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우리는 애완용이 아니예요” 자연 돌아가고픈 알락꼬리여우원숭이의 절규

IUCN 적색목록 위기(EN)종·CITES 부속서 Ⅰ급 지정
애완용 거래 급증해 마다가스카르서도 보기 어려워져

  • 기사입력 2020.10.02 15:33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야생동물의 천국 마다가스카르의 마스코트, 여우원숭이.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는 애니메이션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다.

새하얀 얼굴에 검은 눈 주위와 코, 회색빛이 몸을 감싸는 신비롭게 생긴 동물이다. 무엇보다 알락꼬리여우원숭이의 가장 큰 특징은 길고 복슬복슬한 꼬리다. 흰색과 검은색이 얼룩을 이루고 있는 꼬리는 약 56~62cm로 몸길이보다 길다. 이 긴 꼬리로 녀석들은 동료들끼리 의사 표현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락꼬리여우원숭이는 아주 깔끔을 떠는 동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녀석들은 주로 열매를 먹고 사는데, 딱딱한 껍질은 앞니로 뜯어내서 어금니로 으깨 먹고, 털에 열매 즙이 묻는 것을 피하려고 머리를 높이 든 채 먹곤 한다. 또 음식을 손으로 쥐거나 잡는 일이 없다. 식사를 끝낸 후에는 몸을 소독이라도 하듯 햇볕 아래서 팔을 넓게 벌리고 앉아서 쉰다.

알락꼬리여우원숭이는 동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동물 중 하나다. 주로 무리 생활을 하면서 추운 날씨에는 서로 온기를 주고 받으며 지내곤 한다. 잘 때는 꼭 함께 다니는 무리들과 같은 나무에서 잔다.

새끼가 태어나면 그 아이는 전체 무리 구성원들에 의해서 키워진다. 다른 암컷에게 기어 올라가기도 하고 어미들은 서로 새끼를 바꿔가기도 하며 심지어는 다른 무리의 새끼를 입양하기도 한다. 여러 엄마, 아빠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 아이들이다.

이제 마다가스카르에서도 알락꼬리여우원숭이는 희귀한 동물이 돼버렸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녀석들을 적색목록에서 ‘위기(EN)’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CITES에서도 부속서 Ⅰ급으로 지정하고 보호 중이다.

사람들의 불법적인 포획이 이들을 멸종 위기로 몰아 넣었다. 2016년 마다가스카르에서 촬영된 알락꼬리여우원숭이의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세계로 퍼진 적이 있다. 꼬마들에게 등을 긁어달라며 애교를 부리는 원숭이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그런데 이 영상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만다. 영상 속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반한 사람들이 늘면서 알락꼬리여우원숭이가 인기 애완용 거래 대상이 돼버린 것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의 듀크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금까지 약 2만 8천 마리의 알락꼬리여우원숭이가 숲에서 강제로 포획됐다. 실제 마다가스카르의 많은 호텔과 식당이 알락꼬리여우원숭이를 보란 듯이 사육하며 관광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자유롭게 숲 속에서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은 끈에 발이 묶인 채 철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인간의 탐욕이 녀석들을 궁지에 내몰고 있는 현실이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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