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막자고 꺼내든 ‘주택법’ 개정안, 세입자들에게 새집 이사할 기회 빼앗아

아파트 준공 직후 집주인에 거주의무 부여
세입자는 저렴한 가격에 신축 거주할 수 있는 기회 사라져

  • 기사입력 2020.08.11 17:52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출처=국토교통부)
(사진출처=국토교통부)

 

부동산 투기 수요를 제지하고자 정부가 야심 차게 뽑아 든 ‘주택법’ 개정안. 그러나 생각 못 한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오히려 세입자들의 낯빛이 어두워지고 있다.

11일 국토교통부는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최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민간분양 아파트 입주자에 의무거주기간을 적용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이원욱·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해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대안을 반영한 안건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공공택지의 공공분양 아파트에 대해서만 1~5년의 거주의무가 주어져 왔지만, 앞으로 재개발·재건축 같은 민간택지 아파트에 최장 5년 범위의 거주의무가 생긴다.

이에 집주인은 아파트 준공 직후 소유 사실을 등기부 등본에 부기해 명시한 뒤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한다. 거주의무를 위반할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해외 체류 등 이주가 불가피한 경우에만 해당 주택에 거주한 것으로 인정하며 의무기간 안에 이사를 가야 한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매입을 신청해야 한다.

소위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투기’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의 규제다. 실거주 의무가 부여될 시 임대를 놓거나 매도해 차익을 보려는 투기성 수요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신축 전세 물량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는 부작용이 전망된다. 세입자들에게 비교적 낮은 가격에 좋은 여건의 신축 아파트에 살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동안 아파트 소유주들이 세입자를 받아 전세보증금으로 분양가 잔금을 치르면서 입주 시점의 아파트 전세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형성돼 왔다. 아파트 전세 매물량이 일시적으로 많아지면서 전세가가 낮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이번 주택법 개정안으로 집주인이 아파트 준공 시점부터 들어가는 것이 의무화된다면 신축이 전세로 나오는 경우는 드물게 될 테고, 세입자들은 더는 낮은 가격으로 신축에 입주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한편 개정안은 공포 6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다음 주 관보에 게재되면 다음 해 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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