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4·15 총선과 4·16 세월호...과거와 미래의 교차점에서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이하며..기억, 책임, 약속

  • 기사입력 2020.04.15 22:03
  • 최종수정 2020.04.16 20:25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
(사진출처=416가족협의회)

제21대 국회의원 투표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 거리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햇살은 화사하고 바람은 따사롭다. 

코로나 19가 마스크로 우리의 표정을 가리고 우리의 두발을 묶어 놓았지만 찾아오는 봄은 막을 수 없었나 보다. 사건 사고가 우리를 에워싸고 우리 마음을 요동치게 해도 계절은 변함없이 찾아오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4월 15일 오늘이 지나고 16일 내일이 오면, 총선의 결과에 따라 어떤 당은 웃을 것이고 어떤 당은 눈물을 흘릴 것이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당선과 낙선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국회가 열리게 된다.

그러고보니 우리 국민들이 이번 총선에 임하는 자세는 그 어느 때보다 남달랐을 듯 하다. 코로나 19라는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를 겪으면서 국가에 대해, 정부에 대해, 정치에 대해, 투표에 대해,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총선은 절실하다 못해 비장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의미있는 것은 바로 총선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 4월 16일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4월은 2014년 이후로 잔인하다 못해 참혹한 시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어느덧 내일이면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이한다.

뒤돌아보면 안타까운 순간들이 가슴을 후벼파지만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참사로 끝나진 않았다. 우리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으며 그 분노는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졌고,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켰으며 진정한 민주주의를 경험하게 했다. 어쩌면 세월호는 아픈 상처이기도 하지만 국민들을 움직인 또 하나의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월호는 아직도 힘들의 바다에서 인양되지 못했다.

니체는 이 세상을 힘들의 바다라고 말했다.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에 의해 움직이는 바다. 세월호 선체는 인양됐지만 세월호의 진실은 아직도 힘들의 바다에 침몰돼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린 생명들이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6년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알지 못한다. 진실은 바닷속처럼 묘연하고 아득하기만 하다.

이제 내일이면 국민의 준엄한 선택으로 새롭게 국회를 이끌 일꾼들의 윤곽이 드러난다. 공교롭게도 그들의 출발선상에 세월호 6주기가 서 있다.  

과거와 미래의 교차점에서 발을 내딛으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해야할 일은 자명해 보인다. 바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한다. 지금의 상황을 세월호에 비교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현재 아이들도 코로나19속에 안전과 교육권을 위협받고 있다. 세월호 아이들이 바랐던 안전한 대학민국을 지금의 아이들도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이에 그 출발선상에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먼저 밝혀져야 한다.

총선을 이틀 앞두고 참사 6년만에 기자협회가 세월호 유가족에게 보도참사에 대해 사과했다. 탑승자 전원구조라는 어처구니 없는 오보로 국민들을 기망하고 유족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에 고객 숙이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기자협회는 진실규명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당연한 일을 지금에야 했다고 비판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이제라도 반성하고 사과한 것에 개인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 반성과 사과가 앞으로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나아가는 밑걸음이 되길 바란다.

지금도 세월호 소리만 들으면 마음 한켠이 저릿하다.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위정자들의 위선을 바라만 보는 서글픔, 진실 앞에 다가가지 못하는 안타까움, 자식을 먼저보내는 부모의 황망함들이 마음 속에 부채감으로 남아 있다. 이런 마음이 나 혼자만의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2017년 진도 팽목항을 찾으면서 세월호 아이들에게 방명록을 통해 미안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으로서 모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없이 던졌다고 했다. 그리고 대통령 당선 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이 약속이 허공을 맴도는 메아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세월호 참사의 공소시효는 1년여 밖에 남지 않았고 대통령 임기는 2년이 남았다. 우리 사회가 괜찮아질 거라는 확신과 희망을 또 다른 아이들에게 들려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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