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바위 절벽 사냥꾼 세커이매, 그들의 가혹한 운명

IUCN 적색목록 취약(VU)종 지정
암시장서 매 사냥 이용 위해 불법 포획

  • 기사입력 2020.10.14 12:53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우아한 날개짓으로 하늘을 날다 기회가 생기면 지체없이 돌진해 먹잇감을 사냥한다. 매중의 매 세이커매다. 한국 송골매의 사촌이라고도 불리는 이 새는 몽골과 시베리아 남부 등 중앙아시아 또는 유럽 고원지대에 서식한다.

밝은 색 또는 검붉은 색의 정수리와 몸에 강인한 느낌을 주는 갈색 무늬의 깃털이 듬성듬성 박혀있다. 진지한 눈빛과 날카로운 부리에는 용맹함이 묻어나 있다.

세이커매의 발톱 역시 먹잇감을 찢기 좋게 갈고리 모양으로 됐다. 그야말로 사냥을 위해 태어난 동물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 새가 40cm 정도 되는 날개를 활짝 펼치는 순간 그 어떤 맹수라도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다.

주로 높은 산의 바위 절벽에서 지내는 세이커매는 토끼나 다람쥐, 자신보다 작은 새들을 잡아 먹는다. 이 베테랑 사냥꾼이 사는 바위 절벽 근처의 작은 동물들은 그의 울음소리만 들어도 무서워 숨곤 한다.

세이커매는 안타깝게도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적색목록에 세이커매를 ‘취약(VU)’종으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다. 조금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야생에서 녀석들을 볼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세이커매 개체 수는 매년 1천 마리나 감소한다고 전해졌다.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녀석들이 이같은 위기에 처하게 된 주된 이유로 인간의 무분별한 불법 포획을 꼽았다.

세이커매는 중앙아시아 국가와 아랍 지역 등에서 수천 마리가 불법 판매되고 있다. 이 새들은 암시장에서 인기 품목 중 하나다. 한 마리당 수천만 원에 호가하는 고가에 팔린다고 알려졌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디에 쓰려고 이토록 많은 돈을 들여가며 세이커매를 불법 구매할까. 녀석들은 사람들에게 사냥 도구로 전락한다. 아랍에서는 세이커매를 잡아다 길들인 뒤 다른 매를 사냥하는 전통 매사냥을 즐겨 한다. 인간의 주문에 자신의 동족 사냥까지 벌여야 하는 가혹한 운명에 처한 새들이다.

또 세이커매는 조류인플루엔자(AI)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곳곳에 발생하는 바이러스 때문에 하나 둘씩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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