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사태 '코드블루' : 세상을 놀라게 한 해상사고] 씨그랜드호 광안대교 추돌사고 (6)

선장의 음주운전이 빚어낸 추돌 사고, 해사안전법 및 선박직원법 개정안 시행되는 계기만들어

  • 기사입력 2020.06.11 23:31
  • 최종수정 2020.09.14 11:42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출처=YTN뉴스 갈무리)
씨그랜드호가 광안대교와 충돌하는 순간 (사진출처=YTN뉴스 갈무리)

씨그랜드호 사고는 지난해 2월 28일에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가 부산광역시에 위치한 광안대교와 추돌한 사고이다.

해당 선박은 출항신고도 없이 제멋대로 용호만 부두를 출발하여 블라디보스토크항로 향했다. 그러던 중 처음에는 요트 2대와 바지선 1대와 추돌하고 후에 광안대교에 부딪혔다가 도주를 시도했고 대한민국 해양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까? 당시 씨그랜드호는 지정 항로를 이탈하여 충돌을 일으킨 것인데 알고보니 선박의 선장은 음주상태였다. 선장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86%로 음주상태에서 조타실 안의 선원들에게 지시했다. 더구나 항로를 안내해줄 도선사도 승선하지 않아 출항 신고를 하지 않았다.

해양경찰청은 씨그랜드호의 사고 직전에 위험성을 감지하고 즉시 항로 변경을 지시했지만, 선박을 운항한 러시아 선장의 영어 실력이 부족해 지시사항을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이 사고로 3명의 요트 승선자들이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의 부상을 입었고 요트 2대 및 바지선 1대가 부서졌다. 요트 2대 중 마이더스호는 시가 35억원에 달했다. 물론 충돌한 광안대교 하단부 일부가 손상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 때문에 광안대교 1층의 벡스코, 센텀시티 방면 도로가 일부 통제되었다. 

씨그랜드호 광안대교 추돌 사고는 명백한 인재로 사고의 주범인 선장 A씨는 부산해경에 의해 같은 해 3월 2일에 구속됐다, 그의 혐의는 해사안전법·업무상 과실·상해 등이다. A씨는 다른 선박과 광안대교와 충돌한 것은 인정하지만 음주 운항에 대해선 부인했다. A씨는 충돌사고 이후 술을 마셨고, 이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하며 씨그랜드호를 바다 쪽이 아닌 광안대교 쪽으로 운항한 것에 대해서는 날씨가 좋지 않았던 이유라고 전했다. 하지만 당시 항해기록저장장치와 CCTV의 자료가 공개되면서 A씨의 말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또한 사고 당일 시야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맑은 날씨인 데다 사고 직후 음주측정을 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A씨 말은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는 진술이었다.

검찰은 선장 A씨의 사고 경위와 이후 조치 등을 보면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A씨는 대한민국 최고의 법률사무소 김앤장 소속 변호사 2명을 자신의 법률대리인을 선임했다.

그러자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최진곤)는 같은해 9월 24일 해사안전법 위반(음주운항) 등의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선장 A씨(42)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선박교통사고 후 도주, 음주운항, 일반교통방해 등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광안대교 충돌 이전 요트 충돌 사고에 따른 선박 파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음주 상태로 선박을 운항해 요트와 광안대교를 연이어 충돌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등 죄책이 무겁다"며 "다만 부산시 등과 배상에 합의한 점, 요트 충돌 사고로 인한 피해자들의 상태가 중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현재 재판은 진행 중이며 배상 문제는 부산시와 합의를 보았다고 밝혔다.

한편 해양경찰의 관리 체계에 대해서도 문제 지적이 잇달았다. 출항신고 없이 출항한 사고 선박을 막는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다는 헛점이 발견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19일부터 선박 음주 운항 처벌 수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해사안전법 및 선박직원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개정된 해사안전법은 음주 정도에 따른 처벌 기준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5t 이상 선박을 운항하는 사람이나 도선사가 음주 운항 중 적발되는 경우 ▶혈중알코올농도 0.03~0.08%는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 ▶0.08~0.20%는 징역 1~2년 또는 벌금 1000만~2000만원 ▶0.2% 이상은 징역 2~5년 또는 벌금 2000만~3000만원의 처벌을 받게 된다.
 
자동차 음주운전과 마찬가지로 상습 음주 운항자와 음주측정 거부자에 대한 벌칙도 강화한다. 기존 처벌규정에는 위반‧거부 횟수에 따른 차등이 없었으나, 앞으로는 음주 운항이나 음주측정을 2번 이상 거부하면 징역 2~5년이나 벌금 2000만~3000만원의 처벌을 받는다.  
 
음주 운항으로 인한 해기사 면허 취소에는 ‘2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적용한다. 음주 운항‧음주측정 거부가 2회 이상이거나 첫 음주 운항이더라도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 인명피해 사고를 낸 경우 해기사 면허가 취소된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3~0.08%인 경우와 음주측정 거부가 1회인 경우에는 업무정지 6개월을 처분한다.
 
정부는 이같은 바다위 윤창호법을 계기로 ‘한 잔은 괜찮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선박 운항자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음주 운항이 근절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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