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암환자 울리는 삼성생명의 횡포, 금감원 지급권고에도 버티기 논란

청구인이 받은 암치료는 "직접적인 암치료 목적 아니야" 제멋대로 약관 해석
암환자와 관계없는 의사에게 의료자문 받아 보험금 삭감 및 미지급 의혹
'화해계약서'라는 명목으로 암환자 겁박하고 서명강요해 보험금 삭감지급 논란

  • 기사입력 2020.05.06 16:04
  • 최종수정 2020.05.06 18:00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사진출처=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암보험을 들어놓고도 보험사의 지급거부로 암치료비를 받지 못해 낭패를 겪고 있는 환자가 늘고 있다. 특히 국내 보험업계 1위 기업인 삼성생명은 약관의 문구를 제멋대로 적용해 치료비 지급을 거부한 것도 모자라 금융감독원의 지급재검토 권고도 무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보험사의 횡포에 암환자와 그 가족들이 울고 있다.

◆ 금감원 권고에도 요지부동하는 삼성생명의 배짱

청원인 A씨는 2018년 6월 서울아산병원에서 난소암을 진단받고 난소관절제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2018년 11월까지 6차례 항암약물치료를 받았는데 2018년 9월 6일부터 11월 28일 동안에는 수동연세요양병원 등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암환자의 경우 대형병원에서는 10일 이상의 입원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암환자들은 대부분 요양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계속 이어간다.

A씨는 요양병원에서 기력저하, 소화불량, 수면장애, 복부불편감, 오심등의 증상에 대한 치료와 면역력 향상 치료를 받았다. 이 치료들은 병원에서 암환자의 암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암환자들이 선택하는 치료라기보다 의사들이 암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를 지시해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요양병원에서 받은 항암치료로 인한 휴유증을 치료받거나 신체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입원 치료는 예정된 암치료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삼성생명의 지급거부 사유 답변(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하지만 삼성생명은 이것이 직접적인 암치료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A씨가 청구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삼성생명은 "요양병원 입원은 직접 치료 목적의 입원이 아닌 암 치료, 항암 이후 휴우증 등에 대한 치료 목적으로 입원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약관에서 정하는 암입원급여금의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지급이 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암보험 계약서 약관 갈무리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A씨가 가입한 삼성생명의 '무배당 여성시대건강보험'의 약관 제19조에 따르면 "암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4일 이상 계속 입원 시 입원 급여금을, 31일 이상 계속하여 입원할 시에는 장기간병자금을, 31일 이상 계속하여 입원한 후 생존 퇴원할 시 건강 회복자금을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A씨가 가입한 또 다른 암보험인 '홈닥터보험'의 주계약 약관 제10조에 따르면 "암으로 진단 확정되고 그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여 4일 이상 계속하여 입원했을 시 암입원 급여금을, 31일이상 계속해 입원한 후 생존하여 퇴원할 시 암요양급여금을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A씨는 "약관에 암의 치료범위나 입원의 적정성에 관한 근거기준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데다 '항암이후', '휴유증' 이란 단어도 찾아 볼 수 없다"며 "삼성생명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기 위해 약관을 회사측에 유리하게 적용하며 약관에도 없는 말을 만드는 부도덕함을 내비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더구나 보험업법 95조2항에 따르면 보험사는 보험료, 보장범위, 보험금 지급제한 사유 등을 일반 보험 계약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할 의무와 보험금을 감액해 지급할 경우 그 사유를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수입보험료의 최대 100분의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에 지난해 6월 A씨는 금융감독원에 금융분쟁조정신청을 냈다.

금융감독원의 답변(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금감원은 A씨의 신청을 접수하고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삼성생명이 암입원보험금 등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금융분쟁조정세칙 제20조의3 (재검토 요구)에 의거해 보험금지급을 재검토할 것으로 요청했다. 더불어 올해 3월 16일까지 결과에 대해 보고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금감원은 "본건은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한 입원'이라는 약관 해석이 주요 쟁점이다"라며 "금감원의 과거 분쟁 선례에 따르면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한 입원'을 '암의 치료를 위한 입원' 내지 '암의 치료에 필요한 입원'과 동일한 의미로 해석했고, 특히 암치료가 일정기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피보험자가 받은 치료들이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경우는 '암의 치료에 필요한 입원'에 해당된다"고 결정했다. 이에 A씨가 요양병원에서 받은 치료도 암치료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치료에 해당하므로 보험료를 지급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아직도 보험급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금 미지급에 대해 "이건에 관해 정확하게 알아봐야 하겠지만 금감원이 재검토하라고 해서 회사가 지급할 이유는 없다"며 일축했다.  

이에 A씨는 국민청원 게시판에 삼성생명의 보험금 미지급에 대해 호소하고 있으며 지난달 28일 삼성생명 측에 암입원보험금을 재청구하고 지급해 줄것으로 요청한 상태다.

◆ 암환자들의 울분, "보험사 횡포과 갑질 더이상 당할 수 없다"...금융당국에 촉구

A씨처럼 암보험을 들어놓고도 보험사의 지급거부로 암치료비를 받지 못해 낭패를 겪고 있는 환자가 늘고 있다. 보험사들은 약관의 해석을 멋대로 적용해 보험금 지급을 회피하는 갑질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암환자를 사랑하는 모임'(암사모)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유수의 보험사들이 '암으로 입원시' '암의 치료를 목적으로 입원시'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입원시' '암의 직접치료를 목적으로 입원시'라는 단순하고 명백한 내용의 약관을 명시해 놓고 '직접'이란 단어를 모호하게 해석하는 말장난을 일삼아 많은 암환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상 암환자들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 십년에 걸쳐 '암입원보험금" 특약에 의한 보험료를 납입한다. 이것은 암수술을 전후한 며칠의 상급종합병원 입원을 위한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암수술 후 항암 방사선 표적치료, 항호르몬치료, 경구용항암 등 상급종합병원의 의사가 진단, 지시, 치료하는 여러 암치료 행위를 통해 '암치료의 종결' 내지는 '암의 완치'를 달성하고자 최소한의 안정적인 병원 입원치료를 위함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급병원의 여건상 암수술 후 며칠이면 강제 퇴원을 당하는 암환자들의 다음 선택은 지속적인 여러 암치료로 발생하는 극심한 고통과 부작용들을 감내하며 자택에서 거주하는 방법과 요양병원 등의 각급 병원 입원을 통해 암치료 행위를 지속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최소한의 안정적인 병원입원치료를 위해 암환자들은 암보험의 '암입원보험금' '특약'에 가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렴치한 보험사들은 요양병원 등 병원의 입원이 '필수불가결한 입원이 아니며 직접 치료가 아니라는 억지주장으로 암환자들의 암입원보험금을 갈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보험 계약서의 '직접치료'에 대한 약관의 해석은 오랫동안 논란이 돼 왔다.

이에 지난해 6월 한국기업법학회에서 발표한 <암보험약관상 '암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하여' 또는 '암의 직접치료를 목적으로' 의미에 관한 소고>라는 논문에서는 "보험약관상 '암의 치료'는 암이라는 질병을 치료한다는 취지의 것이지 암을 치료하는 것에 특정한 방법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므로 치료의 목적이 암을 치료하는 것에 있는 경우라면 암을 치료하기 위해 임상적으로 허용된 모든 방법과 내용이 인정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심지어 치료에 효과가 있었는지 여부도 물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며, "문제는 직접이라는 의미를 정하는 세부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은 보험사업자가 사업자 입장에서 자의적인 해석을 함으로써, 소비자가 가진 암보험 가입에 대한 기대에 현격히 반하는 보험금지급 기준을 제시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2016년 대법원도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치료는 암을 제거하거나 암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한 치료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암 자체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한 치료를 포함한다"고 판시했다.

2018년 실비보험 가입자가 유방암 수술 후 요양병원에 입원해 셀레나제 등과 같은 주사제와 영양제를 투여한 후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자 보험사는 지급거부를 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대법원은 항암 약물치료를 위한 신체기능회복 목적으로 판단해 이 사건 입원치료가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같이 법원도 직접치료를 인정하고 있지만 보험사는 입맛에 맞는 약관의 해석으로 금융 보험 시장 질서를 심각히 저해하는 것은 분명한 위법, 탈법 행위이다"라며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불법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그는 보험사가 불법적으로 자행하는 '의료자문'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보험사들이 암환자를 진단하지도 치료한 적도 없는 유령의사를 동원하여 수술 이외의 치료가 필수불가결한 치료(또는 보험사가 말하는 직접치료)가 아니며, 그러므로 필수불가결한 입원이 아니라는 억지 논리를 동원하여 암환자들의 암입원보험금을 삭감 내지는 지급하지 않아 암환자들의 생명줄인 암입원보험금을 갈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그는 보험사들이 '화해계약서'라는 명목으로 심신미약 상태의 암환자를 겁박하고 강요하여 서명을 받고 이를 빌미로 청구한 암입원보험금을 삭감지급하고, 차후의 당연한 암보험가입자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포기하게 만든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비판했다.

그는 또한 금융당국이 금감원이 기준을 정하던 '표준약관'의 제정· 개정 권한을 보험협회에 넘기려고 하는 행태도 비판했다.

그는 "불법이 난무하는 보험사를 대표하는 보험협회에 소비자의 권익을 무시한 약관을 정하라고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일이다"라며 보험과 소송 등 법률에 문외하고 심신미약 상태인 암환자들이 보험사들의 갑질과 불법에 더이상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엄격한 감독과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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