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사람이 무서워 숨어버린 ‘인어의 기원’, 듀공

멸종위기 ‘취약’ 등급...오랜 밀렵으로 개체 수 감소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사람 활동 멈추자 모습 드러내

  • 기사입력 2020.08.27 14:39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출처=Instagram 'think_blue_go_green')
(사진출처=Instagram 'think_blue_go_green')

‘인어의 기원’으로 잘 알려져 있는 듀공은 실제로 19세기 중반 이전까지 뱃사람들로부터 인어로 오해받곤 했다. 5분마다 한 번씩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쉬는 특성과 동화 속 인어와 똑같은 모습의 꼬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어영상이 유튜브 등에서 화제가 됐었는데, 그 주인공 역시 듀공인 것으로 밝혀졌다.

바다소목 듀공과에 속하는 듀공은 평균 3m의 커다란 방추형 몸과 입 주위에 드문드문 있는 털이 매력적인 포유류다. 두 개의 콧구멍과 작은 눈이 어딘가 친숙한 모습을 하고 있다. 주변에 꼭 한 명씩 있는 둔한 친구를 떠올리기 쉽다.

실제로 듀공은 철저하게 해조류만 먹고 지내는 초식 동물로,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착하고 둔한 성격이라고 한다. 낮에는 바다 밑에서 조용히 숨어있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슬그머니 나와 우걱우걱 풀을 뜯어먹는다.

듀공은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의 적색목록서에서 ‘취약(VU)’ 등급으로 지정돼, 국가 대부분이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수명은 70년 정도로 길지만 번식 속도가 워낙 느려 개체 수가 늘어나기 힘들다.

(사진출처=Instagram 'fonassociation')
(사진출처=Instagram 'fonassociation')

듀공의 개체 수가 줄어들기 시작한 건 1900년대 들어와서부터였다. 녀석은 고기와 뼈, 가죽, 기름 등을 원하는 인간에게 최상급 사냥감이 됐다.

특히, 듀공의 고기는 말레이시아에서 왕실에 진상되는 고급 요리로 취급되는 등 소고기에 버금가는 진미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사람들은 듀공을 포획해 팔면 큰 돈을 벌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앞다투어 사냥에 나섰다. 결국 더는 말레이 연안에서 듀공을 볼 수가 없게 됐다.

인도양과 태평양, 호주 북부 연안 등에서는 최근까지도 듀공을 타겟으로 하는 해상 사냥 전통이 이어져 왔다고 한다. 인간의 지속적인 밀렵과 더불어 환경오염까지 심해지면서 듀공의 개체 수는 점점 더 감소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의 활동이 뜸해지자, 싱가포르 등에서 듀공의 모습이 포착됐다는 반가운 소식들이 전해져 들어온다. 자신을 괴롭히던 무서운 사람들이 사라지자, 조용해진 바다로 나와 잠시나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아이였다.

앞으로 듀공을 오래 보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의 불법밀렵과 환경오염은 필히 중지돼야 한다. 중요한 건 ‘관심’이다. 그동안 인간이 몹쓸짓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따뜻한 사랑으로 동물보호에 앞장 선다면, 아이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까.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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