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인간의 욕심 앞에서는 벵골호랑이마저 벌벌 떤다

IUCN 적색목록 위기(EN) 등급...현재 4천여 마리도 안 남아
사치품 얻으려는 인간에 의해 무분별하게 포획당해

  • 기사입력 2020.09.15 17:46
  • 최종수정 2020.09.16 08:49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먹이를 노리는 매서운 눈빛, 어떤 것도 베어낼 수 있을 것 같은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모두를 얼어붙게 만드는 포효까지. 어떤 수식어도 아깝지 않은 밀림의 왕, 벵골호랑이다.

벵골호랑이는 식육목 고양이과의 포유류로 인도호랑이라고도 불린다. 몸길이 240~310cm에, 몸무게 100~260kg의 어마어마한 덩치를 자랑한다. 주로 인도, 네팔, 말레이반도 등지의 숲과 습지 등에 서식한다. 홀로 고독하게 지내며 물사슴과 멧돼지 등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한다.

그 무엇도 두려울 것 없어 보이는 동물의 왕이지만, 그 역시 악독한 인간 앞에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무분별한 밀렵과 서식지 파괴 탓에 현재 4천여 마리 개체수도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뱅골호랑이를 국제 멸종위기등급 ‘위기(EN)’종으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다.

벵골호랑이의 단단하고도 아름다운 호피무늬에 반한 사람들은 녀석을 무차별적으로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의 국제 거래에 대한 협약(CITES)에 따르면 호랑이 부위를 구매하는 주 소비자들의 목적은 이국적인 사치품을 얻기 위함이다.

호랑이의 털을 인테리어 장식이나 고급 의류를 만드는 데 이용하고, 다른 부위들은 영향력을 얻거나 부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뇌물 혹은 선물로 사용해 온 인간들이다.

호랑이 관련 제품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늘어나자 지역 해적들은 야생동물 거래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독을 탄 사슴의 시체로 호랑이를 유인했다. 냄새를 맡고 나타난 호랑이가 사슴 고기를 먹고 난 후 독에 중독되 쓰러지면 시체를 땅에 묻었다. 시간이 지나 호랑이의 시체 부패되면 남은 뼈와 가죽을 챙겼다. 이런 식으로 남아시아의 호랑이는 점차 모습을 감췄다. 생태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게 됐다.

1990년대 초반 야생에 존재하는 벵골호랑이의 수는 대략 10만 마리였다. 그중 현재 야생에 호랑이는 약 3,000~4,000마리에 불과하다. 근 30년 만의 일이다.

이밖에 산업화와 도로건설, 불법 수렵 등도 서식지 파괴의 원인으로 꼽힌다.

멕시코의 한 여성이 새끼 벵골호랑이에 목줄을 채워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사진=Twitter ‘zaiporras’)
멕시코의 한 여성이 새끼 벵골호랑이에 목줄을 채워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사진=Twitter ‘zaiporras’)

최근에는 해외 트위터에 올라온 벵골호랑이의 한 사진이 누리꾼들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멕시코의 한 여성이 새끼 벵골호랑이에 목줄을 채워 밖으로 데리고 나온 장면이 담겨 있었다. 애완동물을 산책시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해당 사진이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화제가 되자, 멕시코 정부는 여성이 호랑이를 키우게 된 경위와 허가 여부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치품을 얻기 위해 호랑이를 죽이고, 무분별한 개발로 숲을 망가뜨린 데 이어, 이제는 개목줄을 걸어 자기 소유물로 만들어버린 사람들. 야생동물을 괴롭히는 인간의 만행은 도대체 어디까지 이어질까. 밀림의 왕 벵골호랑이마저 무서워 덜덜 떨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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