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너무 느려 ‘대참사’ 피하지 못한 코알라,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IUCN 적색목록 취약(VU)종 지정
호주 대형 산불로 개체 수 3분의 1 숨지고 서식지 80% 잃어

  • 기사입력 2020.10.27 13:20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하루 평균 20시간은 자야 생활이 가능하다는 느긋한 친구, 코알라를 소개하고자 한다. ‘코알라(Koala)’는 호주 원주민 언어로 ‘물이 없다’는 뜻이다. 평소 식물을 먹으면서 수분을 섭취하기 때문에 따로 물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어 이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1m가 안 되는 작은 몸을 갖고 있지만 긴 다리와 큰 발을 이용해 나무를 잘 타는 친구다. 나무의 높은 곳까지 올라가 나뭇잎을 먹는 것이 녀석의 하루 일과이자, 낙이다.

코알라는 집단생활을 하지 않는다. 번식기가 아니면 거의 혼자 산다고 보면 된다. 활동 범위도 넓지 않아 한 번 집이 정해지면 이사가는 일이 없다. 고정된 일정 영역에서만 지내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고민도 없이 그저 만사태평이다.

녀석의 몸도 이런 성향과 알맞게 발달돼 있다. 온 몸에 나 있는 털이 체온을 유지해주기 때문에 비가 와도 딱히 피하지 않아도 된다. 또 털은 코알라가 지내는 곳의 기후에 맞게 진화된다. 호주 북부에 사는 코알라는 털이 두껍고 길지만 남부에 사는 코알라는 얇고 엷은 색을 띄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이 느긋한 성향은 코알라를 최근 일어난 대재앙의 가장 큰 피해자로 만들었다. 작년 말에 시작돼 240여 일간 꺼지지 않고 지속됐던 호주 대형 산불이 그 재앙이다.

이 산불은 한반도 면적 85%에 달하는 호주의 숲을 파괴했다. 사람이 죽고 주택 수천 여 채가 전소되는 등 인재도 컸지만, 숲에 살고 있던 야생 동물과 식물의 피해는 말로 다할 수가 없었다.

야생 동물 10억여 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중상을 입은 아이들까지 포함하면 사상 건수는 30억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이중 피해를 입은 코알라는 5억 마리라는 분석이 나왔다. 호주에 살고 있던 코알라의 3분의 1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한다.

남아있는 코알라도 안심할 수 없다. 코알라가 지내던 숲의 80%가 소실됐다. 한 순간에 서식지를 잃어버린 아이들은 굶주림과 탈수, 질병 등에 노출되며 하나 둘씩 쓰러지고 있다. 많은 생태학 전문가들은 움직임이 느리고 이동을 싫어하는 습성 때문에 코알라가 이번 산불의 큰 피해를 입었다고 분석했다.

기존에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적색목록에 코알라를 ‘취약(VU)’종으로 분류해 보호해 왔다. 이번 대참사는 코알라의 멸종 예상 시기를 크게 앞당겼다.

코알라의 안타까운 소식이 SNS와 여러 매체를 통해 퍼지면서 많은 환경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이 코알라 구조와 치료에 나섰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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