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경 대기자, 한국타이어 유해물질 사용 실태와 은폐의 진실을 밝히다

‘벤조에이피렌’서부터 ‘톨루엔’에 이르기까지 1000여가지의 화학물질 잡동산
산업재해를 은폐로 덮는 산재인정 기준의 변경 이보다 더한 근거 제시 있을까.

  • 기사입력 2018.11.22 22:27
  • 최종수정 2021.09.13 14:36
  • 기자명 조희경 기자 기자
(사진=환경경찰뉴스 조희경 기자)
(사진=환경경찰뉴스 조희경 기자)

2006년하고 2008년 사이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 근로자 15명이 심근경색과 심장질환 등으로 집단 돌연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한국타이어 작업장을 대상으로 2번의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심근경색과 심장질환 등의 발병으로 사망한 근로자들의 직업병 원인은 현재까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결국, 숨진 근로자들은 산재승인이 거절된 채 '의문사'로 처리됐다.

또한 암 발병으로 사망한 근로자와 암 투병으로 고생하는 근로자들의 직업병 판단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암 발병 근로자에 대해서는 작업환경 평가를 배제한 채 산재승인을 내주었다.

당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한국타이어 근로자들의 질병 발병의 원인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업무상 재해 평가 기준에서 작업장에서 공개하지 않는 물질정보 ‘S1’에 대한 평가를 모두 배제했다.

따라서 타이어를 찔 때 발생하는 ‘고무 흄’에 대한 유해성 평가가 배제되며 유독가스 흡입 농도와 카본블랙 분진에 대한 평가까지 배제했다.

잘못된 역학조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시 이 사건을 감사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의원들과 시민사회(역학조사 시민사회추천 자문위, 평가위원 서울대 백도명 교수)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가 상당수 잘못된 내용임을 알고도 이를 묵인하는 데, 암묵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 사건에 동의한 책임자들의 명단은 현재까지도 공개가 거부되고 있다. 어느 누가 근로자들을 떼죽음으로 모는 잘못된 역학조사에 합의를 한 것인지, 이제라도 명명백백 밝혀야 하는 이유다.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삼성반도체 ‘반올림’사건의 경우도 위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심각한 산업재해로 지적되고 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의 피해가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화학물질 중독에 따른 피해에 대해 인정되지 않고 있다. 회사가 암묵적인 합의 차원에서 피해 유가족과,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위로금 명목에 합의금이 전달될 뿐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산재가 은폐되며 기타 뇌심혈관계 질환자들의 경우 산재를 인정조차 받기 어려워졌다.

2015년 한국의 산재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중 가장 높은 수치다. 10만 명 중 10명의 사망자 수가 발생됐다. 전 세계 산재 사망률을 그대로 반영한다 해도 3위 안에 든다.

이에 비해 국제노동기구(ILO)와 미 노동부(US Labor Department)에 따르면 미국(3.3명)과 독일(1.8명)의 산재 사망률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반면 우리나라의 산재인정 건수는 놀랍게도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를 나타내고 있다. 독일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산재 인정 건수가 제일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법과 정의가 무너진 사회에서 ‘거대한 카르텔’에 의해 산재가 공식적으로 은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타이어 내부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다. 타이어를 찔 때 생기는 수증기 '고무 흄'이 뿌옇게 공장 천장까지 메우고 있다
한국타이어 내부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다. 타이어를 찔 때 생기는 수증기 '고무 흄'이 뿌옇게 공장 천장까지 메우고 있다

고무 흄 구성성분 ‘벤조에이피렌(Benzo[a]pyrene)’, 자살위험률 4배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 내뿜는 타이어를 찔 때 발생하는 ‘고무 흄’은 근로자들의 질병 발병의 원인과 상병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용제를 바른 타이어를 찔 때, 불완전 연소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어서다.

2009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실시한 한국타이어 작업장을 대상으로 한 최종 역학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발암성이 있는 다핵방향족탄화수소(벤조에이피렌, Benzo[a]pyrene)가 고무 흄의 구성 성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자가 작업장에서 영업비밀로 한 물질정보에 포함되기 때문에 작업자들의 직업병 원인과의 상병 관계 여부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 받지 않았다.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는 영업비밀 물질정보 식별기호를 ‘S1’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근로자들이 질병에 걸렸다 해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 인정을 받기 어렵다.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 타이어를 찔 때 생기는 유해가스 ‘고무 흄’의 구성 성분으로 밝혀진 발암성이 있는 다핵방향족탄화수소는 국제 암구연소(IRAC)에서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벤조에이피렌이다. 벤조에이피렌에 대한 유해성 지적은 본지 기자가 오랜 기간 취재 끝에 밝혔고, 최근에는 KBS 추적 60분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관심 가지며 직접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 발생되는 분진의 성분을 의뢰한 결과, 벤조에이피렌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벤조에이피렌은 최근 문제가 커지는 있는 대기환경 보전 문제와 관련해서 초미세먼지와 큰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연구보고 되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내뿜는 초미세먼지 벤조에이피렌은 인체에 유해할 뿐만 아니라, 뇌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우울증을 동반한 자살률이 최근 급격하게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는 2008년 근로자 15명(자살 1명)이 심근경색과 심장질환 등으로 집단 돌연사하는 사건이 일은 이후에, 자살로 확인되는 근로자 수만 10명이다.

2008년서부터 2016년까지 사망한 한국타이어 근로자는 46명이다. 이 중 자살한 근로자 수는 10명인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한국타이어가 집계한 사망한 근로자 수이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인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이 기간 자살로 사망했을 근로자들의 수가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관련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는 고무 흄을 찔 때 발생하는 다핵방향족탄화수소와 관련해서 별도의 작업환경을 측정하고 있다. 작업환경 측정 기준치에 대해서는 사업자가 민간에 작업환경측정 시스템을 맡기고 있는 탓에 정확성 여부까지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본지 기자와 인터뷰한 익명의 작업환경측정기관 관계자 말에 따르면 “2008년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 근로자들의 집단 돌연사가 문제가 커질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밀실 야합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원래는 작업환경측정 기관의 정확성과 독립성을 분별하기 위해 정부가 부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이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반발하고 나서며 이명박 전 정권이 무마시킨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금에 작업환경측정 시스템은 사업자에 의해 비용이 지불되고, 일을 맡기는 구조이기 때문에 을의 위치에서 업자 원하는 대로 작업환경측정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제대로 된 작업환경을 측정하려면, 지금처럼 사업자가 갑의 위치가 아닌, 정부 지원 아래 작업환경 측정이 이뤄줘야만,  제대로 된 작업환경을 측정을 할 수 있으며 정직하게 일하려하는 작업환경기관에 일감이 끊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본지가 한국타이어 산재예방 전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하고 통화한 속기록이다. 유기용제의 구성성분에 톨루엔이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더불어 충격적이게도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 사용하는 유기용제 제품은 한 두가지 제품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유기용제 중독에 의한 유해성 논란의 분위기는 극대화될 전망이다.
본지가 한국타이어 산재예방 전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하고 통화한 속기록이다. 유기용제의 구성성분에 톨루엔이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더불어 충격적이게도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 사용하는 유기용제 제품은 한 두가지 제품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유기용제 중독에 의한 유해성 논란의 분위기는 극대화될 전망이다.

한국타이어 작업장 유기용제 중독 논란

아울러 본지 기자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산재 예방 전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하고 전화상 인터뷰를 통해 ‘톨루엔’을 비롯한 500여 가지가 넘는 화학물질들을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 용제(솔벤트)에 담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감독관 말에 의하면,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 사용하는 솔벤트가 주성분인 유기용제의 종류에는 한국석유공업이 제조한 HV-250 (용제에 붙은 제품명)을 비롯한 SK-330 등 무려 900여 가지가 넘는 유기용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유기용제 종류까지 포함하면 무려 1000개 이상일 것이라고 전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산재 예방 근로감독관은 답했다.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 근로자들의 질병 발병의 원인과 관련해서 유기용제 중독 의문사가 논란이 커지는 대목이다.

이와 같은 문제가 드러나자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한국타이어 산업재해 은폐 논란과 관련해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 시기에 맞춰, 대형 미디어에서도 앞다퉈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 사용되는 유기용제 중독 논란 가능성에 대해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잘못됐던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의 역학조사와 같은 방식으로 공기 중에서 유해인자를 포집해 근로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하다 보니, 거버넌스 위기로 지적되는 산재은폐에 대해서는 함구 되는 분위기다.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 사용되는 유기용제 중독 논란과 관련 과학적으로 유해인자를 입증하기에 앞서, 사업자가 영업비밀로 하는 물질정보서부터 공개하는 법안이 개정부터 시급하게 이뤄줘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지난 2009년 한국타이어 역학조사와 관련해서 꾸려진 자문위원회 회의록이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 2009년에 한국타이어 작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역학조사에 대해 오류가 있음을 짚고 있다. 이 내용은 한겨레tv 프로그램 원피스 제작진이 산재협의회로부터 자료를 받아서 발췌 보도했다. (사진=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지난 2009년 한국타이어 역학조사와 관련해서 꾸려진 자문위원회 회의록이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 2009년에 한국타이어 작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역학조사에 대해 오류가 있음을 짚고 있다. 이 내용은 한겨레tv 프로그램 원피스 제작진이 산재협의회로부터 자료를 받아서 발췌 보도했다. (사진=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MB가 남긴 위대한 유산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MB)은 취임 후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대통령령으로 공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령으로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바꿈에 따라 화학물질 중독에 따른 기타 뇌심혈관계 질환자들의 산재인정 건수는 연평균 ‘0’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로사로 사망하는 근로자들의 산재인정 건수는 반토막나며, 지금은 20%대까지 떨어진 수준이다.

MB가 남긴 위대한 업적에서 근로자들의 ‘산업재해’ 은폐는 1등 공신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추계 자료로 뒷받침된다.

MB의 사돈기업인 한국타이어는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이 바뀜에 따라,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국내 제1의 타이어 생산공장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산재 인정률 0.98%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해당 작업장에서 인정된 산업재해도 화학물질 중독에 따른 산재가 아닌, 작업장에서 근로자가 다쳤을 경우에 해당한다.

한국타이어 작업장은 특별관리물질 취급 작업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별관리물질이라 하면, 1급 발암물질 벤젠을 비롯한 국제적으로 등급이 분류된 유해 한 화학물질을 말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 사용하는 유해물질정보에는 벤젠, 에틸렌, 자일렌, 톨루엔과 같은 휘발성 유기화학물질은 물론이며, 특별관리물질에 대해 전혀 공개된 바가 없다. 따라서 작업자가 업무상 재해를 입었을 시, 근거가 되는 산재판단 기준조차 없는 상황이다.

특히 고용노동부 장관령에서 작업장에서 ‘영업 비밀이란’ 이유에서 공개하지 않는 물질정보에 대해서는 직업병 판단 기준을 받기 어렵다.

이는 삼성반도체 작업장 또한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이 땅에 산업 근로자들은 업무상 사용하는 화학물질 중독에 의해 질병에 걸렸다 해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 인정을 받기 어렵다. 현행법상 의학적(의사 소견)으로 인정이 돼야 하는 데, 이를 판단할 만한 작업환경 정보가 법에서 비밀로 보호하고 있어서다.

작업자의 물질정보를 공개하는 법체계부터 바로 잡지 않는 이상, 이제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국민 건강까지 해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6년 이후 급속도로 빨라진 국내 산업의 발전 속도에 따라 공장에서 취급하는 독성 화학물질 수만 2011년 기준, 6만 4천 종에 이른다.

조선술의 전통적 주류제조시설부터 시작된 국내 산업화의 발전 속도는 반도체 산업에 이르기까지 신규로 취급하는 화학물질 종만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타이어와 반도체, 섬유탈취제, 화장품과 농약에 이르기까지 안 사용하는 곳이 없을 정도로 모든 산업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유기용제의 경우, 밝혀진 휘발성유기화학물 종류만 4000종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작업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 정보는 환경부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과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이 서로 다른 탓에, 부처 간 업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생활 속 가정에까지 무분별하게 흘러 들어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대표적인 예로 분류된다. 2011년 한 해 피해사망자만 120명을 넘어 몇 년 사이에 수천 명이 넘는 국민이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고통받다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이들의 사망 원인을 역학 조사한 결과,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화증’을 나타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 역시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발암성 평가가 배제되며 허위 역학조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연에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허위 역학조사 보고서로 지적받고 있는 두 역학 조사보고서 모두, 서울대 백도명 교수가 의견을 줬다는 점에서 의문이 커지는 분위기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은 나중에 가서 관련 당국이 확인한 결과, 옥시를 포함한 대다수의 액체형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는 CMIT/MIT, PHMG, PGH 등 사용하지 말아야 할 유독성 발암물질이 첨가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섬유탈취제와 물티슈, 화장품(워시오프), 에어컨 열선(도료)과 치약 등에 이르기까지 실생활에서 손길이 안 닿는 곳이 없을 정도로 곳곳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허술한 화학물질 관리체계로 국민이 갖는 공포감은 나날이 커져, 극대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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