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부산 기우뚱 빌라’,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입주민만 빚덩이에

빌라 기울어진 원인, 배수관 위에 지어져서
우수관 물 흐르고 건물 균열까지...구청은 모르쇠

  • 기사입력 2020.10.06 18:58
  • 최종수정 2020.10.06 18:59
  • 기자명 고명훈 기자
건물이 기울어져 있는 모습. (사진=환경경찰뉴스)
건물이 기울어져 있는 모습. (사진=환경경찰뉴스)
방 바닥에 놓으면 한 쪽으로 굴러가는 탁구공. (사진=환경경찰뉴스)
방 바닥에 놓으면 한 쪽으로 굴러가는 탁구공. (사진=환경경찰뉴스)

2016년 9월 부산의 한 빌라가 기울어져 주민들이 대피한 일이 있었다. 일명 ‘부산 기우뚱 빌라’ 사고다. 사고의 원인은 애초에 빌라가 배수관 위에 지어졌기 때문이었다. 이 빌라를 샀던 주민들은 건축주와 관할 구청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최근 패소해 빚더미에 앉게 됐다.

해당 사고가 일어난 사상구 델타빌은 육안으로 봐도 다른 건물들에 비해 기울어져 있는 모습이다. 방 바닥에 탁구공을 놓자 한쪽으로 굴러가 버린다.

이 빌라는 건축허가가 나면 안되는 배수로 위에 지어졌다. 건물 지하에 우수관이 있었기 때문에 지반이 약해지면서 기울어진 것이다.

문제의 우수관은 지난해 6월 건물 바로 옆으로 이전했지만 기존 우수관 배수로에서는 아직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구청은 문제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우수관 이전 후에도 물이 흘러내리는 배수로. (사진=환경경찰뉴스)
우수관 이전 후에도 물이 흘러내리는 배수로. (사진=환경경찰뉴스)

김민수 입주자 대표는 “배수로에서 물이 나오는 것에 대해 구청이 원인을 조사한다고 했지만 1년 반이 넘었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지하에 배수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공사를 진행한 건축주와 이를 허가한 구청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항이지만, 재판부는 모든 법적 책임을 주민들에게 돌렸다. 건축주가 지하 배수로가 건축에 문제가 될 거라고 인식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주민들은 상대의 변호사 비용까지 떠 안은 채 좌절해야만 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건물은 여전히 기울어져있는 상태 그대로다. 건물 곳곳에는 균열이 발생했다. 우수관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생긴 균열로 보인다. 주민들은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살고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016년 9월 부산 기우뚱빌라. 소송 결과가 억울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와 있다. 주민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이 사태에 대한 재판 결과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건물 곳곳에 생긴 균열. (사진=환경경찰뉴스)
건물 곳곳에 생긴 균열. (사진=환경경찰뉴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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