자리에 함께 있었던 증인 2명이 “다리를 쓰다듬는 것은 봤지만 뽀뽀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으며 B씨의 고소 시기가 피해 당시가 아닌 A씨와 가맹 계약 분쟁이 발생한 때라는 점을 들어 이를 강제추행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강제추행이 인정되려면 폭행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유형력 행사가 있어야 하는데 '피해자가 허벅지를 만질 때 가만히 있었다'는 증인들의 진술 등을 미루어 볼때 A씨가 B씨의 허벅지를 만진 행위를 강제추행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기습추행의 경우 폭행이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힘의 행사가 있었다면 힘의 대소 강약을 불문한다”고 명확히 했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피해자의 옷 위로 엉덩이나 가슴을 쓰다듬거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어깨를 주무르거나 교사가 여학생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며 비비는 행위 등을 기습추행으로 인정해왔다. 

그러면서 “피해자 대처 양상은 다양할 수밖에 없으므로, 피해 당시 B씨가 A씨에게 즉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강제추행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법원은 “즉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것이 명시적ㆍ묵시적 동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이같은 판결로 그동안 사내 회식자리에서 발생했던 비슷한 유형의 성추행 사건들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