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방 각오하고 불길 뛰어들어 10명 구한 카자흐스탄인 'LG의인상' 수상

화재현장에서 화상도 입어...주민들 도움으로 치료
알리씨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게 해달라 청원도 등장

  • 기사입력 2020.04.23 00:50
  • 최종수정 2020.09.14 15:10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출처=국민청원 게시판갈무리)

지난달 23일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 화재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길에 뛰어든 카자흐스탄 출신 근로자 알리씨에게 'LG 의인상'이 수여돼 그의 행적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또한 21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알리씨가 합법적으로 한국에 체류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화제다.

지난달 23일 오후 11시 20분경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구교리의 한 원룸 건물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에 알리씨는 불길을 뚫고 건물로 뛰어들어가 서툰 한국말로 "불이야"를 외치며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알리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건물 2층을 둘러보았는데 한 원룸에서 신음 소리를 듣고 가스관을 타고 해당 원룸에 들어가 방안에 있던 50대 여성을 구조했다. 

이 과정에서 알리씨는 목, 등, 손 등에 2~3도의 중증 화상을 입기도 했다. 알리 씨의 빠른 대처로 건물 안에 있던 10여 명의 주민들은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는데 소방관과 경찰에 현장에 도착해 상황을 수습하는 사이 알리씨는 자취를 감췄다. 알리씨는 불법체류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카자흐스탄에 있는 부모님과 아내, 두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3년 전 관광비자로 한국에 와 체류 기간을 넘어 공사장 일용직으로 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화재현장에 있던 손양초등학교 장선옥 교감은 알리씨를 수소문해 찾았고 설득해 병원으로 데려갔다. 화재상처로 병원비가 700만원이 나왔는데 알리씨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병원비를 모금해 지원했다.

알리씨는 불법체류자 신분이 밝혀지는 것도 마다않고 불길 속에 몸을 내던졌지만 병원에서 치료하면서 불법체류자 자진신고를 한 탓에 오는 5월 1일에 한국을 떠나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감과 주민들은 양양군에 알리씨의 의사상자 지정 신청을 했고 만일 의사상자로 지정이 된다면 법률에 정한 보상금과 의료급여 등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양양군은 일단 의사상자 절차를 위해 사실관계 확인 등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기 시작했으며 시간이 촉박해 신속하게 처리할 방침이다.

알리씨의 선행이 알려지자 21일국민청원에는 "화재 현장에서 10명의 목숨을 구한 의인 알리씨가 합법적으로 대한민국에 머물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이 게시돼 국민들의 많은 동의를 받고 있다.

또한 LG복지재단은 "자신의 안전과 불법체류 사실이 알려지는 것보다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 먼저라는 알리 씨의 의로운 행동으로 더 큰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알리씨에게 LG의인상을 수여했다. 이에 알리 씨는 2017년 'LG의인상'을 수상한 스리랑카 국적 의인 니말 씨에 이어 두 번째 외국인 수상자가 됐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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